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팬데믹 2년의 교훈-우리는 하나!”

2022-03-17 (목) 박흥률 특집기획국장
크게 작게
세계보건기구(WHO)가 2020년 3월1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팬데믹(전 세계적 대유행병)으로 규정한 지 2년이 지났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그로부터 이틀 후인 3월13일 급격하게 증가하는 코로나19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미 전역을 대상으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로부터 6일후 LA시와 카운티 전역에서 주민들의 외출을 자제하도록 하고 비필수 비즈니스의 영업을 중단토록 하는 ‘세이퍼 앳 홈(Safer at Home)’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한인들의 일상은 갑자기 정지됐다. 당시만 해도 대부분은 2~3달이면 일상으로 복귀하리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기대와는 달리 지난 2년동안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았던 것들은 일상이 됐고, 당연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것으로 바뀌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계속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다보니 마스크가 몸에 부착된 하나의 의상이나 안경처럼 되었다. 세정제를 많이 사용하고 손도 자주 씻다보니 피부에 손상이 오는 것이 아닌 가 하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다보니 엘리베이터에서 사람만 마주쳐도 흠칫 놀라기 다반사이다. 팬데믹 전에 당연시됐던 콘서트·영화관람, 체육관의 실내운동, 수영, 각종 단체모임 등은 갑자기 먼 나라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세상은 이젠 코로나 이전인 BC(Before Corona)와 코로나 이후인 AC(After Corona)로 구분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한인들의 일상은 지난 2년동안 혁명적인 변화를 겪었다. 코로나19는 남녀노소, 인종을 불문하고 전 세계인의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2019년 12월31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최초 발병 보고 이후 2년3개월여 만에 최근 전 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 수가 공식적으로 600만 명을 넘어섰다. 미국에서만 지난 2년간 100만명에 가까운 코로나 사망자가 발생했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코로나19의 책임을 중국에 묻는 태도와 연관,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 혹은 ‘우한 코로나’라고 부르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언행으로 미국 내 아시아계에 대한 혐오범죄와 차별이 증가했다. 비영리단체 ‘아시아·태평양계 증오를 멈춰라’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1년간 미국에서 아시아계 주민을 겨냥한 증오 관련 사건은 4,000여건이 넘는다.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지난해 3월16일 발생한 연쇄 총격 사건으로 한인 4명 등 8명이 숨진 것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증한 아시아계 겨냥 혐오범죄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마스크 착용 및 백신접종과 관련, 얼마나 많은 국론분열이 있었던가?

마스크 착용을 두고 벌어진 정치적 분열을 틈타 코로나19가 미국에 급속도로 퍼졌으며 지난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가 마스크를 쓰느냐 안쓰느냐로 첨예하게 대립했다. 백신접종도 끊이지 않는 논쟁거리였다. 코로나로 한인들의 정신건강도 악화됐으며 사회성이 약화되고 경제도 심각한 수준으로 타격을 입었다. 반면 지난 2년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우리는 그동안 당연시했던 일상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비대면, 비접촉으로 변하고 인간관계마저 단절되면서 우리가 가장 많이 느낀 감정중의 하나가 고립감과 외로움이었을 것이다.

본보는 이 기간 한인사회 주요 단체들과 손잡고 코로나19 극복캠페인 ‘우리 함께 이겨나갑시다-사회적 거리두기·손 씻기·마스크 쓰기’를 펼치며 힘겨운 나날을 지내고 있는 한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코로나19로 정신적·육체적·경제적으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었지만 마음의 거리는 더욱 가까워진 가운데 서로 배려하고 함께 하면 이 난관과 역경을 극복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은 것이 우리에겐 큰 수확이다. 지난 3월5일 남가주 한인사회 건강 및 화합을 위한 커뮤니티 축제인 제7회 한국일보 거북이 마라톤 건강 걷기대회@그리피스 팍 행사에는 수 많은 참가자들이 몰려 장관을 이뤘다. 이날 남녀노소와 인종을 불문하고 세대, 지역을 뛰어넘는 참가자들이 나와 팬데믹으로 인해 움츠려 들었던 몸과 마음을 산뜻하게 회복하고 재충전하면서 되찮은 일상에 저마다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거북이 마라톤 건강걷기대회가 지난 2년간 위축됐던 한인사회 각종 행사 및 단체 모임의 활성화를 통한 경제회복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도 인류의 질병과의 전쟁은 계속될 것이다. 지난 2년간 코로나 사태를 통해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인간들의 나약한 모습을 경험했으며 겸손하게 과학적인 시각으로 질병에 대처해야 한다는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또한 바이러스의 급속한 전염성은 남의 불행이 나의 불행이 될 수 있으며 ‘나’와 ‘남’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실감하게 됐다. 결국 ‘우리는 하나’라는 사실이 팬데믹 2년의 교훈이 주는 메시지이다.

<박흥률 특집기획국장>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