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갈등의 시대

2022-09-09 (금)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작게 크게
인류 역사상 가장 첨예하게 두 진영으로 나뉘어 갈등하였던 시대가 냉전이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두 집단으로 나뉘어 서로 왕래도 하지 않았던 냉전시기에는 전쟁이 많지 않았다.

그런데 냉전의 한 축이었던 소비에트 연합이 붕괴하였고 이 과정에서 혼란과 전쟁이 속출하였다. 또 냉전기간 제3세계를 지향했던 중동과 아프리카, 중남미에서도 냉전이 해체되면서 정국혼란, 내전, 그리고 국지전이 폭발적으로 일어났다. 그리고 소비에트 연합의 붕괴 후 미국 중심의 반 소비에트 진영도 결속력이 급격히 떨어졌고 미국과 유럽에 대한 3세계의 테러가 급격히 늘어났다.

사실 미국과 유럽은 냉전이전부터 제3세계를 식민지로 삼거나 독립국가 인정 후에도 자신의 영향력에 두거나 군사적 거점으로 삼기 위하여 신식민지 정책을 취하였다. 이 과정에서 독재정권들을 지원하였고 해당국가의 민중들은 독재정권에 저항하고 또 미국과 유럽에 대한 테러 형태의 공격을 하였다.


과거 냉전의 시기에는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이라는 두개의 체제 이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런데 냉전이 해체되고 이념이 쇠퇴하자 냉전 때의 좌우 진영이념이 국가 안의 진보와 보수의 대립 혹은 반정부주의로 나타났다. 1995년 티모시 멕베이가 미국의 연방정부를 사회주의 집단이라며 오클라호마 연방정부청사를 폭파시켜 168명이 사망하고 680여명이 부상을 당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라와 나라사이의 이념 대립이 이제는 나라 안으로 들어와서 심각한 이념 대립의 홍역을 치르고 있다. 미국도 공화당은 민주당을 사회주의 공산주의자라고 공격하고 민주당은 공화당 진영을 파시스트라고 공격하고 있다.
세상 모든 만물은 내부적으로 갈등의 요소를 가지고 있다. 물은 두 갈등이 팽팽히 균형을 이루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온도와 압력을 변화시켜 흩어지려는 힘이 커지면 수증기, 끌어당기는 힘이 커지면 얼음이 된다. 인간사회도 마찬가지다. 기존의 제도를 유지하려는 세력과 기존의 제도를 바꾸려는 세력이 균형을 유지하지 않고 뭔가 변화하려고 하면서 갈등이 격화되어 분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갈등이 분쟁으로 나타났을 때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다. 그리고 해결을 폭력적으로 할 것인가 평화적으로 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그 사회와 지도층의 철학에 달려있다. 안타깝게도 지금 인류는 많은 갈등을 폭력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바로 전쟁이다. 그러나 전쟁은 갈등을 더욱더 증폭시킨다. 그래서 세계의 지도자들이 중재하고 평화적인 해결을 유도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자꾸 싸움을 붙이게 되면 종국에는 싸움이 더 확대되게 된다. 그래서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을 우리는 더 우려해야 한다.

오랜 기간 인종차별을 받던 흑인들의 민권투쟁을 미국의 지도자들은 평화적 방법인 민권법으로 해결하였다. 그러나 민권법 제정 60년이 되어가면서 다시금 미국은 갈등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역사를 거꾸로 돌려 민권법을 부정하고 이민자와 유색인들을 차별하는 힘이 거세지고 있다.

이 문제를 평화적인 방법이 아닌 폭력적인 분쟁으로 격화시켜 자신들의 정치적인 입지를 굳히려는 정치 지도자가 있다면 그들이 선거에서 당선되지 않게 하여야할 것이다. 그러지 못하면 우리는 3세계에서나 볼 수 있었던 내전이라는 불행한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바로 이 문제를 미국의 정보기관, 사회연구소, 정치인들 그리고 여러 언론이 경고하고 있다고 8월30일 블룸버그 통신이 기사화했다.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