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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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하여 묻다

2022-03-19 (토) 이미경 / 발레 안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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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내 친구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그것도 아직 60세 정도의 정정하신 양반이 며칠 기침을 심하게 하신다는 소식을 들은 지 또 며칠 안 되어 응급실에 가셨다는 소식과 함께 몇 시간 후 운명을 달리 하신 것이다. 사람 목숨 덧없다 말들 하지만 막상 내 어깨너머로 이런 일을 겪고 나니 사는 게 무엇인지 새삼 고민하게 되었다.

세상에 가장 공평한 것은 누구나 태어난 이상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이다. 누구나 죽는다. 하지만 죽음이 이렇게 새삼스러운 사실은 누구도 그 죽음이 나의 것이 될 것이라고 받아들이지 않고 살기 때문일 것이다. 내일 내가 죽는다고 예고를 받는다면, 아니 한달 뒤, 아니 일년 뒤에 내가 죽을 것이라고 누군가로부터 경고를 받는다면 과연 난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 수 있을 것인가? 누구는 매일 죽는다고 말을 할 정도로 하루하루를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살아간 이도 있건만 우리는 으레 죽음에 대한 면죄부라도 부여받은 듯 태연하게 열정을 다해, 욕심을 다해 살아가고 있다.

누군가의 죽음 앞에 서면 원하지 않아도 내 삶을 돌이켜보게 되는 것 같다. 이제 천국으로 간 이 분은 무엇을 하지 못한 게 가장 후회스러우실까? 죽음 앞에 재산도 명예도 자식도 남편도 부질없다 느꼈을 것 같다. 이 어떤 것도 끝까지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니까.


어느덧 어떻게 살고 무엇을 남길 것인가? 라는 질문에 생각이 멈춘다. 나를 누구라 기억할 것인가? 나의 묘비에 사람들은 뭐라고 새겨 넣을 것인가? 나는 나의 죽음을 어떻게 맞닥뜨릴 것인가? 그럼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하는 것인가?

몇 달 전, 한국에서 방문하신 나의 부모님과 함께 지내면서 나도 모르게 엄마에게 모질게 했던 말들이 기억난다. “하지 말았어야 해.” 엄마가 예쁘게 화장을 한 날, 예쁘다고 말해야 했었는데 깜박 잊고 말해주지 못했다. “이건 꼭 말했어야 했어.”

이렇듯 작은 말 한마디 하고 못했던 후회가 갑자기 몰려 왔다. 어쩌면 멋진 사진에 나올 법한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가족끼리 식사하고 뽐내는 일보다 작은 인사와 칭찬이 더 소중한 것일 수 있는데 참 잘도 잊어버리고 산다 싶다. 삶의 디테일, 예쁘게 치장한 인테리어 좋은 집보다 사람에게 더 정성을 쏟으며 살아야겠다는 생각. 미래가 소중한 만큼 오늘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잊지 않고 살길 스스로 바란다. 나의 죽음이 아름다운 축제가 될 수 있도록.

<이미경 / 발레 안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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