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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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디아스포라의 역량강화

2022-09-07 (수) 노재화 사회학자 전 성결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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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19일, 뉴욕 퀸즈한인회가 주최한 전후석 감독의 다큐멘타리 ‘초선’(Chosen)의 특별시사회와 ‘감독과의 대화’ 시간을 수많은 관중과 함께 했다.

전 감독은 특별한 이력의 소유자로서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내고, 다시 미국 대학에서 영화와 법을 전공한 30대 후반의 변호사이자 영화감독(미국명 조셉 전)으로 한인 디아스포라의 차세대 주목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성장과정에서 미국과 한국을 수차 오가면서 ‘나는 어떤 코리안일까’라고 항상 자신의 정체성에 대하여 의문을 던지면서 살아온 것이 이 다큐를 제작하게 된 동기라고 하였으며, 이번이 두 번째 작품이다.

‘초선’은 1800년대 조선(Chosen)이 서양에 소개되었던 그대로의 이름과 영어 choose의 과거형 chosen이며, 다큐에 등장하는 한인 정치가들을 지칭한다는 것이다. 그의 첫 작품으로는 사회주의 국가 쿠바의 한인 디아스포라의 삶을 중심으로 ‘헤로니모’를 제작했고, ‘당신의 수식어’(더 큰 세상을 향한 전후석의 디아스포라 이야기)라는 저서도 있다.


이 다큐는 한인들의 트라우마로 기억되고 있는 4.29 LA 폭동에서 시작된다. 한인들의 정치적 역량을 신장해야한다는 목소리를 대변이라도 하듯이 미 연방하원 선거에 출마한 5명(메릴린 스트릭랜드, 영 김, 미셸 박 스틸, 앤디 김, 데이빗 김)의 한국계 후보자들의 선거 캠페인의 전 과정을 밀착 취재하였고, 이 땅에서 마이노리티로서 한인 디아스포라의 삶이 얼마나 처절하고 힘드는 일인가를 생생하게 담았다. 선거결과 4명이 당선되고 데이빗 김은 낙선했다.

절대 다수의 백인들과 흑인들의 2중 3중의 갈등 속에 전 세계 한인 디아스포라 780만명 중에 미국의 192만명이 설 땅이 어디며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곱씹어볼 수 있는 동기도 부여되었다. 또한 아시안 65세 이상의 약 50%와 젊은 층의 약 80%는 미국사회에서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더 가디언, 미국판)는 현실 속에서 자신의 바른 가치관을 피력하면서 다민족 미국사회를 이끌어보겠다는 굳은 의지에 찬사를 보낸다.

특히 데이빗 김을 통해서 보수적인 목사의 아들과 LGBT로서의 부모와의 갈등, 아직은 유권자들의 곱지 않은 시선, 세대 간의 대화 단절 등, 가치관의 혼란 속에서 이 1.5세, 2세의 디아스포라들의 심적 고충은 얼마나 깊을까 하는 등 많은 문제가 노출되면서 측은하기까지 하였다.

한인 1세대와 달리 1.5세대, 2세대는 미국의 다인종 다문화사회에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을 찾기란 쉽지 않다. 즉, 디아스포라로 살면서 어떻게 정체성을 유지하고 강화할 것인가가 최대의 과제이자 난제이다. 우리의 정체성에는 반만년의 역사와 전통, 우수한 문화와 문명을 이루어온 한국인으로서 자아성찰과 인간의 존엄성, 인류의 보편적 가치 추구, 긍정적 자아정체성이 재정립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가정에서부터 우리의 역사와 한글, 전통 문화를 배워야하며, 한인 2세들의 일부 편중된 직업을 탈피하여 전 분야에서 우수한 인재로 길러져 우리의 역량을 키워나가야 하지 않을까? 이에 대한민국 정부에도 해외동포에게 적극적인 협력과 지원이 요청된다. 특히 근자에 와서 한글, K팝, K푸드, K뷰티, 1-4차 산업에까지 한국의 정신문화와 물질문명이 글로벌 환경 속에 각광을 받고 있으니 이 또한 다행한 일이 아닌가.

유대인들은 2,000여년간 나라 없는 디아스포라로 살아가면서도 부모의 밥상머리 교육과 하브루타 학습방법으로 그들의 정체성을 유지 신장하면서 세계인구 중 0.2%가 노벨상 수상자 약 28% 배출한 현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보자.

<노재화 사회학자 전 성결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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