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그래도 희망은 있다

2022-09-17 (토) 여주영 뉴욕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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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떤 일을 했을 때 반드시 그에 따른 결과가 뒤따라온다는 사자성어가 있다. 인과응보(因果應報), 바로 심은 대로 거둔다는 말이다. 얼핏 보면 불교 용어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우리가 생활에서 흔히 겪고 느끼게 되는 단어이다. 자기가 저지른 과보가 결국 자기에게로 돌아간다. 즉 뿌린대로 거둔다는 자업자득, 이와 비슷한 용어로 자승자박이란 말도 있다.

요즘 이 단어를 가장 잘 떠올리게 하는 것이 바로 기후재앙이 아닌가 싶다. 무시무시한 폭우, 홍수, 해일, 지진, 가뭄, 폭염, 산사태, 눈사태 등 끔찍한 기후재앙들이 지구촌 곳곳에서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알고 보면 모두 인간이 마구잡이 저지른 행동이 낳은 결과물들, 인과응보이다.

얼마 전 파키스탄에서 발생한 홍수 피해는 얼마나 막대한지 끔찍할 정도다. 잇단 집중호우로 수십만 가옥이 집안의 도구를 건질 수 없을 만큼 모두 물속에 잠겼으며 수백만명이 절박한 상황에 이르렀고 인명 피해만도 1,000여명의 사상자가 나왔을 정도였다. 이 엄청난 재앙에 파키스탄 당국은 기후변화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캘리포니아 하면 우리는 보통 기후 좋은 지역이라 살기 좋은 곳이라고 말들을 한다. 그러나 그 공식도 이제는 기후변화 앞에는 더 이상 안 통하게 되었다. 100년만에 낮 기온 화씨 120도 가까운 기록적인 폭염이 1주째 계속돼 당국이 노약자 및 영유아 주의 당부, 절전 호소 등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나섰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산불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절절 끓고 있는 가주의 폭염은 기후 위기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으며, 인간의 삶과 일상생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확연하게 상기시키고 있다.

한국도 얼마 전 서울 강남지역과 관악구 일대에 역대급 폭우가 강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면서 반 지하 침수와 정전사고, 인명 피해가 속출했다. 이번에는 제주, 경남 일대에 태풍 ‘힌남노’가 상륙, 침수, 정전 피해가 잇달았고 초속 42미터에 달하는 강한 비바람에 공항 항공기 결항, 여객선 운항이 줄줄이 중단, 통제되었다.

기록적인 폭우는 미국에서도 지난달 켄터키주 동부에서 발생, 25명이 사망하고 수많은 가구들이 전기 가스 중단으로 큰 고통을 받았다. 라스베가스도 돌발 홍수로 카지노들이 물바다로 변하는 참변을 당했다.

환경파괴로 인한 지구온난화, 이는 예상할 수 없는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내고 있는 재해다. 인간의 힘으로는 속수무책인 기후재앙, 인간의 삶은 하루아침에 함부로 다룬 지구의 노여움에 의해 파괴되고 초토화된다.

유엔의 지난 20년간 세계재해보고서는 자연재해가 7,348건 발생, 123만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는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의 실패가 원인으로 1.7배 증가한 수치라고 했다.

이러한 현실에 ‘위험한 행성 지구’의 저자 브린 버나드 버클리대학 교수는 “우리는 서서히 가열하면 뜨거운 줄 모른 채 죽어가는 냄비속의 개구리와 같다.”며 다급한 어조로 경고한다. 걷거나 자전거 타기, 백열등 대신 형광등 쓰기, 쓰레기 줄이기, 화학비료 대신 퇴비 쓰기, 패스트푸드 안 먹기 등을 지금이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 우리가 그동안 흔히 들었던 제안이다. 하지만 그는 이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지금이라도 생활을 바꾸면 그래도 희망은 있다”며….

<여주영 뉴욕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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