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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 칼럼] 학자금 대출 탕감에 관한 두 가지 질문

2022-09-07 (수)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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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대다수 학생들의 학비 대출금을 1인당 1만 달러, 일정한 자격을 갖춘 저소득자의 경우 2만 달러까지 탕감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바이든이 제시한 부채탕감 규모는 진보주의자들의 기대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일반적인 예상보다는 후한 편이다. 법적 다툼에서 살아남는다고 가정할 경우 학자금 대출 탕감은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에게 대박 사건이 될 터이지만 경제 전반에 미치는 충격은 제한될 것이다.

학자금 대출 탕감에 관한 두 개의 커다란 질문이 있다. 첫째, 학자금 부채탕감은 비판론자들이 주장하듯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할까? 계산을 해보면 금방 알 수 있듯 대답은 “No”로 모아진다. 둘째, 학자금 대출탕감은 좋은 정책일까? 이 질문에는 “비교대상이 무엇인가?”라는 반문으로 답해야 한다.

첫 번째 질문부터 살펴보자. 우선 탕감 규모에 대한 감부터 잡아야한다. 인플레이션이 걱정된다면, 부채탕감과 관련해 제기되는 수천억 달러는 납세자들이 최종적으로 부담해야할 비용이 아니다. 필자는 이로 인한 경제적 충격이 크리라는 주장을 납득하지 못한다.


코비드 팬데믹 이전, 그러니까 정부가 연방 학비 대출금 상환을 중지시키기 전에 거둬들인 상환금 총액은 연 700억 달러 정도였다. 학생 부채의 대부분이 1만 달러 이상의 대형 융자의 형태를 취하기 때문에 실제 상환액은 전체 부채총액에 비해 크게 줄어든다. 기껏해야 연 수 백억 달러 정도이니 25조 규모의 미국 경제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하다. 거대한 미국 경제의 소수점 아래쪽에 대롱대롱 매달려 반올림 처리가 가능한 액수다.

원한다면 인플레이션을 부추긴 ‘미국 구제계획’과 견주어보라. 구제계획은 한 해에 1조 9,000억 달러를 지출했다. 이에 비해 바이든의 학자금 대출 탕감에 따른 연간 지출액 증가분은 미국 구제계획 비용의 1/40에도 못 미친다.

필자 혼자만 내린 결론이 아니다. 골드만 삭스의 예비 분석 역시 학자금 대출 상환금의 비중이 개인소득의 0.4%에서 0.3%로 떨어질 것임을 보여준다. 고작 이 정도로 인플레이션에 불을 지필 수 있을까?

그뿐 아니다. 바이든의 학비대출 탕감안은 팬데믹 시기의 상환금 중단 해제를 요구한다. 이렇게 되면 부채탕감으로 경제로 흘러들어가는 자금보다 빨려 나오는 액수가 크다. 그러니 비관주의자들조차 부채탕감으로 물가상승률에 소수점 아래의 증가율을 보이는데 그칠 것이라 말한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엔 이 역시 지나치게 높게 잡은 수치다.

2021년까지만 해도 (필자처럼) 인플레이션 위험을 지나치게 얕잡아 보았던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지금은 인플레 위험에 극도의 경계심을 보인다는 점에도 주목해야한다. 이처럼 연준이 눈에 불을 켜고 물가동향을 지켜보는 상황에서 부채탕감이 위험스러울 만큼 인플레이션을 자극한다는 턱없는 경고는 바이든의 계획에 무조건 반대하는 누군가가 만들어낸 허구처럼 들린다.

하지만 이게 정말 좋은 프로그램인가?

우파는 도덕적인 이유로 부채탕감에 반대한다. “대출을 받으면 반드시 갚아야한다”는 게 이들이 내세우는 논리다. 그게 대체 어느 나라 얘긴가? 미국은 19세기 이후 부채를 털어주는 파산절차를 정해 두었다. 부채에 짓눌린 개인과 기업에 재생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파산절차를 이용해 큰 혜택을 보았다. 예를 들어보자. 부동산 재벌인 도널드 트럼프가 소유한 기업들은 여섯 차례나 파산 신청을 했다. 팬데믹 기간에 상당수의 기업 오너들이 받은 정부대출 역시 탕감됐다.


설사 학자금 부채가 있다 해도 그로 인해 팬데믹 유행기간에 특별히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다는 지적이 나올 법 하다. 맞다. 하지만 그들 중 상당수는 영리대학의 마케팅 꼼수에 걸려들어 대출금을 날렸다. 수백만 명의 졸업생들이 부채만 잔뜩 짊어진 채 글로벌 금융위기로 황폐해진 노동시장으로 들어섰다. 그러니 학자금 대출 탕감을 ‘무작정 퍼주기’로 생각하지 말아야한다. 전부는 아닐지라도 부채탕감으로 혜택을 보게 될 대상 가운데 상당수는 그들이 통제할 수 없는 위기상황의 피해자이다.

바이든의 부채탕감이 이 같은 피해자들에게 재생의 기회를 제공할까? 최소한 어느 정도는 그럴 것이다. 학창시절 학자금을 대출받은 졸업생들이 부채의 사슬에서 자유로워질 경우 더 좋은 일자리로 옮겨가고 소득 역시 늘어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믿을만한 증거가 있다. 소득증가는 당연히 미래의 세수 증가로 이어진다. 부채탕감에 따른 경비는 지금 여러분이 듣는 수치보다 훨씬 낮아질 것이다

물론 재정경비가 아주 없지는 않다. 그렇다면 이게 납세자들의 혈세를 사용하는 최상의 방법인가? 앞에서도 말했듯 문제는 “무엇에 비해?”이다.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필자는 성인보다 어린이들을 위해 예산을 사용할 것이다. 한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바이든의 원래 지출안이 부양자녀 가정 지원에 큰 비중을 두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바이든의 오리지널 플랜은 의회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반면 부채탕감은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통해 집행이 가능하다.

학자금 대출탕감이 대학 교육을 받지 않은 근로계층의 미국인들에게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공화당의 아우성에 대한 대답은 이렇다. 그럼 공화당은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부유층 감세 이외에 그들을 위해 하는 일이 있기는 한가?

그러니 앞뒤가 맞지 않는 수치를 내밀어가며 인플레이션을 끄집어내 겁주기를 시도하는 무리들의 아우성은 무시해야한다. 지금은 정치적 현실이라는 측면에서 바이든의 플랜을 평가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학자금 대출 탕감은 썩 좋은 플랜이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은 현재 뉴욕 시립대 교수로 재직중이며 미국내 최고의 거시경제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예일대학을 졸업하고 MIT에서 3년 만에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뉴욕타임스 경제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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