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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의 핵보유를 반대하는 이유

2022-07-18 (월) 정기용 전 한민신보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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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보유 집착은 가히 병적 단계에 이르렀다. 국제적 여론이나 압력에 굽히지 않고 핵무기를 사수하겠다는 그들의 저의가 시간이 갈수록 확연해지고 있다.

그동안 북의 핵무기를 앞세운 외교전술은 괄목할만 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마각이 점점 드러나고 있다. 미국 바이든 정부도 북의 속셈을 알아차린 듯하다. 반항이 더해짐에 따라 완강하게 유엔 경제제재를 조여가자 김정은 정권도 긴장하고 초조감을 노출시키고 있다.

금년 들어 20여 차례나 각종 미사일 등 병기 실험을 공개하고 곧이어 7차 핵실험까지 감행할 태세다. 심지어는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우리의 핵무기는 자위적 수단이지만 대적 투쟁에 사용할 수도 있다”라며 노골적으로 남한을 협박하기도 했다.


지난 97년 남한으로 망명한 황장엽 전 김일성대학 총장은 북한의 핵탄두가 최소 7개 정도라고 폭로한 바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이 최소한 40 내지 50여 개의 핵탄두를 은닉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은 최근 들어 미국이 가장 꺼리는 SLBM(핵무기 탑재 잠수함)과 다탄두 미사일 시범까지 보인 바 있다. 특히 다탄두 미사일은 소형 핵폭탄을 여러 개 탑재하고 목적지에 도달하여 여러 방향으로 동시에 발사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0.3킬로톤짜리 소형 핵폭탄일지라도 한 개만 폭발하면 현대식 군사 폭탄 300개가 한꺼번에 터지는 위력을 갖는다. 한반도에 20킬로톤짜리 폭탄 한두 개만 떨어지면 남북한 전체가 영구 폐허가 될 수도 있다. 김정은은 이런 가공할 핵을 과시하며 ‘평화’를 운운하고 있다. 방어를 목적으로 한 한미군사훈련마저 중단하라고 길길이 뛰고 있다.

현재와 같은 상태에서 북한의 핵보유를 국제적으로 공인하게 될 경우 어떤 파란이 일어날 것인가. 당장 북한은 첫 단계로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할 것이고 이를 계기로 상상하기에도 끔찍한 북미 간 무력충돌이 한반도에서 발발할 가능성이 크다. 다른 예측 가능성의 하나로 북한은 쉴 새 없이 남한을 직간접으로 협박하며 남한의 모든 자산, 경제산업시설 등을 볼모로 잡고 대남협박의 빌미로 삼을 것이다. 이쯤이면 한마디로 한반도는 북한의 핵무기 협박에 의해 적화통일, 북한정권의 지배하에 놓이게 되는 것이 아닌가.

남한에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북한의 핵보유를 공식화하면 끔찍스러운 파탄이 돌아올 것이 분명하다. 북한의 핵무기 집착을 남의 일처럼 무관심해서는 안된다.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인권을 수호하기 위해서라도 북한의 핵보유 만큼은 절대로 용인해서는 안 된다.

<정기용 전 한민신보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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