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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비만을 긍정적인 것으로 수용하라”

2022-09-30 (금) 글 박흥진 한국일보 편집위원 / 할리웃 외신 기자 협회(HFPA)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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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흥진의 Hollywood Interview - ‘킬리 빅’(Kili Big)의 아이다 조글라 감독

“여자들의 비만을 긍정적인 것으로 수용하라”

‘킬리 빅’(Kili Big)의 아이다 조글라 감독

‘킬리 빅’(Kili Big)은 20명의 과다하게 비만한 여자들의 아프리카 킬리만자로 산 등반을 다룬 장편 기록영화다. 세계에서 모여든 이들 뚱보여인들은 자신들을 ‘커비 킬리 크루’(Curvy Kili Crew-매력적인 킬리 등반대)라 부르면서 지난 2019년 모두들 불가능하다고 말한 킬리만자로 등반에 올라 비록 극소수만이 정상에 올랐으나 ‘하면 된다’는 정신을 가지고 역경에 도전했다는 뜻에서 찬양받을만하다. 영화는 여인들의 훈련과정과 오랜 등반 과정 그리고 귀가 후의 인터뷰를 통해 비만과 자기 수용 그리고 자신감과 용기 및 상호 협력의 정신 등을 보여주고 있다. 이 정신을 고양시켜주는 영화를 감독한 아이다 조글라를 영상 인터뷰했다. 이 영화는 단편 기록영화 감독인 조글라의 첫 장편으로 뉴욕에서 인터뷰에 응한 그는 밝은 미소를 지으면서 활기차게 질문에 대답했다.
“여자들의 비만을 긍정적인 것으로 수용하라”

‘커비 킬리 크루’의 한장면.


-영화는 자기 몸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라는 얘기인데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내가 처음에 이 여자들을 만나 그들의 킬리만자로 등반 계획을 들었을 때 난 그 말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따라서 난 그들이 나로 하여금 자신들의 여정을 추적하도록 허락한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 영화는 전적으로 그들의 얘기로 난 그 얘기의 단순한 통역사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영화는 자기 몸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라는 것이라기보다 영화 속의 많은 여자들이 주장했듯이 비만을 긍정적인 것으로 수용하라는 것이라고 해야 옳겠다. 자기 몸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라는 얘기는 이미 많이 사용된 오래 묵은 것이다. 비만을 긍정적으로 수용한다는 것은 비만과 뚱뚱한 몸이라는 단어에 찍힌 부정적인 낙인을 지워버리는 것이다. 이런 일은 오래 전에 일어났어야 했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그런 일을 하는데 내가 일조를 할 수 있다면 난 행복할 수가 있다.”

-여자들이 애를 쓰고 땀을 흘리면서 훈련하는 과정을 찍은 장면이 재미있는데.


“그들을 만나보고 내가 놀란 것은 사실 등반이라기보다 모든 과정을 공개하겠다는 결정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비만한 몸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를 원했다. 우리 사회의 문제는 사이즈가 큰 사람들은 당연히 수치심을 느끼게 만드는 점이다. 특히 이들이 건강을 위해 스포츠 같은 긍정적인 활동을 할 경우 이를 비웃는 일이 다반사다. 이런 일은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것이지만 그 것이 현실이다. 영화 속 어떤 여자는 두려움마저 느낀다고 말했다. 여자들은 자신들의 실체를 공개한다는 것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자기들과 같은 다른 사람들이 자기 몸에 대해 수치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자신들을 있는 그대로 공개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왜 마지막 날 심야에 등반을 시작했으며 정상에 오른 사람은 모두 몇 명인지.

“마지막 날 심야에 출발하는 것은 등반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일찍 정상에 올라 아름다운 해돋이를 보기 위해서다. 도 다른 이유는 같은 날 베이스캠프 보다 훨씬 아래까지 하산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등반을 시작해 정상에 오른 사람은 둘이다. 그러나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이들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정상까지 가는 것이 아니라 단체 행동을 통해 갈 수 있는데 까지 가서 그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는데 있다. 여하튼 대부분 베이스캠프까지는 갔다. 거기서 오르기를 중단한 사람들은 수면 부족이나 산소 부족 때문에 더 이상 재미를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통계에 의하면 킬리만자로 등반을 시도한 사람들 중 60%만이 정상에 올랐다고 한다. 따라서 이들은 처음부터 모두가 다 정상에 오르지는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영화는 당신의 첫 장편영화인데 소감이 어떤지.

