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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송산책] 추억의 영화 음악 Sunflower (해바라기) (2)

2022-09-02 (금) 정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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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송산책] 추억의 영화 음악 Sunflower (해바라기) (2)
마르셀로 마스트로야니는 La Dolce Vita 출연 이후 Latin Lover란 닉네임을 얻었다. 이 별명의 의미는 지중해 연안이나 라틴 아메리카 출신 중 연인에게 로맨틱하고 열정적인 남자에게 부여하는 명칭이다. 그의 별명 답게 함께 공연한 상대 여배우와의 염문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이미 아내가 있었다. 그의 부인 Fiona Carabella는 남편의 화려한 여성 편력에 지쳐 별거 생활에 들어갔다. 해바라기 영화를 촬영할 때는 미국의 여배우 Faye Dunaway와의 염문으로 동거한 상태였으며 Faye Dunaway는 진심으로 그를 사랑했고 그와 결혼하여 아기를 갖고 싶었지만 마르셀로 마스트로야니는 거절했다. 그 이유는 카톨릭 신자로 아내와 이혼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2년간의 오랜 기다림에 지친 Faye Dunaway는 포기하고 미국으로 떠났다. 그 후 마르셀로 마스트로야니는 4년간 함께 동거한 Catherine Denuve, 남과 여의 Anouk Aimée, Claudia Cardinale, Ursula Andress, Loren Hutton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여성들과 끊임없는 스캔들로 유럽 대륙을 뜨겁게 달궜다. 본인은 그 별명을 달갑지 않게 여겼지만 그의 여성 편력은 영화계의 최고 뉴스 감이었다. 로버트 테일러에 조지 크루니를 가미한 듯한 그의 용모에 함께 공연한 여배우들은 거의 대부분 그의 매력에 쉽게 빠져들곤 했다.

해바라기 영화는 네 개의 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 1막은 두 남녀의 만남과 허니문, 제 2막은 제 2차 대전 중 러시아 전선에 투입된 남자의 실종, 제 3막은 러시아에서 실종된 남편을 찾아 러시아 전역을 헤매는 아내의 모습, 제 4막은 헤어진 남편과의 재회, 그리고 또 다시 이별하는 드라마이다. 중요 장면마다 백그라운드로 연주되는 테마송은 우리들의 마음을 무한한 꿈의 세계로 이끌어 간다. 테마 음악이 그때 그때 장면의 감정을 잘 묘사해준다.

Henri Mancini는 카네기 멜론 대학과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원래 클래식 음악을 전공했으나 그 당시 유행하던 빅밴드 오케스트라 음악에 심취하여 다른 음악을 찾고 있을 때 당시 빅밴드 최고의 오케스트라 지휘자 Glenn Miller를 알게되어 그의 추천으로 18세 나이에 공군에 입대하여 Airforce Band에 합류한다. 그 곳에서 미국의 새로운 대중 음악을 접하고 익혔다. 그 이듬해 밴드 리더이자 그의 멘토인 Glenn Miller가 비행기로 이동 도중 영불 해역에서 실종되어 그의 밴드는 해산되었다. 제대 후 Henri Mancini는 Glenn Miller 밴드가 새로 편성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1946년 피아니스트겸 편곡자로 합류하여 본격적인 대중 음악가로 들어서게 된다. 6년간의 밴드에서 활동을 마치고 1952년 유니버셜 영화사 국제 음악부에 입사하게 된다. 여기서부터 그의 영화 음악 대장정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는 98개의 영화 음악을 담당했으며 미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영화 음악가로 성장하게 된다.

Henri Mancini는 이탈리아 혈통이나 미국에서 태어나고 미국 대중 음악을 듣고 성장하여 그의 음악에는 이탈리아 색채가 거의 없다. 그의 첫 작품 The Raiders를 비롯하여 Summer Love, Operation Petticoat, 한국인들에게 친숙한 영화 Hatari와 Charade, 술과 장미의 나날들, Pink Panther, Moon River 등 모두 미국 음악의 향기가 담긴 음악들이다. 한마디로 우리들 귀에 친숙한 이지 리스닝 계열의 음악들이다. 1970년 작 해바라기는 전혀 다른 칼라의 분위기이다. 유럽풍의 은은한 멜로디 바탕에 슬라브 음악의 특유한 우울함이 가미되어 전혀 다른 새로운 음악이 창조되었다. 중요 장면마다 연주되는 테마 음악은 어두운 색채가 전체 분위기를 이끌어가고 들을수록 다시 듣고 싶어지는 매력을 가졌다. 특히 실종된 남편과 3년만에 재회했지만 이미 그는 소련 여자와 결혼하여 딸 하나를 가진 상태라 체념하고 이탈리아로 돌아오는 열차에서 오열하는 장면과 라스트씬에서 나오는 테마 송 등은 가히 우리들을 영화 속에 빠져들게한다. 이 음악은 다시 한번 Henri Mancini의 뛰어난 변신을 보는 것 같다. 어떤 주어진 스토리에 딱 어울리는 음악을 산출해내는 그의 재능과 천부적인 감각은 과연 헐리우드 음악이 배출한 가장 위대한 음악가라 하겠다. 그런 그의 음악 능력에 우린 찬사를 보내고 또 그의 음약 속에서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그 무엇을 발견하기도 한다. 짜임새있는 스토리에 영원히 기억할 만한 음악이 담긴 영화 해바라기는 언제봐도 또 다른 그 무엇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런 연유로 다시 이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닐까? (끝)

<정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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