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국가운영철학

2022-09-13 (화) 제이슨 최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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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이 처한 안타까운 현실을 나타낸 한마디가 ‘안미경중(安美經中)’이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과 손을 잡아야한다는 의미다. 말로는 쉽지만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는 또 다른 문제다.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세계의 패권전쟁에서 중국이 미국을 넘보려하자 미국은 영원한 G1이 되기 위해 중국을 힘으로 누르고 있다. 소련이 무너지고 일본이 쇠퇴(?)의 길로 들어서긴 했지만 한국은 아직까지 그들을 무시할만한 힘을 갖지 못했고, 북한이 핵으로 우리를 위협하는 상황으로 볼 때, 한국 대통령은 험난하고 쉽지 않은 길을 가야하는 매우 고독하고 외로운 직업을 가진 사람이다.

국가를 운영하고 책임진다는 것은 외줄타기를 하는 곡예사처럼 힘겹고 어려운 일이다. 한국정치가 크게 민주화되었고 발전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전직 대통령 감옥 보내거나 욕하는 것이 국민 스포츠처럼 된 요즘, 여야를 떠나 모든 국민들로부터 존경 받을만한 ‘국가운영철학’을 가진 탁월한 지도자가 나와야할 때다.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지만 이끌어가는 것은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이기 때문이다. 힘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의 무능은 범죄다.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조기안 박사가 일생을 바쳐 헌신한 공직생활의 경험과 여러 대학에서 강의했던 내용들을 모아 ‘국가운영철학’이란 책을 출간했는데 한국에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필자가 이 책을 읽고 느낀 소감은, 정치와 외교학을 전공하는 교수나 학생, 국회의원, 특히 고위 공직자로부터 모든 공직에 근무하는 공무원들, 국가 발전에 관심이 많은 일반 지식인들은 꼭 한번 읽어볼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약하면, 국가의 운영은 단순하지 않을 뿐 아니라 매우 복잡하다. 작은 이슈도 쉽게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민주주의가 발전할수록 국민 의식수준은 높아지고 각종 이슈에 대한 관점은 첨예하게 대립하게 된다. 따라서 국가운영과 관련된 ‘철학적?윤리적’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세가지 이슈에 대해 저자는 역설했다. 첫째는 정치철학적인 주제로서 ‘자유민주주의와 사회주의’ 그리고 양대 이념에서 핵심 개념인 ‘자유와 평등’의 문제를 다루었고, 둘째는 법철학적 주제인 ‘정의의 문제’를 다루었으며, 셋째는 행정에 있어서의 ‘윤리성’문제와 ‘공익이론’ ‘공공가치’ ‘공직자윤리’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었다.

공정과 정의, 법과 원칙! 정치인들이 선거 때마다 귀가 따갑도록 부르짖던 말이지만 지금 우리 사회가 그들의 외침처럼 공정한 사회가 되었는가는 생각해볼 일이다. 오늘날 정의론에서는 ‘자유주의적 정의론’이냐 ‘공동체적 정의론’이냐 하는 이분법적 논란이 있긴 하지만 국민들의 의식 수준 향상과 함께 많은 관심이 제고되어왔으나,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고, 집단 이기주의와 사익을 추구하는 데만 몰두했다. 역대 대통령 국정철학 변화 연구를 보면 경제는 박정희, 민주주의 사상은 김영삼, 남북 화해와 냉전극복은 김대중, 분배정의는 노무현 시대에 강조되었던 것으로 나타났으며, 우리 사회는 국가가 국민의 일상적 행동을 규제하던 것에서 점진적으로 자유를 증대시키고 다양성을 용인하는 방향으로 발전되어왔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는 좌우의 이념대립이 남아있고, 자유의 소중함과 이에 대한 정당화가 필요한 반면에 양극화 해소 또한 중요한 과제가 되어있다.

조기안 박사가 ‘국가운영철학’에서 하고 싶은 말은 “훌륭한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라는 철학적 한마디가 아닐까 싶다.

<제이슨 최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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