물가는 뛰고 금리는 치솟고 주가는 뚝뚝 떨어지고… 이어지는 경기침체 전망에 많은 이들이 불안해 하지만 특히 불안한 그룹은 은퇴를 코앞에 둔 그룹이다. 생활비를 쪼개고 쪼개가며 불입해온 은퇴자금이 증시폭락 여파로 하루가 다르게 쪼그라들고 있으니 “이 돈으로 은퇴가 가능할지…” 걱정이 태산이다.
남가주의 B씨는 조만간 은퇴할 계획이었다. 일을 접고 은퇴해서 여유롭게 살고 싶었다. 하지만 최근 그는 은퇴 계획을 바꾸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주가가 떨어져서 은퇴자금이 여지없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1년 전만 해도 이만하면 은퇴 후 먹고 살 수 있겠다 싶었는데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한숨을 쉰다.
액수가 얼마가 됐든 은퇴자금이 있다면 형편이 나은 편이다. 많은 직장인들은 어물어물하다보면 모아둔 돈 한푼 없이 은퇴를 맞게 된다. 그달 벌어 그달 살다보니 수십년 후의 은퇴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미국의 근로자들 중 거의 절반은 은퇴자금 없이 은퇴를 맞는다. 연방 센서스국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56세~ 64세 미국인들 중 40% 이상은 401k나 IRA 같은 은퇴계좌를 가지고 있지 않다. 저소득 직종에 종사하는 여성과 유색인종은 특히 은퇴 대비책이 없다. 여성을 예로 들면 근로 연령층의 56.5%는 은퇴구좌가 없다. 소셜시큐리티 연금 하나에 기대서 은퇴생활을 하게 된다는 말이다.
문제는 소셜 연금만으로는 노년에 생활을 해나갈 수 없다는 것이다. 전국 노화 위원회 분석에 따르면 소셜 연금만 받아서 생활할 경우 매달 최소한 1,000달러씩은 부족하다. 노년층에게는 대단히 큰 액수이다.
다행인 것은 내년부터 소셜시큐리티 연금이 생계비 상승에 맞춰 인상되는 것. 연방정부는 2023년 소셜시큐리티 체크 액수가 기록적으로 인상 조정된다고 발표했다. 조만간 확정될 인상폭은 8.7% 정도. 이를 기준으로 하면 내년 1월부터 은퇴자들은 보통 매달 146달러 정도씩 수입이 늘게 된다. 이는 기록적 인상이다. 인상폭으로 보면 1982년 이래 최대, 액수로 보면 소셜 시큐리티 87년 역사상 최대가 된다.
하지만 이런 인상에도 불구, 실제 가계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돈의 가치가 그동안 너무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발표에 따르면 소셜 연금의 구매력은 지난 2000년 이후 40%가 떨어졌다. 2000년 당시 소셜 연금 100달러로 구매할 수 있었던 것을 지금은 같은 100달러를 주고도 당시 60달러어치의 상품이나 서비스밖에 살 수 없다는 것이다.
경제전문가들은 내년에 반드시 경기침체가 온다고 말한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모두가 영향을 받지만 그중 어려운 부류는 고정된 수입으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다. 소셜시큐리티 등 연금으로 생활하는 노년층이 대표적이다. 식품비부터 개스비까지 안 오르는 것 없이 다 오르는데 수입은 고정되어 있으면 삶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관련 조사에 따르면 이미 많은 시니어들이 장을 보면서 값비싼 육류를 장바구니에 담지 못하고 개스비 무서워서 외출을 줄이는 추세이다.
100세 시대에 60대 중반 은퇴는 더 이상 현실적이지 않다. 은퇴 연령이 되었다고 은퇴하기에는 살아야 할 날들이 너무 많다. 나이가 아니라 은퇴자금이 은퇴시기를 결정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