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송 산책] 추억의 명화: 남과 여 (1) 쟝 루이 트랴디냥을 회상하며
2022-06-24 (금)
정태문
6월17일 오랜 지병으로 앓던 프랑스 남부 출신의 배우 쟝 루이 트란디냥이 별세했다는 외신이 전해져 왔다. 그가 누구지? 하는 사람이 그를 기억하는 사람보다 훨씬 많을 것 같다. 영화 빅 팬이 아니라면 생소한 이름일 수 있다. 그의 이름은 사실 기억하기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발음하기에도 어렵다. 또한 그의 영화가 국내에 많이 소개되지도 않았다. 그러나 영화 ‘남과 여’의 남자 주연 배우였다하면 모두가 “아! 그 사람!” 하면서 머리에 떠오를 것이다. 이 영화는 국내 여성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의 하나였다. 여성 분들에게 다시 보고픈 영화를 묻는다면 적어도 3명 중 한 명은 이 영화를 택할 것 같다. 필자가 흘러간 영화 DVD를 많이 소장하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직접 혹은 간접으로 렌탈해 줄 수 있냐고 요청이 들어왔다. 그 중 가장 많은 영화는 ‘남과 여’이며 그 다음이 로저 모어와 캐롤 메이커가 출연한 ‘기적’과 1986년 작품으로 로보트 드 니로가 열연한 ‘미션’이었다.
Jean Louis Trintignant. 그는 프랑스 뿐만아니라 유럽에서 인기가 대단한 배우이다. 1930년 12월 프랑스 남부 Gard 지방에서 태어났으며 그의 집안은 부유한 가정이었다. 로스쿨 재학 때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중퇴하고 파리로 가서 연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그 이유는 나중에 기자 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난 너무 소심해서 남 앞에 말하기도 힘들고 부끄럼이 많아 행동하기가 쉽지 않아 이것을 타파하기 위해 배우를 시작했다.” 그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956년 영화 ‘그리고 신은 여자를 창조했다’이다. 프랑스의 요정으로 한창 떠오르는 여배우 브리짓드 바르도의 남편역이었다. 허나 두 사람은 촬영 중에 사랑에 빠져 이들의 불륜이 화제가 되었다. 당시 브리짓드 바르도는 이 영화의 감독인 로제르 로딩의 아내였었다. 이 스캔들로 인해 두 가정은 모두 깨졌다. 쟝 루이 트랑티냥도 이혼을 하고 브리짓드 바르도 역시 남편을 떠났다.
세월이 흘러 쟝 루이 트랑티냥은 알제리아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프랑스로 돌아왔다. 그는 스캔들의 후유증으로 연기 생활을 다시 하고 싶지 않았다. 허나 햄릿역을 제의 받고 마음을 바꾸게 되었다. 여기에서 그의 연기가 비평가들의 호평이 뒤따르자 감독인 로제르 로딩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영화 Les Liasons Dangereuses의 출연 제의였다. 상당히 이례적이었고 그는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회상했다. 3년 전의 사건들. 촬영 중에 벌어진 스캔들. 그의 부인 브리짓드 바르도와의 혼외정사. 그리고 자신의 이혼 등등… 과거의 아픔을 잊고 새로운 출발을 해야한다는 생각에 출연을 승낙하고 연기에 집중했다. 자기의 허물을 용서하고 제의한 감독에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과거에 보여준 그의 연기에 한 발자국 앞서 최선을 다했다. 영화 촬영 후 그의 연기에 많은 찬사가 뒤 따르고 그는 서서히 스타덤에 다가가기 시작했다.
당시 프랑스에는 두 명의 스타 배우가 존재했다. 타고난 미남에 매혹적인 몸매, 모든 시선을 압도한 눈빛, 차가운 미소를 가진 알랑 드롱, 유머 감각이 뛰어나 프랑스 국민들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고있는 쟝 폴 벨몬드. 쟝 루이 트랑티냥은 이 두 스타들에게 도전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함을 느꼈을 때 영화 감독인 클로드 를루슈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그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감독이었다. 그건 출연 제의였다. 그리고 그는 감독에게 물었다. “생각하는 여배우가 있느냐?” 그러자 ‘아뉴끄 에메’라고 짧게 대답했다. 그녀는 영화 La Dolce Vita와 8 1/2 성공으로 당시 주가가 하늘까지 올라있는 여배우이라 섭외하기가 힘든 입장이었다. 무명의 감독이 요청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대신 쟝 루이 트랑티냥은 인맥을 동원하여 그녀의 친구에게 부탁한 결과 야누스 에메의 승낙을 받아 마침내 영화 ‘남과 여’는 1966년 촬영이 시작되었다. 이 영화의 성공으로 장 루이 트랑티냥은 알랑 드롱과 함께 프랑스를 대표하는 스타로 부각되었다. 후일 클로드 를루슈 감독은 사석에서 이렇게 밝혔다. “‘남과 여’ 영화 촬영시 쟝은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캐스팅부터 어떻게 배우를 컨트롤 하는 법, 미숙한 나에게 감독하는 법 까지… 그의 도움 없이는 결코 좋은 영화 만들 수 없었다. 그가 있었기에 ‘남과 여’가 탄생되었다.”
그의 사망 소식에 프랑스 대통령을 위시하여 전 국민이 애도를 표시했다. 결점 많은 평범한 사람. 그러나 그의 절제된 연기력은 우리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뉴욕 타임스의 기사가 떠오른다. “트랑티냥의 영화 화면의 이해력은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정도이며 감정과 공허감을 가장 잘 소화시키는 배우이다.” 필자는 그가 출연한 영화 텐 플러스 원 (Without Apparent Motive)이 생각난다. 이 영화는 나에게 손 씻는 습관을 가르쳐 준 선생이기도 했다. 형사로 분 한 그는 언제 어디서나 물만 보면 손을 씻는 행동을 하였다. 지금도 손을 씻을 땐 그 장면이 떠오른다. 하늘 나라에 가서도 자주 손을 씻기를 기원하면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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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