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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송산책] 추억의 영화 음악 Come September (구월이 오면)

2022-09-16 (금) 정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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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송산책] 추억의 영화 음악  Come September (구월이 오면)
매년 9월 첫째날이 되는 날 어김없이 국내 FM 방송국에서 들려주는 곡이 있다. Billy Vaughn 악단의 연주 Come September이다. 제목에서 풍겨주는 가을의 향긋한 냄새는 연주 내내 우리들 마음을 가을의 높은 하늘로 인도하여 마치 창공에서 마음껏 날고 있는 듯 기분이 상쾌해진다. 언제 들어도 첫 소절부터 귀를 즐겁게 해주며 연주 시간 2분29초 동안 우리들 어깨와 엉덩이를 들썩이게 한다. 기타 연주가 리드 하고 섹소폰 악기가 뒤를 받쳐주면서 진행되는 이 곡은 환상적인 콤비의 묘미를 잘 살려 음악을 한층 더 고품격으로 승화시켰다.

영화 제작진은 주연으로 록 허드슨과 이탈리아의 요정 지나 롤로브리지다를 낙점하고 섭외를 시작했다. 허나 지나 롤로부리지다가 올 로케이션이 이탈리아에서 진행이 되는 것을 알고 난색을 표명했다. 그 사유는 미국에 체류 하면서 다음 작품을 협의중이라 미국을 떠날 수 없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공연 상대 배우가 미남 배우 록 허드슨이라는 것을 알고 마음을 바꿔 출연을 약속했다. 다음 조연 배역 선정은 샌드라 디와 바비 다린이었다. 샌드라 디는 1957 년에 데뷔하여 영화 ’Gidget’, ‘슬픔은 그대 가슴에’, ‘피서지에서 생긴일’에서 이미 인기와 잠재력을 확인한 10대의 유망주였다. 남자 조연 역의 바비 다린은 미 팝송계에 떠오르는 틴 에이저들의 우상이다. 1958년 Splish Splash로 화려하게 데뷔하여 1959년 최대의 힛트 송인 Mack The Knife를 불러 9주간 빌보드 차트에서 1위를 달성한 가수로서 주가가 한창 높은 시점에 영화계에서 손을 내밀자 흔쾌히 출연이 결정됐다. 그는 ‘Lost Love’, 18 Yellow Roses’, ‘Dream Lover’, ‘Beyond The Sea’, ‘You’re The Reason I’m Living’, ‘If I We’re A Carpenter’ 등으로 국내에 많은 고정팬들이 있다. 유니버설 영화 제작진은 테마 송을 바비 다린에게 요청했고 그는 영화를 위해 주제곡을 작곡했다. 그리고 영화 장면에서 삽입된 Multiplication 노래도 작사 작곡했다.

매년 9월이 오면 미국인 부유한 비즈니스 맨인 록 허드슨이 이탈리아 Ligurian Coast에 있는 자신의 별장을 방문하여 한달간 지낸다. 또한 이탈리아의 현지 여인 지나 롤로브리지다와 함께 한달간의 로맨스도 즐겼다. 이번에는 7월 중에 이탈리아에 비즈니스가 생겨 9월 대신 일찍 자신의 별장을 찾아 온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관리인은 9월이 돼야 집주인이 찾아오는 것을 예상하고 여름내내 별장을 관광객에게 대여해주고 부수입을 올렸다. 갑자기 찾아온 록 허드슨은 자신의 별장에 미국인 휴가자들이 머무르는 것을 보고 노발대발한다. 여기서부터 사건은 발생하고 록 허드슨과 지나 롤로브리지다와의 티격태격 중년나이의 로맨스, 샌드라 디와 바비 다린의 청춘 남녀 풋풋한 사랑이 익는다. Robert Milligan 감독의 군더더기 없는 연출 솜씨가 돋보이고 상영 시간 112분 동안 재미와 웃음을 안겨준다. 로맨스 코미디 영화에 일가견이 있는 록 허드슨의 연기와 강짜를 부리면서 매력을 발산한 지나 롤로브리지다의 연기가 함께 어우러져 로맨틱 코미디의 정수를 보는 것 같다.

록 허드슨은 ‘자이언트’, ‘무기여 잘 있거라’ 영화로 한국 팬들에게 잘 알려진 배우이며, 잘 생긴 얼굴에 커다란 체격이 코미디 영화가 그에게 안 맞을 것 같지만 이외에도 그는 도리스 데이와 함께 로맨틱 코미디 ‘Pillow Talk’, ‘Lover Comeback’, ‘Send Me No Flowers’에 출연하여 성공을 거둔 당대의 탑 스타 중의 한 명이다. ‘무기여 잘 있거라’는 그에게 잘 못된 선택이라 평론가들은 말한다. 그는 이 영화를 선택하는 바람에 ‘콰이강의 다리’와 ‘벤 허’ 출연을 거절 했다고 했는데 공교롭게도 이 두 영화 모두 아카데미상을 휩쓴 영화였다. 지나 롤로브리지다는 1947년 참가한 미스 이탈리아 선발 대회에서 3등을 차지했고 그 후 영화계로 진출했다. 국내에선 ‘노트르담의 곱추’, ‘솔로몬과 시바의 여왕’으로 우리와 친숙한 배우이다. 애초 영화는 주연 배우인 록 허드슨과 지나 롤로브리지다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는데 조연 배우인 바비 다린과 샌드라 디와의 영화 촬영 현장에서 싹튼 로맨스로 인하여 모든 화제는 이 두 청춘 남녀에게 모아졌다. 그리고 이들이 결혼을 발표하자 매스컴은 온통 이들의 움직임에 집중되었다. 조연 배우들이 주연 배우들의 인기를 능가한 특별한 케이스였다. 틴 아이돌의 바비 다린과 영화계의 신성 샌드라 디의 결합은 한동안 세계적인 화제였다. 무더운 여름은 갔고 9월이 접어들었다. 우리가 오랫동안 잊었던 음악 Come September를 들으면서 가을을 맞이하자.

<정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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