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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미적 거리

2022-06-20 (월) 김관숙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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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에 있는 토지 문학관 집필실에 머물 때였다. 커피 한 잔을 마시려고 휴게실에 들렀을 때 젊은 작가 둘이 원탁에 앉아 무언가를 의논하고 있었다. 그런가 보다 하고 커피를 내리고 있자니 그들의 재미있는 대화가 들렸다.

“야! 미적 거리 좀 지켜 줘.” 얼굴을 너무 가까이 들여다보지 말라는 뜻인 듯했다. C의 타박에 K가 능청을 떨었다. “누나는 미적 거리 안 지켜도 예뻐.”

미적 거리. 커피 잔을 들고 내 방으로 돌아와서도 그들의 재미있는 대화에 미소를 멈출 수가 없었다.


여고 시절 3미터 미인이라 불리던 국어 선생님이 계셨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출중한 외모였다. 뚜렷한 이목구비로 눈길을 사로잡는 선생님을 가까이에서 처음 보는 신입생들은 지금 말로 하면 입틀막이었다. 얼굴 전면은 까만 깨를 흩뿌려 놓은 듯 주근깨가 덮여있었다. 주근깨도 눈 밑이나 볼에 살짝 있다면 애교가 될 수 있지만 선생님은 애교를 넘어 보는 이가 안타까울 정도였다. 지금처럼 질 좋은 화장품이 있어 주근깨를 커버하거나 박피술이 발달되었더라면 선생님의 미모는 한층 돋보였을 것이며 선생님 자신도 훨씬 더 활기차게 사셨을 게다. 미적 거리야 말로 그 선생님과 같은 경우에 꼭 들어맞는 말인 듯싶다.

미적 거리는 비단 외모에 관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멀리서 볼 때는 매력이 넘치던 사람을 가까이 했다가 실망하는 경우는 나만의 경험은 아닐 것이다.

‘거리가 아름다움을 만든다’ 영국 속담으로 알고 있는 이 말을 나는 좋아한다. 흔한 말로 멀리서 보아야 산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듯이 사람의 관계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가까울수록 적당한 거리를 두고 예의를 지키는 관계가 오래 간다. 가깝게 지내는 지인들과도 마찬가지다. 거의 매일 보고하다시피 전화를 해서 미주알고주알 일상을 나누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나도 한때는 그랬다. 하지만 그게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는 요즘이다.

어느 젊은 엄마에게 들은 이야기다. 시어머니가 김치나 장아찌를 해놓은 뒤 가져가라고 아무 때나 전화를 한단다. 바쁜 중에도 달려가 가져오지만 아무도 먹는 사람이 없어 곤란하다는 말이다. 인생의 석양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른 지금 특히 자식과의 관계에서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함을 느낀다. 사실 어느 정도가 적당한 거리인지 애매하긴 하다. 어쩌면 거리 두기는 상대편을 배려하는 마음과 통하는지도 모르겠다.

<김관숙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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