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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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

2022-09-20 (화) 황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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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본 적 없네
나의 뒤
한번쯤 안아보고 싶어도
너무 먼 나의 뒤
한때 잘나가던 시절에도
뒤는 외로웠으리
삶이 부끄러울 때마다
먼저 어깨를 낮추고
생이 고단할수록
두둑한 뒷심으로 버텨 준
가면을 씌울 수 없는
민낯의 뒤가 나의 앞이었으면

‘뒤’ 황주현

아니라네. 앞인 그대가 고생했네. 늘 걸어온 길보다 나아갈 길이 걱정 아닌가. 나는 그저 묵묵히 그대만 믿고 따랐을 뿐이네. 스마트한 세상, 구글 맵 열면 초라한 골목까지 알려주지만, 인생은 아직도 지도 없는 여행 아닌가. 그대가 잘나갈 땐 나도 덩실거렸고, 그대가 속울음 울 땐 나도 흐느꼈다네. 하지만 모른 척할 때가 더 많았네. 그대가 돌부리를 걷어찰 때도, 한 잔 술에 비틀거릴 때에도. 내 평안한 민낯은 그대 불편한 가면 덕분이라네. 그대가 벤치에 누워 별을 볼 때 등 좀 배기는 거 아무것도 아니라네. 맞바람 헤치며 앞으로 가시게. 뒷바람 밀며 끝까지 가겠네. 반칠환 [시인]

<황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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