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직도 우리의 소원은 통일입니까?

2022-09-12 (월) 이영묵 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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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소련 대통령이었던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91세로 세상을 떠났다. 그러면서 동서냉전의 종식의 상징인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장면이 떠올랐다. 그리고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는 것은 그 장벽을 허물어뜨린 것은 서독 자유 시민이 아니고 동독 사람들이고 당시 장벽을 지키던 동독 경비병은 그저 당황해하면서 멍하니 서있었다.

그런데 여기에 연관된 근래 동서독 통일 30주년을 맞이하여 통일비용을 보았고, 그 보고를 보니 참으로 고비용이 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통계 수치를 보니 서독이 동독에 그동안 쏟아 부은 돈이 총 1조 유로라고 한다. 한국 돈으로 약 1,350조원이고 2017년 대한민국 일년 정부 예산이 428조이라고 하니 다시 말해서 대한민국 정부 예산 약 3년 치를 쏟아 부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도 동독의 현 수준이 서독의 약 80% 정도라고 한다.

내가 왜 이런 자료를 들먹거리느냐 하면 지금 한국에서 문재인 정부가 여러 면에서 성토를 당하고 있다. 그러나 그 근본 원인을 찾아보면 결국 모든 것은 하나이다. 즉 그 정권이 5년 동안 한 것이란 결국 모든 것이 북한과의 평화통일이라는 목표를 향해서였고 그래서 그 행위의 종점이 바로 평화통일이란 종점에 도착하게 된다는 말이다.


나는 육이오의 피해를 몸소 경험한 세대이다. 우리 집안은 조부와 백부가 납치되고 자산은 거의 다 없어졌다. 그래서 공산당의 만행을 경험하였기에 1.4 후퇴 때에 서둘러 부산으로 피난한 사람이다. 그리고 학생시절 북진통일 데모에 열심히 참여한 사람이다. 그러나 이제 70년이나 지난 이야기이다. 이젠 민주화 세대들이 떠드는 평화통일이 가능성이 있느냐 따지기 전에 통일 비용 같은 걸 생각이나 하고들 있느냐, 모두 생각해보자 말하고 싶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동서독 통일 당시 동독은 동구권 중에서 제일 잘 살았지만 일인당 소득이 약 1만700달러 였고 서독은 2만5,000달러 정도였다. 동독인들 수입이 서독의 42%였다. 그런데도 통일비용이 1,350조원이 들었고 그래도 동독은 아직도 서독의 80%까지밖에 도달하지 못했다. 그런데 현재 남한과 북한의 GNP를 비교하니 남한은 164조600억 달러이고 북한은 400억달러이다. 다시 말해서 남한 총 GNP의 2.4%이다. 동독의 42% 수준을 80%까지 끌어 올리는데 1,350조원이 들었다고 하니 2.4%의 북한을 동독과 같이 80%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데는 몇 천 조원이 아니라 조의 단위 1,000배인 경 그것도 몇 경 아니 몇 십경이 들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통일 비용을 생각하면 현재로서는 통일은 대박이 아니고 쪽박이다. 20-30대 청년들은 이미 그 통일 비용이 곧 남한의 파산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듯하다. 통일 전망 설문조사에서 제일 가까운 장래가 2030년이고 대부분은 2040 또는 그 이후로 보고 있다. 통일 반대는 바로 이야기 못하고 그저 내 시대에 고비용이 드는 통일은 싫다는 간접 표시이다. 나는 이 시점에서 두 가지를 모두 생각하자고 말하고 싶다.

첫째 베를린 장벽을 무너트린 사람들은 동독사람이지 서독사람이 아니다. 또 하나 대단히 비극적인 사실이지만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 집권하고 있는 한 으르렁거리는 제스처는 쓰지만 전쟁은 안 일어난다. 오히려 김정은이 죽고 군부의 집단들이 정권을 잡으면 오히려 전쟁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한국 사람으로 그 누가 통일을 원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지금은 아니, 가까운 장래에도 해서는 안 된다. 그저 김정은이 집권하면서 장마당 세대들 그리고 핸드폰 세대들이 어서 어서 성장하고 확대하기를 기다리자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평화통일자문회의도 인권회복위원회쯤으로 그 역할을 바꾸면 어떨까? 지난 정권처럼 평화통일 운운하며 너무 조급해하지 말자.

<이영묵 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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