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스 김 (성형외과 전문의)
UC버클리 최우등 졸업, 예일대 의대 졸업, 노스웨스턴 대학병원 성형외과 전문의 과정 수료, 성형외과 클리닉 개업…
남들은 내 학력과 이력만 보고 내가 별 다른 어려움 없이 성공의 가도를 질주했다고 쉽게 판단한다. 하지만 내가 그 과정에서 수많은 좌절을 겪고 어려움을 이겨내고자 치열하게 노력했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9세 때 이민 와서 일을 하시는 부모님 밑에서 공립학교를 다니면서 다행히 UC버클리에 들어갔다. 하지만 막상 대학에 입학하고 보니 수학이나 화학 등 의대 진학에 필요한 필수과목에서 나보다 실력이 월등한 학생들이 많았다. 첫 학기부터 주눅이 잔뜩 들었지만 공부하는 방법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인생 목표를 설정한 다음에 성적을 끌어 올릴 수 있었고 결국 예일대 의대에 진학했다.
의대에 입학하고 나서는 학교에서 과연 어떤 기준으로 학생들을 선발하는지 궁금해 의대생 자격으로 입학위원회에 자원했다.
예일대 의대에는 명문 아이비리그 졸업생들과 주립대학 졸업생들이 골고루 지원한다. A급 명문대에서 중간 정도의 성적을 받은 학생과 B급 평범한 대학에서 아주 좋은 성적을 받은 학생이 지원했을 때 의대측에서는 후자의 지원자를 더 선호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지원 학생이 훌륭한 의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성적보다 더 중요하게 평가한다.
레지던트를 뽑을 때도 선발 과정은 비슷하다. 동료들과 큰 문제 없이 협력해서 잘 일할 수 있는 성격(personality)을 가졌는지, 전공 분야를 더 발전 시킬 수 있는 철학(philosophy)을 갖고 있는 지를 면밀히 살펴 본다.
의사 보드 시험은 아예 성적제를 폐지하고 합격과 불합격 여부만 가린다. 실력있는 의사가 되는 것은 보드 시험성적과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좋은 사람이 좋은 의사가 되는 것이지 시험 잘 치는 사람이 좋은 의사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요즘들어 미국의 많은 대학들이 SAT 성적 제출 의무를 없앴고, SAT 성적을 고려하는 몇몇 대학들이 아시안 학생들의 1,500점과 히스패닉 학생들의 1,300점에 아무런 차이를 두지 않는 것도 같은 이치다.
나는 평소 멘토링에 관심이 많았다. 예일대 의대 재학 시절에는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해 멘토링 자원봉사를 했다. 시카고의 한 평범한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이 있었다. 그 친구는 명문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공부에 별다른 흥미가 없었고, 1학년 평균 성적도 B학점에 불과했다. 하지만 내 멘토링을 받고 나서는 자세가 변해 결국 올 A 학생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하버드와 MIT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MD 및 박사 통합과정에 전액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지금은 일리노이대 의대에서 신경외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내가 멘토링한 대부분의 한인 학생들은 명문대 진학만을 인생 최대의 목표로 삼고 있다. 어쩌면 한인 부모들이 자녀들보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냐 못 들어가냐에 더 신경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학생들의 스트레스가 가중되다보니 많은 한인 학생들은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지 못했을 경우 자신의 실력이 부족하다고 자책하거나, 좌절감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한참 꿈을 키워야 할 10대 후반에 벌써 자신의 인생이 실패했다고 결론을 내린다.
하지만 미국은 하버드 같은 아이비리그 대학이 아니더라도 갈 곳이 많다. 명문 대학이 아니라 내게 맞는 대학이 더 중요하다. 내 성적과 준비 정도에 맞춰 학교를 선택하고 입학한 대학에선 공부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훌륭한 학생으로 성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학생 본인은 물론 부모, 교사 또는 멘토 사이에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 100세를 살아가는 긴 인생 여정에서 대학 입학 자체는 초기 과정에 불과하다. 근시안적인 시각을 버리고 높고 멀리 시야를 넓혀야 한다.
한번의 실패가 내 인생 전체의 실패라는 강박 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내가 원하는 계획이 안 이뤄지더라도 너무 낙심할 필요는 없다. 처음보다 보다 끝이 좋으면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좋은 대학에 들어가려는 학생들에게 한 가지 팁을 제시하고자 한다. 명문대학에 지원하는 대부분 학생들은 성적이 고만고만하다.
결국 판가름은 에세이와 인터뷰에 의해서 좌우된다. 안타깝게도 한인 학생들의 에세이에선 성숙함을 찾아볼 수 없다. 고작 이런저런 과외활동을 했다고 나열하는 수준에 그친다. 좀 잘 쓴 에세이라 하더라도 유심히 들여다 보면 입시기관의 도움을 받아 첨삭한 티가 너무 난다. 첨삭 도움을 받은 에세이일 수록 자신만의 것을 나타낼 수 있는 독특함이 없다는 게 문제다.
에세이까지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치자. 결국 당락은 인터뷰에서 결정된다. 에세이와 달리 인터뷰는 몇번의 연습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인터뷰 과정을 통해 대학측은 지원 학생이 그동안 어떤 삶을 살아 왔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데 안타깝게도 한인들을 포함한 아시안 학생들은 인터뷰에서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에세이에서 표현된 학생의 모습과 인터뷰에서 나타난 학생의 실제 모습이 다르다는 점이 큰 문제다.
벌써 9월말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입시원서 작성 준비를 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낼 시기다. 인생을 좀 더 일찍 살아 본 선배로서 학생들이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는 것을 내 인생의 최고 목표로 삼기보다는 내가 속한 커뮤니티, 내가 살아가는 지구촌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꿈과 열정에 인생을 걸어보기를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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