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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대응, 완벽만 고집하지 말라

2022-07-25 (월) 파리드 자카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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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스탠리 로빈슨의 SF 소설 “The Ministry for the Future”는 이렇게 시작된다. 소설의 첫 장은 인도 전역에서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폭염과 더위에 지친 우타르 프라데시 주민들의 극단적인 행동을 실감나게 묘사한다.

현 시점에서 소설에 담긴 기후변화 경고는 조금 지나치게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 지구촌 곳곳은 폭염을 겪고 있고, 시간이 지나 상황이 악화되면 얼마든지 소름끼치는 결과가 따라올 수 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대량사망보다 대량이주로 표출될 가능성이 크다. 빌 게이츠가 지적하듯 적도 인근 지역은 너무 더워 야외 노동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저소득 국가들의 가장 흔한 생계수단인 영농활동이 크게 위축된다. 결국 더위, 물 부족과 극심한 취업난에 진저리가 난 수백만 명이 유럽과 미국 등 온대지역으로 이동하기 시작할 것이다.

많은 기후 운동가들은 먼 미래의 탄소 순배출제로와 새로운 에너지원의 완전 그린화 약속에 매달린다.


그러나 우리는 당장 지금부터 배출가스를 줄여야한다. 기후협약 회원국들이 목표달성의 해로 정한 2030년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다. 그러려면 힘든 결정과 까다로운 선택을 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우리에겐 깨끗한 핵융합이라든지 장기 에너지 저장시스템 등 화석연료를 완전히 대체할 그린 테크놀로지가 없다. 완벽한 그린 테크놀로지가 나올 때까지 아무리 빨라도 10 내지 15년은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지금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그저 막연히 미래만 바라는 태도가 전 세계적인 에너지위기를 초래한 부분적 이유다. 지난 10년간 화석연료 투자는 줄었지만 이로 인한 공백을 채울 완벽한 그린 테크놀로지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서둘러 핵에너지를 축소한 독일은 석탄 발전소를 재가동하게 됐다. 원전을 단계적으로 폐쇄하고 천연가스 사용을 줄이기로 한 캘리포니아에서는 에너지 소모가 심한 백업용 디젤 발전기 숫자가 크게 늘어났다.

그럼 이제 우리가 이미 갖고 있는 기술을 이용해 향후 5년간 배기가스 축소에 진전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자.

먼저 가장 심각한 오염원인 화력 발전소의 연료를 석탄에서 천연가스로 바꿔야한다. 천연가스는 석탄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절반 정도에 그친다. 전 세계 2만9,000개의 발전소를 대상으로 실시한 서베이에 따르면 전력생산 부문에서 나오는 탄소배출량의 73%를 전체 발전소의 5%가 내뿜는다. 다시 말해 대략 1,500개의 석탄화력 발전소의 연료를 천연가스로 대체할 경우 현재 논의 중인 가장 과감한 계획과 맞먹는 배출가스 축소 효과를 낼 수 있다. 만약 서방측이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과 경쟁하고 싶다면 이런 노력에 자금을 지원할 연합체를 구성하는 것이 어떨까?

천연가스 추출, 농업, 쓰레기매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 누출도 문제다. 이런 문제는 엄격한 규정만 있으면 기술적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또한 우리는 핵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고 더욱 안전한 소형 핵발전소를 신설해야 한다. 핵에너지는 어두운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지만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 21세기 들어 핵 안전사고로 숨진 사망자는 전 세계를 통틀어 몇 명 되지 않는다. 반면 2008년부터 2017년 사이에 오일과 가스 추출작업 중 숨진 사망자 수는 미국에서만 1,500명에 달한다. 매년 석탄에서 나오는 오염물질로 인한 폐질환 사망자는 어림잡아 수백만 명으로 추산된다. 물론 기후변화 효과를 배제한 추정치다.

또한 우리는 과거 원자로 폭발사고를 낸 원전들과 달리 안전하게 디자인된 새로운 소형 모듈원전 개발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다시 한번 말하거니와 핵발전소는 배출가스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다.


여기에 덧붙여 1조 그루의 나무를 심도록 하자. 이유는 간단하다. 나무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우리는 너나없이 그레타 툰베리에 깊은 감명을 받지만 펠릭스 핑커바이너는 어떤가? 독일의 환경보호론자인 그는 아홉 살 때 각 나라마다 100만 그루의 나무를 심기로 약속하자는 신선한 제안을 내놓았고, 열세 살 때에는 유엔총회에 참석해 2050년까지 전 세계에 1조 그루의 나무를 심자며 자신이 제안했던 목표치를 상향했다.

이제 더 이상 우물쭈물하지 말아야 한다. 먼저 삼림파괴를 억제하고 가능한 한 많은 나무를, 가능한 한 빨리 심는데서 출발하자.

전혀 하자가 없는 완벽한 해법이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나무 심기는 일부 과학자들이 당초 주장했던 것만큼 효과적인 방법이 아닐지 모른다. 핵발전은 비용이 많이 든다. 천연가스는 석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역시 탄소를 배출한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이런 조치들이 탄소배출량을 대폭 축소할 뿐 아니라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일이라는 사실이다. 지금 우리는 반쪽짜리 조치를 취해야할지, 한꺼번에 문제를 해결해줄 테크놀로지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필요가 없다.

옛 말에 이르길 완벽함이 좋음의 적이 되어선 안 된다고 했다. 완벽을 고집한 나머지 그에 못 미칠지 모르지만 그래도 역시 좋은 선택을 배척해선 안 된다는 경고다. 이것이 오늘 당장 실질적이고 긍정적이며 완벽한 변화를 보고 싶어하는 모든 환경보호단체의 좌우명이 되어야 한다.

예일대를 나와 하버드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파리드 자카리아 박사는 국제정치외교 전문가로 워싱턴포스트의 유명 칼럼니스트이자 CNN의 정치외교분석 진행자다. 국제정세와 외교부문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석가이자 석학으로 불린다.

<파리드 자카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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