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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미쳤다

2022-07-18 (월) 이인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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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아 소토메이요 대법관은 자신의 대법원을 ‘악취(Stench) 나는 대법원’이라고 질타한다. 나도 그렇게 말하고 싶은 심정이다, 대법원은 최근 100년이나 집행해온 뉴욕주 총기휴대 규제법을 6대 3으로 폐기하고 49년간 여성의 권리를 지켜온 로 대 웨이드(Roe v. Wade)를 6대 3으로 폐기했다. 총기에 의한 집단살인이 줄을 잇는 요즘 총기 자체를 불법화하고 싶은 심정인데 총기 휴대규정을 강화하는 법을 폐기하는 발상은 미친 짓, 악취나는 짓이라고 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다.

낙태를 여성의 권리로 판시한 로 대 웨이드의 이슈는 옳고 그름에 대한 논쟁이 아니다. 양쪽의 주장이 모두 맞는 논리다. 특히 종교적으로 태아의 생명을 보호해야한다는 주장도 옳고, 낙태는 헌법이 보장하는 여성의 권리라는 말도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인간의 법 차원에서 논할 때는 정교분리 원칙에 따라 헌법적 해석이 우선한다. 국민의 의견 또한 중요하다. 로 판례를 지지하는 국민이 66%, 폐기에 찬성하는 여론이 34%에 불과하다.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의 절대 다수가 원하는 마당에서 의회도 그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가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로 지지 후보가 유리할 것으로 예견한다.

로 대 웨이드가 폐기된다는 말은 낙태에 관한 규제가 각 주의 법으로 관장하던 시대로 되돌아간다는 뜻이다. 낙태를 허용하는 주도 있고 임신 첫 3개월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주도 있고, 엄격하게 규제하는 주도 있다. 강간, 근친상간에 의한 임신도 낙태를 불허하는 주도 있다. 낙태를 시술하는 의사를 살인으로 처벌할 뿐 아니라 낙태를 돕는 자도 공범으로 처벌하는 법을 통과시켜놓고 오늘을 기다리는 주도 있다. 로 판례 이전처럼 낙태를 허용하는 주로 이동해서 시술하든가 무면허 시술사에게 몰래 하다가 상해를 입는 경우가 재현될 것이다. 의사에게 교통수단을 제공하는 부모나 남편도 처벌할 것인가? 낙태약을 판매하는 약국은? 낙태를 허용하는 주까지의 대중 교통수단은? 끝도 없는 법적 이슈가 꼬리를 이을 것이다.


이렇게 지탄을 받는 판례를 남발하는 대법관이 존재하는 이유는 이들을 지명하는 유유상종의 대통령으로부터 시작한다. 대통령은 4년, 길어봤자 8년간 현직에 있을 뿐이고 지명되는 대법관은 평생 봉직하는 자리인데 인준하는 상원도 어느 당이 지명하느냐에 따라서 인준여부를 결정하는 부패한 자세가 자격미달의 대법관을 생산하는데 일조한다. 로 폐기의 주역은 트럼프가 지명한 닐 고서치, 브렛 캐버노와 에이미 배럿이다. 이들은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로 판례에 대한 물음에 하나같이 정립된 판례로 존중한다고 답했다. 공화당 상원의원 미치 매코널과 수잔 콜린스는 청문회 때 솔직하지 않은 답을 믿고 인준한 걸 후회하며 속았다고 회고한다.

대법관의 자격을 논할 때 그의 법적 지식보다 그 사람의 인격을 보아야한다. 법에 관한 지식 수준은 비슷하다. 미국의 사법제도는 200여년간의 판례, 또는 그 이전 영국 판례가 적립한 법리를 따르기 때문에 대법관과 하급법원 판사의 법리적 지식에는 차이가 없다. 법학 대학원 학생이 발표하는 ‘로 리뷰’(Law Review)의 법리를 변호사들의 논쟁용으로 인용하고 법원의 판결문에도 인용할 정도로 법조계가 공유하는 법리는 평준화된 셈이다. 다만 그의 인품이 법조인의 전문성에 얼마나 충실할 사람인가가 그의 자격을 말한다.

청문회에서 위증한 대법관을 탄핵하든가 악취나는 대법원과 앞으로 최소한 20년을 동거해야 할 것이다. 대법원의 자질은 국민에게 달렸다. 자업자득이다.

<이인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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