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생명을 기다리며
2022-07-16 (토)
이보람 수필가
둘째 아이를 맞이할 날이 다가온다. 이제 임신 37주에 접어들며 아이는 언제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시기이다. 이번엔 한번 경험이 있다고 수월한 임신 기간을 보냈지만 막달이 되니 몸이 너무 무거워 한 보 걷기도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뒤뚱뒤뚱 걷는 내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하지만 이 모습도 이제 곧 끝이다.
첫째도 아직 두 살도 안된 아가인데 이 녀석이 곧 언니가 된다니 감회가 새롭다. 요즘 요구사항이 부쩍 늘어 손이 많이 가는 딸이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한 자식이다. 열 달을 꼭 채우고 내 배 아파 낳은 딸이 벌써 이렇게나 커서 내 앞에서 종알종알 말을 해대는 것을 보면 언제 이렇게 또 시간이 지났나 싶다.
다시 또 한 아이의 엄마가 된다는 사실에 설레고 걱정도 된다. 경험치가 쌓였다곤 하지만 어떤 성향의 아이가 내게 올지 모르고 애 하나 육아와 애 둘 육아는 또 다를 테니 말이다.
사람들은 아무개는 누굴 만나 인생이 피었다는 말을 자주 하곤 한다. 그런 말을 들으면 원래부터 사람들 인생은 구겨져 있는 건가 아니면 꽃이 활짝 피기 전처럼 움츠리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누군가의 삶을 활짝 피게 하는 일은 말만으로는 참 멋진 일이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나도 내 두 딸의 인생을 필 수 있게 해 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만약 그렇지 못하더라도 아이들 스스로 본인의 인생을 활짝 꽃 피울 수 있는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부모로서 갖는 작은 바람이다.
아이가 나와 남편을 부모로 맞이하는 것도 있지만 덩달아 우리와 연결된 가족들과 친구들 그리고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시대와 환경을 만나게 되는 것에 일말의 책임을 느낀다. 우리가 지금껏 살면서 구축해온 세계가 네게 어떤 영향을 줄지 그리고 새로 시작하는 아이와 어떻게 연결되어 또 다른 세상을 만들어갈지 말이다.
살면서 아이들이 바꿔가고 개척해나갈 수 있는 부분이 훨씬 많겠지만 피부색이라던지 국적이라던지 어떤 유전적인 기질이라는 건 바꾸기가 쉽지 않으니까 말이다.
처음 아이가 생긴 것을 알았을 때 우스갯소리로 내 좋은 유전자를 안 남기고 죽을 순 없으니까 애를 낳아야겠다고 했는데 이제야 나는 그 말이 얼마나 무게 있는 말인지 통감한다.
나는 누군가를 책임지는 일이 참 짐스럽고 버거운 일이라고 생각하던 사람이다. 이제 이 생명을 책임지고 세상에 내놓고 또 한 사회의 일원으로 자라게 하는 일을 도맡은 지금 엄청난 숙제를 떠안은 기분이다. 살면서 쉬운 일은 하나도 없었지만 이 엄마로서의 숙제는 정말 어려운 느낌이 든다. 그래도 나는 나름 모범생이었으니 잘 해낼 수 있겠지?
아가야, 너란 씨앗이 잘 자라서 예쁜 꽃을 피울 수 있게 엄마는 네게 기름진 흙도 되고 네가 목마를 때에 물도 되고 시원한 바람도 되고 따뜻한 햇살도 되어줄게. 사랑한다. 건강하게 곧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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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람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