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82일 피의 항전’… 마리우폴 결국 러시아 손에

2022-05-1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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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우폴 수비대 군사 작전 종료” 우크라군, 패배 인정한 승복 선언

▶ 부상병들 친러지역 병원으로 이송

우크라이나 동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 내 최후 항전지인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고립돼 있던 우크라이나군 부상병들이 러시아군 버스를 통해 인근 도시로 이송되고 있다. [로이터]

최후의 전사들은 처절하게 싸웠고, 굳건히 버텼고, 장렬히 산화했다.

우크라이나가 최대 격전지이자 ‘저항의 상징’인 동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군사 작전 종료’를 선언했다. 총을 내려놓고 도시 통제권을 러시아에 넘긴다는 의미다. 마리우폴은 분루를 삼키며 항전을 포기했다. 개전(開戰) 82일 만이다. 마리우폴 함락은 굴욕적인 후퇴만 거듭했던 러시아가 처음으로 거둔 군사적 성취다.

16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과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이날 늦은 밤 발표한 성명에서 “마리우폴 수비대가 전투 임무를 완료했다”며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주둔 중인 부대 지휘관들에게 병사들의 생명을 구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패배를 인정하는 ‘승복 선언’이다. 이어 “마리우폴 수비대는 우리 시대 영웅”이라며 “그들은 영원히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칭송했다. 아조우연대, 국가방위군 제12여단, 제36해병여단, 국경수비대, 경찰, 의용군, 영토방위군을 특별히 언급하기도 했다.


아조우스탈에 고립된 채 항전해 온 군인들도 빠져나오고 있다. 중상자 53명이 치료를 위해 도네츠크주(州) 노보아조우스크로 옮겨졌고, 병사 211명은 인도주의 대피로를 통해 올레니프카로 이송됐다. 두 지역은 친러시아 반군 점령지다. 한나 말리아르 우크라이나 국방차관은 “병사들을 귀환시키기 위한 교환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조우스탈에 남아 있던 인원은 600~2,000명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리의 원칙은 영웅들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라며 “구출 작업은 계속 진행된다”고 강조했다.

2월 24일 개전 직후 러시아군에 봉쇄돼 집중 공격을 당했던 마리우폴은 완전히 러시아 수중에 떨어졌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달 21일 러시아가 점령 선언을 한 이후에도 대피하지 않고 끝까지 싸웠으나, 두 달 넘게 포위된 채 무기와 식량이 끊기면서 더는 버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전쟁 이전 44만 명이 살고 있던 대도시 마리우폴은 건물 90%가 파괴되고 거리에 시신이 나뒹구는 ‘폐허’로 변했다. 가디언은 “마리우폴 철군은 이번 전쟁에서 가장 길고 피비린내 나는 전투가 종식됐다는 뜻”이라며 “우크라이나에는 중대한 패배”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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