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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에세이] 먼지

2022-06-27 (월) 김은영 기후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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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막 난 빈 정원에 꽃을 심고 싶었다. 인터넷으로 꽃씨를 찾았다. 첫눈에 앙증맞은 꽃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작고 노란꽃들이 꽃대에 털복숭이처럼 붙어있는데 몽둥이 끝에는 진붉은 동그라미가 그려있다. 그런데 그 이름이 ’치통꽃(toothache flower)’이란다. 이 꽃을 예로부터 치통의 진통제로 사용했던 모양이다. 이가 아플 때 입에 물면 아픈 부분을 마비시켜서 여느 진통제보다 낫다는 설명이다. 그 예쁜 꽃이 그런 효과도?

드디어 우체통에 그것이 들어있다. 편지 봉투 안에 쪽지 하나가 달랑 들어있고 그 쪽지에 작은 플라스틱 봉투가 붙여져 있다. 봉투 안에 무언가가 있는 것 같긴 한데, 없는 것 같기도 하다. 다시 보니 봉투 벽에 무슨 먼지나 흙 부스러기가 묻은 것 같다. 쪽지를 펴니 “먼지 같이 보여도 먼지가 아닙니다. 조심해서 다루어주세요.”라고 한다.

내 콧김에도 날아갈 것 같아 마음도 손도 떨린다. 면장갑을 끼고 시작했다가 장갑을 벗고 맨손으로 플라스틱 봉투에서 씨를 꺼내려 하는데 벽에 붙은 씨가 나오지 않는다. 봉투 입구를 조금 동그랗게 하여 공기를 넣어주고 살짝 흔들어주니까 일부가 내 왼쪽 손바닥에 안전하게 내려와 앉았다. 같은 방법으로 공기를 조금 더 넣어준 후에 벽에 붙어있는 나머지도 안전하게 다 담을 수 있었다.


노트에 적힌 지시사항은 ‘심으려 하지 말고 흙 위에 그냥 놓으라’고 한다. 그렇게 10개의 씨를 조심스럽게 ‘흙 위에 놓고’ 부드러운 흙을 조금 뿌려주었다. 가볍게 흙 위를 토닥거리며 ‘잘 자라거라’ 혼잣말을 나도 모르게 하면서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생명이란 참으로 신비하다! 하찮은 먼지같은 것도 대지에 닿으면 움터서 꽃을 피운다니! 하긴, 나도 신비하지 않은가? 어떻게 ‘나’라는 존재가 무수한 지구의 역사속의 이 시간, 여기에서 꽃씨를 심으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단 말인가?

나도 먼지였지 않았던가! 별 먼지, 별이 만들어준 원소로 구성된 나의 몸, 그 몸에 담겨진 나의 생각들. 빅뱅이 터지면서 우주와 시간이 시작되면서 광대한 우주 공간에 흩뿌려졌던 먼지들, 억겁의 세월동안 먼지들은 모여서 별이 되고, 별들은 모여서 은하들이 되고, 그중의 우리 은하, 별들의 강 한 자락에 위치한 우리의 별, 태양.

지구의 생명시스템에서 먼지의 역할은 아주 중요하다. 구름의 씨앗이 되는 것이다. 먼지는 주변의 수분을 응집하여 구름을 만든다. 구름은 공기중의 수증기를 비나 눈으로 만들어 지구의 강과 바다로 흐르면서 모든 생명활동의 근원이 된다. 먼지가 없으면 구름도 없다.

산업현장에서 발생된 미세먼지는 인체의 호흡기로 들어가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고 초미세먼지는 혈액으로 직접 투입되어 유독성 화학물질로 인해 암을 포함한 각종 질병을 일으킨다.

“공기가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공기는 모든 목숨 있는 것들에게 정신을 나눠준다. 땅을 팔거든 이 땅을 신성하게 세속에서 분리시켜두어야 한다. 사람들이 찾아가서 꽃향기로 달콤해진 바람을 음미할 수 있는 곳이 되도록 하라”고 1853년 총칼로 땅을 팔라고 위협받은 스쿼미시 부족의 시애틀 추장은 피어슨 미국 대통령에게 간절한 부탁 편지를 썼다.

미국은 그 부탁을 들어주지 못하지만 치통꽃씨의 생명력을 믿어본다. “이 땅에 오래오래 네 자손을 퍼트려 너의 꽃향기로 달콤한 바람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 후세들의 콧속으로 너의 생명의 정신을 불어넣어주면 좋겠다”라고 하면서 흙을 다시 한번 부드럽게 토닥거려 주었다.

<김은영 기후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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