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결혼식
2022-04-16 (토)
김홍식 내과의사·수필가
아들이 결혼을 한다. 어릴 적부터 아주 개구쟁이며 엉뚱한데다가 사춘기를 지나고 대학 졸업할 때 까지도 남자 친구들하고만 어울리고 친한 여자 친구가 없어서 혹시 동성을 좋아하는 건아닌지 혹 독신주의자로 살 것인가 내심 별생각을 다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의과대학 입학을 준비하면서 외과의사 보조 역할을 하는 동안 미리 와서 일하고 있던 여자아이가 잘 가르쳐 준다고 좋아했다. 그리고 얼마 안 되어 둘이 사귄다고 하여서 그런가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하였는데 사귀는 시간이 2년이 넘어가니 내 아내가 아들에게 심각하게 이야기했다. 심사숙고 해보고 결혼도 생각하고 있으면 더 사귀고 그렇지 않으면 정리하라고. 아들을 가진 많은 어머니들이 그렇겠지만 처음에 아내는 며느리 감이 마음에 완전히 만족스럽지는 않다고 몇몇 사람들에게 속마음을 털어 놓았었다. 귀하게 기른 아들에게 어울리는 완벽한 조건을 갖춘 며느리 감을 원하는 시어머니의 욕심이랄까? 얼마간 고민을 하던 아들은 에리카는 좋은 점이 많은 여자라며 계속 사귀겠다고 아내에게 이야기를 하였다. 그렇게 사귄지 근 10년 만에 아들은 처음 여자 친구인 에리카와 결혼을 한다.
부모들이 외국 선교사로 나가 있어 경제적으로 형편이 어려웠던 에리카는 여러 가지 일을 하며, 또 동생을 보살피며 학업을 이어가느라 졸업이 늦어졌다, 이미 이비인후과 전문의 수련과정에 있는 아들, 제임스보다는 몇 년간 뒤처졌지만 에리카도 이번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내과 전문의 수련과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아들은 에리카의 근면과 성실, 여성스러움이 편안한 모양이다. 아내도 에리카의 좋은 점들을 높이 평가하게 되었고 아들의 선택을 보며 “사랑은 더 나은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 한번 붙든 사람을 끝까지 놓치지 않는 아름다운 동행이다.‘ 라는 조 목사님의 말씀에 동감한다. 그러면서도 아내는 딸 시집보낼 때보다도 뭔가 더 섭섭하고 허전하다고 한다, 어머니의 질투랄까?
나는 사돈될 에리카 부모를 만나고 깨달은 바가 있었다. 그 아버지 데이비드는 몇 번이고 에리카가 귀한 딸이고 보배 같은 딸이라고 나에게 말하면서 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는 표정이었다. 실제로 3남 1녀 중 외동딸이니 아버지에게는 얼마나 예쁘고 남다르겠는가? 참 귀한 남의 딸을 가지고 처음에 우리 입장에서만 생각을 했었구나하고 깨닫게 되니 남을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자기중심적인가 하는 것을 알게 된다. 나도 결혼할 때를 돌이켜보면 자수 성가하셨던 장인, 장모님이 외동딸을 결혼시킬 때 나와 우리 집안이 얼마나 마음에 찼을까? 그럼에도 나와 우리 집안을 정성스럽게 챙겨주신 장인, 장모님이 시간이 지날수록 고맙게 느껴진다. 나도 에리카와 그 사돈들에게 더 살갑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에 대하여 한마음으로 나아간 아들의 뚝심을 보면 대견하기도 하지만 아직 무엇인가 미숙해 보이는 아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아내에게 존경받는 남편이 되어야 할 터인데 생각하며 이야기 해주고 싶은 생각을 정리해 본다. 한 몸이지만 또 다른 인격체인 아내를 감동시키는 힘은 무엇일까? 생일, 각종 기념일과 여러 좋은 추억을 잘 챙겨서 기쁨을 주어야 됨은 물론이지만, 자신의 마음을 잘 가꾸어 진하고 오랜 감동을 주어야 하지 않을까? 내면은 바깥으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항상 바쁜 일상생활이니 상대방을 대할 때 천천히 신중하고 낮은 부드러운 말과 태도가 상대방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 큰 힘이 될 것이다, 어떤 일을 부탁할 때 자신을 주장하기보다는 호소하는 분위기로 하면 좋겠다. 작은 일에도 항상 감사하다는 말로 표현하는 것이 좋다.
상대방을 생각하는 동시에 본인의 나쁜 것을 태워서 순수하고 깨끗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이 진한 감동을 줄 것이다.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고 자존심을 내려놓고 기꺼이 변해가기를 노력하는 이에게 존경을 표하지 않을 사람을 없을 것이다. 자신의 권리를 양보하며 손수 모범으로 희생하여야 가족들이 따른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감동은 나보다 상대를 더 귀하게 여길 줄 아는 사랑에서 나온다. 인생의 폭풍우가 올 때도 후에 있을 희망을 보는 믿음 갖기를 기도한다. 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은 더 많지만 “아버지가 하는 말이 평소 실제로 하시던 것과는 너무나 다르네요.” 라고 아들이 이야기 할까 매우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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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식 내과의사·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