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A 섄틸리 롯데 옆에 ‘캐롬 당구장’ 오픈
캐롬 당구장’을 운영하는 김성길 대표.
대한당구연맹의 공식 국제대회용 대대 당구대에서 3쿠션을 즐기고 있다.
싸늘하다. 쵸크 칠을 하는 소리만 적막을 깨고 비수처럼 꽂힌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 없다. 손은 눈보다 빠르다. 매끈한 큐대를 잡고 당구대에 기대선다. 조명을 받아 빛나는 흰 공과 붉은 공은 한 치의 움직임도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사람들의 머릿속에서는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며 수만 가지 길을 만들어낸다. 오른쪽으로 돌려 길게 뒤로 뺄까, 아니면 구멍을 공략해 짧게… 한 순간 푸른 바다에서 고래가 튀어 오르듯 선명하게 길이 그려지면 과감하면서도 부드럽게 샷을 날린다. 마치 슬로우 모션의 한 장면처럼 쵸크 가루를 날리며 회전하는 흰 공은 붉은 공은 맞고 한번, 두 번, 세 번 완벽한 3쿠션에 이어 노란 공과 만난다. 지켜보는 사람들의 환호와 탄성이 터지고 승자는 “띵동~” 벨을 누르며 외친다. “아줌마, 났어요.”
---------------------------------------------------------------------------------------------------------
4천 스퀘어피트에 최신 시설… 4구·3구 당구대 10대 구비
50·60대에 여성 고객들도 붐벼
자장면·즉석라면·맥주와 안주 등 다양한 메뉴
#쾌적한 분위기와 시설
젊은 시절, 쵸크 칠 좀 해봤다면 충분히 공감할 만한 추억이다. 미국에서 당구라고 하면 포켓볼을 먼저 떠올리지만 한인들에게는 4구 또는 3구 쿠션볼이 진짜 당구다. 지난달 25일 버지니아 섄틸리에 문을 연 ‘캐롬 당구장’(Carom Billiards)은 한국식 당구의 화려한 귀환을 알렸다.
4천 스퀘어피트의 넓은 실내 공간에 4구 전용, 대회용 3구 당구대 등 모두 10대의 당구대가 자리하고 있다. 담배 냄새나고 칙칙했던 예전의 당구장이 아닌 쾌적한 클럽,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직접 당구장을 운영하는 김성길 대표는 “당구가 좋아서 당구장을 차렸다”고 했다.
김 대표는 “미국에서도 한국식 4구, 3구 당구를 즐기기 위해 여러 곳을 찾아다녔지만 시설이나 분위기 등 모든 게 실망스러웠다”며 결국 지인과 함께 직접 당구장을 차리기로 결심하고 4년여 준비 끝에 마침내 ‘캐롬 당구장’을 오픈했다. 그는 “한국에서도 보기 힘든 최첨단, 최신 시설을 갖추고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자신하며 “비즈니스의 성공도 중요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당구를 보다 많은 분들과 함께 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 엄마와 아들이 함께 찾는 곳
김 대표는 “최근 한국에서 당구가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며 “골프에 빠졌던 50~60대가 예전의 추억을 회상하며 다시 큐대를 잡고 있다”고 했다. 그는 “당구는 다른 어떤 스포츠와 비교할 수 없는 마성의 재미를 제공한다”고 극찬하며 “한번 당구에 빠지면 매일 당구장을 찾아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레트로 감성, 복고열풍에 힘입어 4구 당구가 생소한 10~20대들도 당구장을 찾고 있으며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다. 비디오 게임에 빠져 방에서 나오지 않던 중고생들이 친구들과 당구를 치면서 사회성도 기르고 한층 밝아졌다고 한다.
또한 당구는 힘이나 체력이 아닌 집중력과 기술로 승부하는 게임인 만큼 여성들에게도 인기다. 당구장이 오픈한 날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찾아오는 단골 가운데 여성도 적지 않고 엄마와 아들이 함께 게임을 즐기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 가성비 최고에 사시사철 즐겨
게임비용은 인원수와 상관없이 시간당 4구는 19.85달러, 3구는 21달러다. 보통 3~4명이 함께 치는 만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가성비 최고의 게임이 아닐 수 없다. 당구장에서 만난 한 남성은 “물가도 오르고 모든 게 부담스러운 시기에 당구는 큰 위안이 된다”며 “골프 한번 치려면 미리 약속을 잡고 장비도 챙겨야 하고 이런저런 비용도 많이 드는데 당구는 친구들과 게임비 내기를 해도 큰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당구가 건강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들도 인기몰이에 한몫하고 있다. 인근 주민이라고 밝힌 60대 남성은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춥든 덥든 날씨와 상관없이 실내에서 즐기는 당구는 쾌적한 환경에서 관절에도 무리가 가지 않는 안전한 운동”이라며 “이 나이에 지인들과 만나 별로 할 일도 없었는데 당구를 치면서 다시 젊은 시절도 돌아간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몸만 쓰는 게 아니라 머리를 써야하는 만큼 치매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들었다”며 “한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은퇴 장소는 바로 당구장 옆 집이라는 말도 있다”고 말했다.
# 다양한 먹거리… 새벽 2시까지 운영
새로 문을 연 당구장인 만큼 모든 시설과 장비는 신상으로 구비돼 있다. 국제대회에서 사용되는 할리우드 당구대를 비롯해 프로당구협회(PBA)에서 승인한 당구공, 큐대 그리고 당구대마다 터치 스크린으로 점수를 기록하는 최첨단 장비를 갖추고 있다.
당구장을 찾는 또 다른 재미는 서비스로 제공되는 음료(야쿠르트)뿐만 아니라 당구장에서 시켜먹는 자장면이다. 캐롬 당구장에는 음식과 음료를 제공하는 바가 있어 간단한 안주와 맥주도 제공된다.
자장면은 물론 장어덮밥, 명태강정, 양념멸치구이, 치킨 윙, 나초, 만두, 핫도그, 어묵바 등 다양한 메뉴를 비롯해 건강 즙, 한국 전통차, 커피도 제공된다. 또한 서울의 한강 고수부지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즉석 라면이 인기다. 한국 드라마를 통해 많이 알려진 ‘한강 라면’을 맛보기 위해 일부러 당구장을 찾아오는 손님도 있다고 한다.
매일 오후 1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운영된다. 대부분의 식당이나 카페가 일찍 문을 닫는 만큼 늦은 시간 마땅히 갈 곳이 없다면 캐롬 당구장이 훌륭한 대안이다. 당구를 치지 않더라도 가볍게 맥주 한잔 또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장소다.
캐롬당구장 (240)421-1867
13939 Metrotech Dr. Chantilly VA
영업시간 오후 1시~새벽 2시
<
유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