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고 싶다
2022-06-25 (토)
김홍식 내과의사·수필가
한인들의 미주 이민역사가 깊어질수록 이민 1세 어르신들의 나이도 많아지는데 전염병으로 활동이 줄면서 심신이 더욱 약해지셨다. 세상을 떠나신 분들도 상당이 많으며 그렇지 않다하더라도 돌봄이 더욱 필요해졌다. 가족들의 직접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아주 행복한 경우이며, 도우미들도 있지만 부족하다보니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들이 모여 사는 양로호텔이나 양로원으로 가는 수가 늘어나고 있다. 비용에 따라 차이는 나지만 시설에 가면 식사를 제공받고 매일 필수 생활 활동에 도움을 받게 된다, 침대도 잘 정리해주고 약간의 정원도 있고 좁은 노인 아파트의 공간 못지않게 시설이 잘되어 있고 깨끗한데도 왠지 당사자들은 가기를 꺼려한다. 그 곳은 막연히 최후의 보루라는 생각이 든다. 육체적인 도움은 받지만 본인의 자유가 속박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인 것 같다.
자유와 희망을 생각해보게 하는 ‘쇼생크 탈출’이란 오래된 영화가 있다. 은행 부지점장으로 일하며 승승장구하던 앤디는 아내와 아내의 프로골퍼 정부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뒤집어쓰고 종신형을 선고받아 쇼생크 교도소에 갇힌다. 앤디는 교도소 안에서도 모든 물건을 구해줄 수 있는 레드와 감옥 안에서 도서실을 관리하는 브룩스를 만난다. 앤디는 어려움을 묵묵히 견디며 지낸다. 2년쯤 지날 때 간수장 바이런에게 막대한 유산상속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엿듣고 상속에서 감세 받는 방법을 알려주어 환심을 산다. 이일을 계기로 교도소장의 탈세 행위, 비자금 관리를 도와주게 되고 수감자 중에서 혜택을 누리게 된다. 한편 도서관을 관리하는 브룩스는 50년 만에 가석방을 받는다. 하지만 브룩스는 오랜 동안 교도소 생활에 익숙해졌기에 바깥 사회에 대한 두려움을 품고 나가기를 싫어하여 난동을 부리지만 결국 가석방되었고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바깥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목을 매어 자살한다. 이를 두고 앤디와 레드는 희망에 대해 토론한다. 너무 익숙해 있어 교도소의 범위를 넘어가기 두려웠던 브룩스를 보면 몸은 갇혀 있지만 마음은 자유로운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몸은 자유롭지만 마음은 두려움, 어두움과 중독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이 있다.
앤디와 레드가 희망을 이야기한 후 얼마 되지 않아 절도죄로 토미 라는 젊은 죄수가 쇼생크 교도소에 수감된다. 교도소를 전전 하느라 무식했던 토미는 부양할 가족이 있었기에 앤디에게 검정고시 시험공부를 부탁한다. 공부를 배우던 중 토미는 앤디가 누명을 쓴 경위를 듣게 되었고 그 사건의 진범 ‘앨모 블래치’를 전에 수감되었던 교도소에서 만났다는 이야기를 앤디에게 해준다. 앤디는 이를 듣고 무죄를 입증할 기회를 얻기 위해, 교도소장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도움을 청한다. 하지만 앤디는 소장의 비밀을 너무 많이 알고 있었기에 소장은 앤디를 놓아 줄 수 없어 오히려 독방에 가두고, 앤디 사건의 비밀을 알고 있던 토미를 밤중에 몰래 죽이고 탈옥하려고 하여 총살했다고 뒤집어씌운다.
독방에서 풀려난 앤디는 맥이 빠지고 의욕을 잃었다. 그는 레드에게 멕시코의 어느 바닷가 마을 이야기를 해주면서, 나중에 레드가 출소하면 텍사스 포트행콕 마을에 찾아와 메시지를 읽어 보라고 부탁한다. 앤디는 다른 죄수에게 부탁해 밧줄을 빌리는데, 이를 들은 레드는 앤디가 자살하려는 것이 아닌가 걱정한다. 다음날 아침 점호 때 앤디는 나오지 않았는데 사실 앤디는 16년 전 레드에게서 구했던 조그만 망치로 매일 벽을 조금씩 뚫고 나오는 흙은 바지 주머니에 넣어 교도소 운동장에 몰래 버리는 수법으로 탈옥을 진행했고, 구멍 난 벽은 여배우 포스터로 가려놓았다. 앤디는 벽을 뚫고 나와 떨어져 있는 하수구를 통해 교도소 밖으로 탈출하였고 탈옥한 날 여러 곳의 은행에 들려 교도소장의 비자금을 인출하여 멕시코로 잠적한다. 레드는 40년의 형기를 마치고 석방된 후 앤디가 말했던 텍사스의 포트행콕을 찾아가 보니 앤디의 편지와 약간의 돈이 함께 남겨져 있었다. 멕시코 지와타네호 마을에서 레드와 앤디가 재회하면서 영화가 끝이 난다.
자유는 보편적으로 희망과 같이 가는데, 영화 속에서 젊은 죄수 토미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희생하고 싶었던 간절함과 사랑하는 마음, 앤디가 누명을 벗고 싶어 목표를 향해 살아갔던 것, 진실을 알리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자유이며 희망이다. 영화처럼은 극적이지는 않지만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크고 작은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하는 것, 그것은 부담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유이며 가족들을 보고 싶은 것은 희망이다. 양로원의 편안함 보다는 스스로 살아가며 사랑하고 싶어 탈출하기 원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김홍식 내과의사·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