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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마이클 버리

2022-07-28 (목) 임석훈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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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초 미국 헤지펀드 사이온에셋의 창립자인 마이클 버리가 자신의 트위터에 “나는 테슬라 하락에 베팅했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테슬라 주가가 크게 부풀어 오른 수플레 케이크 같다며 ‘#TeslaSouffle(테슬라수플레)’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버리는 “지난 모기지 사태 당시 아무도 내 말을 듣지 않았다”며 “이번에도 누구도 믿지 않겠지만 주의를 줬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글을 남긴다”고 썼다. 버리의 경고에 테슬라 주가는 약 한 달 만에 고점 대비 30%이상 급락했다.

버리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정확히 예측해 명성을 얻은 월가의 큰손이다. 그는 2005년 미국 주택 시장에 거품이 끼었다는 것을 간파하고 모기지 폭락에 베팅해 천문학적인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다. 버리는 모기지 대출 관행에 대한 분석을 통해 부동산 버블이 빠르면 2007년 붕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의 일화는 2015년 ‘빅쇼트’라는 영화로 만들어졌다. 증시에서 쇼트는 공매도를 의미한다. 배우 크리스찬 베일이 버리 역으로 열연했다.

1971년 캘리포니아 샌호세에서 태어난 버리는 UCLA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평소 동경했던 의사가 되려고 밴더빌트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했고 졸업 이후 스탠퍼드대에서 신경외과 레지던트로 근무했다. 레지던트로 일하면서 틈틈이 주식 토론 사이트에 올린 글이 투자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자 전업을 결심했다. 2000년 사이온에셋을 설립한 버리는 과대평가된 기술주 등에 대한 공매도 위주의 투자로 큰 수익을 올렸다. 2001년부터 2008년까지 사이온에셋의 수익률이 500%에 육박했을 정도다.

버리가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문가들의 말을 믿고 주식 반등을 기대해 시장에 뛰어드는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전 세계를 덮친 인플레이션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에 섣불리 낙관하지 말고 추가 하락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둡고 긴 인플레이션 터널을 빠져나가 살아남으려면 경제주체들이 고통을 분담하면서 체질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임석훈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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