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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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강하면 부러진다

2022-06-22 (수) 김용현 한민족평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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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한 가운데 한반도에 짙은 전쟁의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한국에 대해 대적투쟁을 선언한 북한은 윤석열 정부 한 달여 동안 단거리 탄도 미사일 발사 등 네 번째 도발을 감행했다. 그러자 한미 양국은 미국의 핵 항공모함을 동원한 강력한 한미 군사훈련을 실시한데 이어 F-35등 최신 전투기 40대 이상을 한반도 인근 일본 기지에 배치해놓고 있다.

한미 연합전력이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맞서 대응 실사격 훈련을 한 것은 2017년 7월 이후 4년 10개월 만에 처음이다. 앞으로 북한이 미사일 발사 같은 도발을 계속할 경우 그 개수에 비례해 대응 사격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외교적 해법이 없는 강대 강의 대치 국면의 종말은 결국 무력충돌로 이어진다는 것이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뚜렷하게 증명되고 있어 걱정이 크다.

일본에게는 머리 숙여 정상회담을 간청하고 중국과 러시아와는 더욱 멀어가는 윤석열 정부의 모습에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조선의 지배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1894년의 청일전쟁과 1904년의 러일전쟁의 악몽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한반도에서 북, 중, 러 대륙세력과 한, 미, 일 해양세력이 대 충돌하는 것은 아닌가 우려되고 있다. 강대국 간의 대결국면에 전쟁의 무대가 된다면 한국이 가장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한미동맹 강화는 어느 정부에서나 중요했고 문재인 정부도 우군인 진보세력의 조롱을 받아가며 거기에 충실했다. 그러나 2018년 평창올림픽 이후 대화를 통해 전쟁 발발 가능성을 줄였으며 그사이 한국의 국격과 경제적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윤석열 대통령도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 협력은 하되 한반도문제 해결에서는 강대 강 외에 비군사적 방안과 자주권 회복을 주장해야한다.

북한이 한반도에서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밝힌 이래 핵전쟁의 공포가 현실화되고 있다. 미국의 전술핵 배치나 미국과의 핵 공유가 유효하지만 만일 남한에 대한 북한의 핵 공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미국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이에 대해 러시아 출신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는 ‘미국에서 고립주의가 높아지고 경제위기가 발생했을 때 북한이 뉴욕과 LA에 핵 공격을 위협한다면 미국은 더 이상의 참전을 주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험난한 국제 문제와 시급한 민생문제 등 민족의 명운이 걸린 이 중요한 시기에 대통령이 아직도 제자리를 못 찾고 허둥대고 있다. 대통령의 무지는 죄다. 빵 사러 다니고 영화관에 가는 대신 시간 있으면 한 줄이라도 책을 읽고 전문가의 강의를 들어야한다. 고작 한다는 일이 측근검사들로 검찰공화국을 만들어놓고는 그들을 동원해 치졸한 복수극이나 벌이고 있으니 지지하던 보수논객들마저 저래가지고 어떻게 5년을 보낼 거냐며 걱정이 태산 같다.

힘이란 영원한 것이 아니다. 박정희 대통령이나 전두환의 말년을 보더라도 힘으로 문제를 해결해보겠다는 어리석음은 버려야한다. 노자는 그의 저서 도덕경을 통해 굳셈보다는 부드러움이 더 유익하다고 강조하면서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제약한다는 ‘유능제강(柔能制剛)’을 가르쳤다. 어느 집단이든 권력자든 너무 강하면 반드시 부러진다. 도중에 부러지지 않으려면 힘을 빼라는 경고다.

<김용현 한민족평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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