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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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 이냐, 짐 이냐

2022-08-17 (수) 김용현 한민족평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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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면 삼키고 쓰면 뱉고-, 국제관계에서는 친선이나 우방 같은 수식어 뒤에 철저하게 자국의 이익이 도사린다. 지금 이 시간에도 전쟁이 계속 중인 우크라이나가 처음서부터 러시아와 원한관계는 아니었다. 두 나라는 오랫동안 밀월관계에 있었는데 레닌과 함께 볼셰비크 혁명을 주도한 트로츠키나 70년대 소련 최고 권력자였던 브레즈네프도 우크라이나 출신이다.

우크라이나는 기름진 곡창지대이지만 스탈린의 폭정과 집단농장화로 1932년에는 몇백만 명의 우크라이나인이 기아로 숨지기도 하였다. 그리고 1991년 소련연방이 해체되고 우크라이나가 서방에 가까워지면서 나토 가입까지 원하게 되자 러시아는 무자비하게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미, 중간 정면충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다수의 미국 지도층마저 반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펠로시 의장이 대만 방문을 강행한 것은 무책임한 개인기의 발동이었지만 그 바탕에 중국을 포위하려는 미국의 태평양 전략이 있는 것은 물론이다.


미국은 제2차 대전 후 동맹관계였던 장제스의 대만과 비정하게 단교를 하고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며 중국과 수교를 했다. 그때만 해도 중국의 광대한 소비시장을 내다본 자국의 이익 때문이었다. 그 뒤에 미국은 중국이 패권국가로 성장하는 것을 막기 위해 내팽겨 쳤던 대만과 다시 친선관계를 복원했다.

살아가다 행운을 만났을 때 ‘봉 잡았다’라는 말을 한다. 이때 ‘봉’은 상상 속에나 있는 봉황새를 의미한다. 그러나 또 내기나 노름에서 순박하고 어리석어 돈을 잘 잃는 사람을 ‘봉’이라고 하며 그런 사람을 만났을 때 흔히 ‘봉 잡았다’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어느 한나라가 어느 때는 봉이 되고 어느 때는 짐이 되기도 하면서 국제관계는 현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오늘로 취임 100일을 맞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도가 위험수위를 넘고 있는데 대통령 본인의 문제가 근본 원인인 것으로 알려져 국민들의 걱정이 크다. 그러자 지난 달 미국의 한 매체는 ‘미국이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윤석열 정부가 너무 빨리 바이든 정부의 짐이 되고 있다고 했다.

짐이 되고 있다니, 불쾌한 소리이기는 하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의 일부 보수언론이 ‘그 기사는 한국계 미국인 교수가 썼느니, 미국 현지인의 시각과는 다르니’하며 폄하한 것은 용렬하기 짝이 없다. 이는 200만 미주한인들의 위상을 크게 깎아 내린 처사이고 기자의 출신과 인종을 문제 삼은 것은 사대주의와 편향주의에 찌들어있는 한국 보수언론의 민낯을 그대로 들어낸 행태였다.

지난 5월 바이든 대통령이 미처 아무런 외교 전략도 마련 못한 윤석열 대통령을 서둘러 찾아가 이것저것 청구서를 내놓고 간 것은 윤석열 정부를 봉으로 안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미국은 동맹이라 그렇다 치고, 중국과 일본의 눈총을 받으며 헤매는 사이 일흔 일곱 번 째 광복절을 보낸다. 또 다시 한국이 누구의 봉이 되어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짐도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도 어서 한민족은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광복이다.

<김용현 한민족평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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