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에는 종종 폭염이 찾아오지만 이 정도는 아니다. 댈러스의 기온이 지난 화요일 109도를 기록한데 이어 다음 주에도 세 자리 수를 유지할 것이라는 예보가 나왔다.
서늘하고 비가 잦은 섬나라로 정평이 난 영국도 런던의 기온이 18일 최고 102도까지 치솟는 등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지구온난화 위협에 더 이상 다툼의 여지가 없다는 사실을 아직도 직시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정치인들 사이에 흔히 나타나는 선택적 시각장애를 앓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들은 글로벌 워밍에 따른 위협이 가시화되기까지 최소한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우긴다. 하지만 지구온난화의 위협은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다. 게다가 지금까지 족집게 경고를 해온 전문가들의 우울한 전망이 또 다시 적중할 경우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이런 판국에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은 기후변화와 관련해 바이든 행정부가 중대조치를 취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가로막았다. 맨친에 대해 길게 얘기하고 싶지 않다. 이제 몇 달 후면 그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원을 탈환하거나 공화당 후보들의 한심한 면면 탓에 민주당이 의석수를 늘릴 수도 있다. 어떤 경우건 그는 자신의 존재감을 잃게 된다. 미국 대의정치가 지닌 고질병만 아니었다면 그는 애초부터 별 볼일 없는 정치인이었을 터이다.
그가 대표하는 웨스트버지니아는 아직도 탄광업을 지역경제의 주요 산업으로 꼽는다. 하지만 탄광업이 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의료산업과 연방정부가 예산의 상당부분을 부담하는 사회복지 지원이 웨스트버지니아주 경제의 버팀목이다. 의회의 동료 의원들 가운데 에너지업계로부터 가장 많은 정치 후원금을 받는 맨친은 가족 소유의 탄광 때문에 금전적 이해상충 문제에 노출된 상태다.
그의 어이없는 행동은 돈만큼이나 허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맨친은 자신의 돌출 행동으로 거의 매달 강력한 정치적 조명을 받고 있다. 개인의 비루함이 종종 거대한 사건이나 재앙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다면 그건 역사에 무지한 탓이다.
그러나 당초 공화당이 똘똘 뭉쳐 글로벌 워밍을 제한하는 정책에 반대하지 않았다면 이 모든 일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임박한 재앙의 증거가 커질수록 공화당은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제 기후정책의 정치경제학에 관해 이야기해보자.
유권자들은 장기적 재앙을 막는데 필요한 소액의 단기경비조차 받아들이길 꺼려한다. 믿기 어려울지 몰라도 그것이 고통스런 진실이자 삶의 현실이다. 아무리 장광설을 늘어놓아도 설득은 불가능하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필자는 온실가스에 탄소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기후정책의 핵심으로 삼아야한다는 기후 전문가들의 주장에 회의적이다. 탄소세 부과가 오염문제에 대한 기본 해법인 것은 틀림없지만 현실적으로 미국에서는 적용이 불가능하다.
한가지 희소식은 눈부신 재생에너지 기술의 발달이 채찍보다 당근에 기반을 둔 대체 정치 전략의 토대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조 바이든의 “더 나은 재건계획”을 떠받치는 아이디어도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장려하기 위해 세금이 아닌 정부 보조금과 공공투자에 의존하는 것이다.
지나치게 순진한 발상인지 모른다. 물론 이런 전략은 탄소세에 중심을 둔 전략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지겠지만, 미국인들을 설득하기 쉽고, 선거구민에 새로운 부담을 지우지 않은 채 근로자들과 계약업체들에 구체적 보상을 약속하는 정책이기에 일부 공화당 의원들의 협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필자는 믿었다.
그러나 공화당과 맨친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필자는 공화당이 바이든의 실패에 올인했다고 보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청정에너지에 깊은 적대감을 갖고 있을 뿐이다.
그린 에너지와 코비드-19 정치학 사이에는 분명한 유사성이 존재한다. 많은 사람들은 팬데믹 확산을 제한하기 위한 조치에 불평을 터뜨렸다. 심지어 약간의 불편을 감수해야하는 마스크 착용에도 반발이 일었다. 그러나 백신은 미국인들이 자신과 타인을 동시에 보호할 수 있는 윈-윈 해법이었다. 백신 접종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 생각이나 했겠는가?
하지만 상당수의 공화당 정치인들과 지지자들 사이에서 기다렸다는 듯 반발이 터져나왔다. 백신접종은 치열한 당파적 이슈가 되었고 아직도 그 상태로 남아있다. 이로 인해 사망률에도 정치색이 끼어들었다. 백신이 널리 보급된 이후 민주당 우세지역인 블루 스테이트에 비해 공화당 강세 지역인 레드 스테이트에서 사망률이 훨씬 높게 나왔다.
미국의 양대 정당 가운데 한 쪽은 공익에 봉사하는 정책에 무조건 반대하는 듯 보인다. 백신접종을 지지하는 과학적 공감대가 널리 형성됐다는 사실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공화당이 과학과 과학자들에 적대적이기 때문에 오히려 방해가 된다.
조그만 주 출신 상원의원의 개인적 일탈행위보다 주요 공당의 이 같은 적대감이 지구가 불타는 와중에 우리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근본적 이유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은 현재 뉴욕 시립대 교수로 재직중이며 미국내 최고의 거시경제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예일대학을 졸업하고 MIT에서 3년 만에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뉴욕타임스 경제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