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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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지만 행복한 대통령

2022-04-11 (월) 최정선 굿스푼 아카데미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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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대륙 13개 나라 중 영토가 제일 작은 나라는 수리남이고, 두번째 미니 국가가 우루과이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사이에 위치한 우루과이는 인구 350만명의 농업, 축산 국가이다. 정치와 사회적 안정, 중남미에서 1, 2위를 다툴만한 소득수준, 행정 투명성, 인구중 99%가 읽고 쓸 줄 아는 높은 교육열, 환경, 치안이 우수하여 비록 작은 국가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강소국이다. 비옥한 토지에서 자란 풍성한 곡식들, 청정지역에서 목초로 키운 1,300만 마리의 육우와 염소는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육고기, 유제품을 세계인의 식탁에 오르게 한다.

오는 11월 카타르 월드컵 예선전에서 한국과 맞닥뜨릴 우루과이는 FIFA 랭킹 13위인 축구강국이다. 브라질(1위), 아르헨티나(4위)와 벌이는 축구 경기에서 가끔씩 상위팀을 잡아챌 정도로 아트 사커의 달인들이 많은 곳이다.

우루과이 제46대 대통령을 역임(2010~2015년)한 호세 알베르또 무히카 꼬르다노(87)는 국민들로부터 ‘뻬뻬’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행복한 전직 대통령이다. 그는 1935년 수도 몬테비데오에서 스페인 바스크 출신의 부친과 이탈리아 이민자 출신의 모친 사이에서 태어났다.


다섯 살 때 조실부모하고 불우한 청소년 시절을 보내던 중, 고교를 중퇴한 채 1960~70년대 라울 센딕이 이끈 좌파 도시 게릴라 조직인 ‘투파마로스’에 가담하였다. 군사 독재정권과의 투쟁에 참여하여 여러차례 총상을 입었다. 13년간 감옥생활 중 혹독한 고문도 당했다. 그후 정치에 입문하여 2010년 52.3%의 신임을 받아 대통령에 취임했다. 임기 중 경제 발전, 사회 안정, 빈곤층을 위한 맞춤식 복지 정책에 역점을 두고 매진했다.

그가 퇴임 직후 공개한 재산 신고에 모든 중남미 국가들과 세계가 깜짝 놀랐다. 한화 195만원 정도의 현금과 23년간 타고 다닌 하늘색 폭스바겐 비틀 자동차 하나가 전부였다. 그는 임기 중 도시빈민들에게 대통령 궁을 내어주었고, 매월 1만2,000달러의 대통령 급여 중 90%를 자선단체에 기부하여 가난한 도시빈민들의 의식주를 도왔다. 나머지 10%로 아내 루시아 토폴란스키와 다리 하나를 잃은 애견 마누엘라와 사저에 거주하며 집무를 보았다. 퇴임 후 손수 트랙터를 몰고 화훼 농장을 가꾸며 청빈한 삶을 살고 있다.

우루과이 국민들과 전세계가 ‘뻬뻬 무히카’에게 찬사를 보내며 주목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를 라틴아메리카의 ‘만델라’로, ‘체 게바라’ 이후 최고의 지도자 중 하나로 존경과 신망을 몰아주는 이유가 무엇일까?

첫째, 격식을 파괴하고 탈권위적인 삶의 자세를 견지하였다. 소박한 옷차림으로 경호원 없이 거리를 활보하며 시민들과 소통하길 즐겨했고, 겸손하고, 간소하고, 반소비주의적 삶을 살려고 부단히 노력하였기 때문이다. 둘째, 언행일치의 삶을 살았다. 부정부패 척결, 뇌물과 청탁 금지, 탐욕과 사치스런 삶의 태도를 힘써 멀리하였고, 공약한 것은 철저히 지키며 청렴, 청빈의 삶을 몸소 솔선수범하였기 때문이다.

뻬뻬 무히카는 대통령 퇴임 후에도 여전히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일지 모르지만, 퇴임 후의 안위를 걱정하지 않는 가장 행복한 대통령이 되었다.

권불오년 화무십일홍(權不五年 花無十日紅). 권력은 오년을 못 넘기고, 활짝 핀 꽃도 열흘을 넘기지 못한다는 성현의 말씀처럼 한국의 새 대통령도 정치권력의 유한함, 무상함, 그리고 덧없음을 아로새기며 국정에 임하길 바란다.

<최정선 굿스푼 아카데미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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