“장편영화를 만드는 것이 나의 오랜 꿈이었는데 마침내 그 것이 이루어졌다. 난 영화를 공부해 물론 영화를 사랑하지만 자라면서 영화인이 될 생각을 한 것은 아니다. 난 처음에는 언론인이 되기를 원했다. 그러다가 어쩌다 영화계에 발을 디디면서 오래 동안 편집자로 일했다. 그 일이 나를 감독으로 만들어주는데 큰 기여를 했다.”

-산을 오르면서 촬영하기가 힘들지는 않았는가.

“여자들의 얘기를 보여주면서 빠짐없이 모든 것을 포착하는 것이 주요 목표여서 그다지 힘든 줄 몰랐다. 사람들은 카메라를 비롯해 무거운 장비를 몸에 하고 등반하기가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장비들은 등반에 도움이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현지 안내자들과 짐꾼들이 한시도 놓치지 않고 날 도와주었다. 카메라까지 자기들이 들어주겠다는 바람에 그들과 싸우다시피 해야 했다. 영화를 다 찍은 뒤 감동적인 일은 이 영화에 대해 아는 바가 별로 없었던 아버지가 내게 전화를 걸어와 ‘영화를 보고 나서 나의 산은 무엇이며 남들이 나보고 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은 무엇인가라고 생각하게 해주었다’라고 말 한 것이다.”


-영화 속 여자들의 후일담을 영화로 만들 계획이라도 있는지.

“그런 계획 없다. 그들에게 있어 중요했던 것은 자신들의 생애의 어느 시점에서 그들이 하나의 단체로 뭉쳐 공동 행동을 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은 이제 다 뿔뿔이 헤어져 자기 갈 길들로 갔다. 물론 그들 중 몇 명과는 접촉을 하지만 그 누구도 나처럼 뉴욕에 살고 있지 않아 만나지는 못한다.”

-촬영을 마치고 귀가해 느꼈던 짜릿한 감동은 무엇이었나.

“한 영화제 시사회에서 관객들과 함께 영화를 보기 전 까지는 완전히 만족할 수가 없었다. 일면 편안감은 느꼈지만 편집이라는 어려운 닐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2020년에 편집까지 마무리가 돼 벤턴빌 영화제에서 선을 보였는데 내 생각과는 달리 극장은 만원이었다. 영화제에는 영화 속 여자들 중 몇 명도 참석했다. 영화가 시작된 지 얼마 후 주위를 둘러봤더니 사람들이 눈물을 닦으면서 한편으로는 크게 웃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도 눈물을 흘렸는데 그 순간이 가장 감정적이요 또 기막히게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다음 영화는 무엇인가.

“다운 증후군이 있는 젊은 여배우 아나벨 에르난데스에 관한 단편 기록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신체부자유자들을 수용하자는 뜻으로 만들 것이다. 아나벨과 과 함께 다운 증후군에 관해 우리가 알지 못했던 사실들을 보여주려고 한다. 아나벨은 멕시코 계 미국인인데 자기의 멕시코 혈통을 아주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런 점에서 푸에르토 리코에서 자란 나는 같은 라티나 계인 아나벨에게 큰 친근감을 느끼고 있다.”

-현지 안내원들과 짐꾼들이 매우 상냥하고 또 당신과 등반하는 사람들을 잘 돌봐주던데.

“그렇게 능률 있고 친절한 사람들도 없을 것이다. 그들은 등반하는 여자들을 육체적으로 또 감정적으로 크게 도와주었다. 그들이 부르는 노래가 우리의 힘든 경험을 크게 달래주었다. 그들은 내게 스와힐리어를 가르쳐 주려고까지 했다. 따라서 그들도 등반하는 여자들과 마찬 가지로 얘기의 한 부분이 될 수밖에 없었다. 내 뜻대로 그들도 얘기의 한 부분이 되기를 원했다. 그들은 이 얘기의 큰 몫을 차지해 그들이 포함되지 않았다면 이 영화도 없었을 것이다.”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무엇을 배우기를 바라는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누군가의 허락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것과 자기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 되기를 주저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누군가의 허락이 필요 없으며 원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글 박흥진 한국일보 편집위원 / 할리웃 외신 기자 협회(HFPA)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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