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허리케인 ‘이언’이 플로리다 주를 강타하면서 엄청난 인명 및 재산피해를 초래했다.
법적 용어로 천재지변은 ‘Act of God’이라고 표현한다. 한국어로는 불가항력, 즉 예지 및 예방이 불가능한 사고라고 할 수 있겠다.
허리케인을 비롯해 홍수, 지진, 토네이도 등 각종 자연재해가 Act of God에 포함된다.
내가 입은 피해가 누군가의 과실이 아니라 단순히 천재지변으로 인해 발생했다면 나의 주택 보험이나 자동차 보험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하지만 보험 가입 내용에 천재지변 커버리지가 없다면 정부가 경우에 따라 제공하는 특별한 보상 외에는 아무런 보상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누군가의 과실과 천재지변이 겹치면서 사고가 발생했다면 가해자를 상대로 클레임을 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보자.
A는 자동차를 타고 가던 중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로 차가 미끄러져 앞에 있는 B의 차를 들이받는 사고를 일으켰다. B는 A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으나 A의 보험회사는 “갑자기 쏟아진 폭우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으므로 A의 과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경우, 법원은 보험회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긴 했지만 A는 앞에 있는 차와의 안정거리를 유지해야 될 의무가 있었으므로 과실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A는 운전을 하고 가다가 석양으로 인해 눈이 부셔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앞차를 들이 받았다. A의 보험회사는 “석양은 Act of God이기 때문에 A는 책임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 경우 역시 A 보험회사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물론 석양은 자연만이 지배하지만 운전을 할 때는 이를 대비해 선글라스를 준비해야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원은 A의 과실을 인정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피고소인(Defendant) 측의 불가항력 항변은 승소할 가능성이 지극히 낮다. 드물긴 하지만 천재지변 항변이 승소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A가 차를 타고 가다가 갑자기 마른벼락이 불과 2미터 앞에 내려쳤다. 놀란 A는 벼락을 피하려다 옆에서 달리던 차를 들이 받았다.
만약 A가 자신의 차 바로 앞에 벼락이 쳤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다면 Act of God 항변으로 승소할 가능성이 크다. 아무리 A가 운전에 주의를 기울였어도 갑자기 내려친 벼락은 그 어떠한 대비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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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원/상해사고 전문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