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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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무능하고 비겁한 대통령

2022-05-10 (화)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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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대통령은 직무를 시작하기 전 취임사라는 것을 한다. 자신의 국정 철학과 앞으로 어떤 정책을 펼칠 것인가를 국민에게 밝히는 글이다.

문재인은 취임사에서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면서 과거의 권위적인 대통령 문화를 청산하겠고 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퇴근길에는 시장에 들려 시민들과 격의없는 대화를 나누겠다며 광화문 광장에서 대토론회를 열겠다고도 했다. 특권과 반칙 없는 사회를 만들고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 했다.

이 많은 이야기 중 지켜진 것이 몇이나 되나 떠올려 본다면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 하나를 제외하고는 기억나는 것이 없을 것이다. 그가 약속한 광화문 대통령은 취임 1년 반이 지난 후 경호와 시민 불편 등을 이유로 슬그머니 폐기됐다.


공약 폐기도 문제지만 방식도 잘못 됐다. 자신이 직접 나서야 하는 것이 상식인데 엉뚱하게 유홍준 광화문 대통령시대 위원회 자문위원을 기자회견장에 보내 대신 사과하게 만들었다.

그의 이런 패턴은 훗날 코로나 사태가 터졌을 때 K 방역이 선방할 때는 자신이 나서고 마스크 대란, 백신 부족, 올 초 대확산 등 불리할 때는 뒤로 숨는 모습에서 그대로 되풀이 됐다. 퇴근 길 시장 대화와 광화문 대토론 약속도 지켜진 바 없다.

취임 후 3일만에 인천공항을 방문해 “임기 중 비정규직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했지만 인천 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아직 그대로 남아 있다. 남은 정도가 아니라 작년 10월 현재 비정규직 노동자 수는 800만으로 사상 최대로 5년 전과 비교해 159만이 늘었고 정규직과의 임금 격차도 157만원으로 역대 최대다.

그 유명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약속은 조국을 법무장관으로 임명하면서 산산조각 났다. ‘개천에서 붕어 개구리 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들겠다’던 조국 일가가 사실은 표창장과 스펙을 위조해 딸을 명문대에 보낸 사실이 드러나면서 부인 정경심은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아직 복역 중이다.

그는 근로자의 소득을 올리면 경제가 성장한다는 이론으로 집권 초 최저 임금을 연 16.4%, 10.9%나 인상했으나 소상인들의 집단 폐업과 알바 자리 실종 등 부작용이 속출하자 후반에는 2.9%, 1.5%로 사실상 동결하고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을 폐기했다. 문재인 4년간 최저 임금 인상률은 연평균 7.9%로 박근혜 4년간 7.4%와 별 차이가 없다.

문재인 정부는 다른 데는 돈을 펑펑 쓰면서 유독 소상인들에게만은 인색했다. 문재인 5년간 국채는 600조에서 1,000조원으로 400조가 늘었다. 김대중, 이명박, 박근혜 세 정부 증가분과 맞먹는 액수다. 그러면서도 코로나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들에 대해서는 일반 100만원, 영업 제한 200만원, 집합 금지 300만원만 줬다. 참고로 미국은 5만 달러 이하 소액 신청자 357만 명에게 평균 1만7,000여 달러를 지원했다. 국민 소득차를 감안해도 3배가 넘는다.

취임 전 세계 최고 수준이던 원전을 없애겠다고 기를 쓰는 바람에 산업부 장관 등을 비롯 공무원들은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고 문재인 5년간 한국 원전 생태계는 거덜이 났다.


국제 사회로 부터 ‘김정은 대변인 소리’를 들을 정도로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확실하다며 북한을 변호했건만 하노이 회담 결렬 후 돌아온 것은 “삶은 소대가리”라는 욕설과 남북 연락 사무소 폭파, 금강산 호텔 해체뿐이었고 북한은 그동안 핵을 탑재한 대륙간 탄도탄 완성에 근접했다.

북한에는 한없이 관대하면서 자국민에게는 가혹했다. 문재인은 자신을 비방했다는 이유로 시민단체 대표 김정식을모욕죄로 고소했는데 대통령이 개인을 모욕죄로 고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난 여론이 높게 일자 소를 취하하면서 앞으로 또 그러면 가만 두지 않는다는 경고를 잊지 않았다.

모 일간지 기자가 김정숙 여사의 호화 여행을 비판하자 허위 사실 유포로 제소했다 패소했으며 방송 장악을 위해 강규형 전 KBS 이사를 해임했다 강 전 이사가 이에 불복해 낸 소송에서 대법원까지 가 패소하는 바람에 소송 비용까지 물어주게 됐다.

그리고는 퇴임을 며칠 앞두고 자신을 검찰의 칼끝으로 지키기 위해 온갖 편법이 동원된 검수완박법을 공포하고 언론과는 자화자찬과 후임자 비난으로 가득 찬 인터뷰를 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이렇게 좀스럽고 비겁한 대통령을 본 적 있는가. 그의 상관이었던 노무현 대통령은 문재인을 보고 “당신은 정치 하지 말라”고 했다는데 그의 혜안이 돋보이는 요즘이다.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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