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LA 폭동 30주년을 돌아보며

2022-04-29 (금)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크게 작게
세대(世代, Generation)는 인간이 태어나서 자식을 잉태하기까지 걸리는 대략 30년 주기를 뜻하는 ‘세(世)’와 부모와 자식이 교대한다는 뜻의 ‘대(代)’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단어로, 생물이 나고 성장하여 자신의 아기를 낳을 때까지 걸리는 평균 시간을 뜻한다.

사회적 의미의 세대는 사람들이 태어나서 30년 배우고 익힌 것을 본격적으로 사용하면서 30년을 일하고, 60살이 되면 후대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떠나는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나이 30이 되면 그 나이의 세대들은 한 시대의 주역으로 등장하여 10년 죽어라 고생하면서 일에 적응을 하고, 그 다음 10년 속도를 내고, 그 다음 10년은 업적을 남기고 시대의 주역에서 떠나게 된다.


오늘, 2022년 4월29일은 1992년 LA 폭동 30주년이 되는 해다. 30년전 발생했던 LA 폭동은 미주 한인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이민 와서 열심히 일해서 좋은 집, 좋은 차, 좋은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는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살아가던 미국의 한인들이 본인들의 잘못도 아닌 것으로 피땀 흘려 가꾸어온 재산과 사업장이 한 순간에 약탈당하고 잿더미로 불타는 것을 망연자실 바라보며 목 놓아 통곡 밖에 할 수 없었던 날이다.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고, 그 누구도 피해자들을 위하여 목소리를 내는 이가 없었다. 오히려 한인들이 인종차별을 했기에 그런 일을 당했다고 주류 언론들은 미국의 구조적 모순을 파헤치기보다는 힘없는 소수계인 한인들을 희생양으로 내몰았다.

30년전 한인들이 겪었던 사건은 사실 대부분 앞서 왔던 이민자들도 비슷하게 혹은 더욱더 혹독하게 겪었다. 그렇게 모두들 큰 대가를 지불하고 다인종 다민족 사회인 미국이 어떤 사회이고 시스템인지를 이해하고 뿌리를 내렸다. 그 때는 참으로 야속했다.

그러나 한인들은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무엇을 해야 할 지를 치열하게 고민하였고, 열심히 일해서 좋은 집, 좋은 차, 좋은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는 아메리칸 드림을 완성하고 떠나왔던 모국으로 금의환향하겠다는 생각을 접고, 다인종 다민족 사회인 미국에서 어떻게 해야 동등한 대우를 받고 뿌리를 내리고 살 수 있는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30년전 우리에게 큰 시련을 안겨주었던 4.29 LA 폭동은 미주 한인들에게 새로운 미션을 갖게 하는 하나의 전환점이 되었다. 그때부터 한인들은 스스로의 목소리를 높이기 위하여 유권자 등록운동과 정치참여의 기치를 높이 들고 미 전역에서 노력하였다. 지난 30년 동안 눈이 오고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도 종교기관, 행사장, 마켓, 그리고 길거리에서 우리는 정말 한명 한명 한인 유권자들을 등록시켰고, 선거 때가 되면 수많은 캠페인을 벌였다.

그리고 직접 정치에 도전하는 한인들이 곳곳에서 나왔고 지역사회에 참여하면서 한인들의 존재감을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도 열심히 하였다. 그래서 30년 만에 4명의 연방의원을 배출하였고, 각 주별로 수많은 주 정치인들과 시 그리고 타운 정치인들을 배출하고 있다.

물론 팬데믹 이후 한인을 비롯한 아시안에 대한 인종혐오 공격이 벌어지고 있지만, 이제 미주 한인들은 미국사회에서 무시할 수 없는 커뮤니티로 발전하였다. 그렇게 한 세대 30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이제 우리는 또 다른 미션을 세워야할 것이다. 미국사회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한인커뮤니티가 되는 것을 새로운 미션으로 세우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80% 이상 유권자등록을 하고 80% 이상의 투표 참여율을 만드는 것부터 해야 할 것이다.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