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 ‘기초체력’ 15년 전과 달라 침체 가능성 낮아
▶ 탄탄한 수요가 주택 가격 지탱할 것
주택 시장이 얼어붙고 있지만 2008년과 같은 침체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로이터]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 부족 현상이 단기간에 해결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로이터]
주택 시장 침체에 대한 우려가 크다. 집값을 내리는 셀러가 눈에 띄게 늘고 있고 매물로 나오는 집이 갑자기 증가하자 주택 가격이 하락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008년 발생한 서프 프라임 사태와 같은 대규모 침체 재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온라인 금융 정보 사이트 뱅크레잇닷컴이 부동산 전문가들로부터 주택 시장 전망과 침체 가능성에 대해 들어봤다.
◇ 2008년과 ‘펀더멘털’ 달라
지난 2005년~2007년 주택 시장 모습도 지금과 비슷했다. 자고 나면 집값이 올라 있었고 누구도 주택 시장이 침체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주택 시장 거품이 하루아침에 꺼지면서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경제를 위기로 몰고 갔다.
최근에는 10년 넘게 잘 나가던 주택 시장이 갑자기 급등한 모기지 이자율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 일부에서는 주택 시장 침체를 준비해야 한다는 경고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요즘 ‘주택 시장이 과열된 것 같은데 거품이 곧 꺼질까요?’란 질문을 자주 듣는다.
모기지 대출 업체 홈포인트 파이낸셜의 필 슈메이커 대표는 “가파른 주택 가격 상승세만 보면 거품처럼 보일 수 있다”라며 “하지만 주택 시장 펀더멘털을 보면 거품으로 단정하기 힘들다”라고 분석했다. 슈메이커 대표의 분석처럼 현재 주택 시장의 펀더멘털은 15년 전과 비교해 확연히 다르다.
모기지 대출자의 신용도가 사상 최고 수준이고 주택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15년 전과 다른 점이다. 15년 전의 경우 투기성 주택 구입이 주택 시장이 쏟아져 나오면서 주택 건설업체가 경쟁적으로 집을 찍어 내는 바람에 주택 공급 과잉이 발생했고 하루아침에 주택 가격이 급락하게 만든 원인을 제공했다.
◇ 집값, 장기 펀더멘털 대비 15% 높아
15년 전 주택 시장 붕괴에 대한 악몽이 여전히 많은 사람의 뇌리에 선명하다. 수백만 명이 하루아침에 집을 압류 당해 거리에 나앉을 위기에 놓였고 주택 가격이 끝 모르게 추락하던 때다. 최근 수년간 과도하게 오르는 주택 가격을 보면 주택 시장 붕괴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켄 존슨 플로리다 애틀랜틱 대학 주택경제학자는 “주택 가격 상승 폭이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는 것은 확실하다”라며 비정상적 수준의 가격 상승세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국영 모기지 보증 기관 프레디 맥의 덕 던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시장 안정성을 지적하며 과거 주택 가격 장기 상승이 침체 원인이었던 사례를 언급했다. 던컨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주택 가격이 장기 펀더멘털보다 15% 정도 높게 형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주택 시장 내부에 문제가 있을 것이란 의심이 나오는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 집값 5% 하락 가능성 있지만 침체는 없을 것
주택 가격이 지나치게 올랐기 때문에 급락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 가운데 뱅크레잇닷컴의 그렉 맥브라이드 재정분석가는 가격 급락보다는 정체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맥브라이드 분석가는 “최근 나타난 주택 가격 상승세는 장기적으로 유지되기 힘들지만 그렇다고 급락 위험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부동산 가격은 급격히 오르다가도 하락은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하락보다는 가격 정체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예측했다.
반면 최근 나타난 모기지 급등 현상에 주택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도 있다. 경제 연구 기관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매튜 포인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23년 중반까지 주택 가격이 5%가량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포인턴 이코노미스트는 6%를 넘어선 모기지 이자율이 주택 가격을 끌어내리는 원인으로 지목하며 고정 이자율 비율이 높은 점, 모기지 대출 조건이 여전히 엄격한 점, 고용 시장이 탄탄한 점 등을 들어 주택 시장 침체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봤다.
◇ 집값 하락, 시장 정상화에 도움 돼
‘전국 부동산 중개인 협회’(NAR)의 로렌스 윤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같은 견해를 밝혔다. 윤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수급의 심각한 불균형에 의해 주택 가격 급등이 발생했을 뿐 주택 시장 침체가 곧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라며 “일부 지역에서 소폭의 주택 가격 하락이 나타나더라도 크게 우려할 현상은 아니다”라고 침체 가능성을 일축했다.
윤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가격 하락이 오히려 주택 시장 정상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크게 우려할 일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주택 가격이 떨어지면 사상 최악의 주택 구입 상황이 다소 개선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윤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가격이 급등한 피닉스를 예로 들며 “이 지역에서 주택 가격이 5% 떨어진다고 해도 전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며 전혀 우려할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 공급 부족 사태 단기간 해결 힘들어
대부분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택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올라있지만 거품이나 주택 시장 침체 발생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다음은 전문가들이 제시한 침체 가능성이 낮은 이유다. ▶ 주택 재고가 여전히 사상 최저 수준이다. NAR에 따르면 지난해 9월 2.4개월에 불과했던 매물 시장 대기 기간이 올해 2월 2개월로 더 단축됐다. 매물 시장 대기 기간이 5~6개월일 때 공급과 수요가 균형을 이룬 것으로 여겨진다. 이에 비해 최근 매물 공급은 수요 대비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당분간 해결되기 힘들 것으로 보이는 매물 수급 불균형 상황이 주택 가격을 지탱할 것이란 전망이다.
▶ 부족한 주택 공급이 단기간 내에 이뤄지기 힘들다. 수요를 따라잡으려면 신규 주택이 원활히 공급되어야 한다. 주택 건설에 필요한 부지를 구입하고 필요한 허가를 받는 절차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주택 공급 부족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 주택 가격이 본격적으로 하락하려면 15년 전처럼 공급 과잉 현상이 발생해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도 낮다. 주택 시장 침체를 겪으며 주택 건설 업체들이 신규 주택 공급을 전략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 2007년 주택 시장 침체 직전 당시 주택 구입자의 대출 자격 확인 없이 무조건 대출을 발급하는 ‘악성 모기지’가 성행했다. 그러나 주택 수요가 살아나기 시작한 2012년 이후 주택 구입자는 매우 엄격해진 대출 절차를 거쳐야만 대출을 받을 수 있었고 지금까지도 큰 변화는 없다. 대표적인 예로 모기지 대출자들의 크레딧 점수가 대폭 상승했다는 것이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2021년 4분기 모기지 대출자의 평균 크레딧 점수는 786점으로 매우 높아졌다. 주택 가격이 과거처럼 투기성 구매나 악성 모기지에 의해 부풀려졌다면 붕괴 가능성이 크지만 최근 주택 가격 상승 현상은 단순히 수요와 공급에 의한 요인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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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