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in 44’, 통계인가? 메시지인가?
4월2일, 세계 자폐증 인식의 날이 돌아왔다. 세계 자폐증 인식의 날은 2008년부터 기념하기 시작하여 올해로 15번째가 되었다. 이 날을 기념하는 목적은 사회가 자폐증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고 많은 이해와 수용을 가질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이와 더불어 자폐성 장애인의 인권, 교육, 및 지원 등 다양한 과제들을 함께 공유하며 해결하고자 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그동안 다양한 매체를 통하여 많은 노력을 들인 덕분에 과거에 비해 사회 구성원의 자폐증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좀 더 정확해졌다.
가장 최근 연구결과인 작년 12월에 발표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조사에 따르면 자폐성 장애의 유병률이 2년전 조사에 비해 24%나 증가된 2.3%였다. 미국 8세 어린이 44명 중에 1명이 자폐스펙트럼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로 진단을 받는다는 것이다.
‘자폐스펙트럼장애’라는 표현은 의학 진단명으로 각 사람마다 가진 자폐증의 특징과 정도가 다양함을 내포한다. 처음 조사가 시작된 2000년 이후로 이 수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처음으로 아동 100명 당 2명 이상이 자폐성 장애로 진단을 받는다는 놀랄만한 결과가 나왔다.
자폐성 장애는 뇌의 사회성 영역의 기능적인 이상으로 사회적 상호작용 및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이다. 익숙한 자신만의 방법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기에 언어적-비언어적 표현의 모습이 조금 다를 수 있지만, 자폐성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똑같이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표현한다. 우리의 인식 개선과 올바른 이해는 이 지점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폐성 장애인은 사회에서 널리 통용되는 방법보다 자신에게 익숙하고 편안한 방법을 조금 더 선호할 뿐이다.
어떤 이들은 여전히 자폐성 장애라 하면 상동행동(감각적 자극을 얻기 위해 반복적으로 하는 특정 행동)을 떠올리기도 하고, 어떤 특정 숫자를 줄줄이 외우는 천재적인 모습을 떠올리기도 하고, 또는 소리를 지르며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는 모습을 떠올리기도 할 것이다. 이것들은 자폐성 장애인에게 나타나는 모습의 일부이지 자폐성 장애 자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많이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부족한 사회의 지원 시스템은 자폐성 장애의 짐을 각 가정에게 돌리고 있고, 자폐성 장애인의 부모들은 지금도 세상의 수많은 편견과 잘못된 인식에 맞서서 자녀의 삶이 조금 더 나아지길 간절히 바라며 주어진 하루를 살아내고 있다.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1 in 44’이라는 표현은 단순히 통계의 결과물일까? 아니면 우리 사회를 향한 메시지일까? 나는 우리 사회가 좀 더 빨리 자폐성 장애인을 위한 시스템을 개선하고, 구성원의 인식은 더욱 변화해야한다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점차 늘어가는 자폐성 장애인과 함께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 이 통계의 결과는 그 준비를 속히 시작하고 실행하라는 메시지이다.
그렇다면 우리 각자는 무엇을 해야 할까? 각자 자신의 상황에서 자폐성 장애인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선택하면 좋을 것 같다. 자폐성 장애인을 돕는 봉사활동에 참여하기, 자폐증 인식 행사에 참여하기, 자폐증에 대한 기사나 책 읽기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자폐증과 자폐성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을 것이다. 세계 자폐증 인식의 날을 지나며 올해는 어떻게 자폐증과 자폐성 장애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이해를 쌓아갈지 고민해보고 실천하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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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광 한미특수교육센터 프로그램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