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피해자 3분의 2가 여성, 74%는 인종차별 경험 증언
▶ 한인타운 치안 갈수록 불안
미 전역에서 발생한 아시안 증오범죄 피해자 3분의 2가 여성인 것으로 드러나고, 여성들이 미행 범죄 등의 타겟이 되는 사건이 잇달아 벌어지고 있어 한인타운 포함 LA 일대에 거주하는 한인 등 아시아계 여성들의 안전 위협도 함께 고조되고 있다.
LA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20대 여성 최모씨는 최근 들려오는 아시안 여성 대상 미행 및 증오범죄로 인해 위협을 느끼던 와중에 비슷한 피해를 입을 뻔 한 아찔한 경험을 전했다.
2주 전 이른 저녁 차를 끌고 집 근처 빵집에 들른 최씨는 가게 앞에 혼자 중얼거리며 서성이고 있는 한 히스패닉 남성을 발견했다. 위협감을 느낀 그녀는 그를 피해 신속히 빵집에 들어가 빵을 고르고 계산을 했지만, 이 후 남성은 가게 앞에서 계속해서 그녀를 주시하며 서성거렸다.
혹시나 남성이 자신을 공격할까 두려움에 휩싸인 최씨는 차키에 달린 후추스프레이를 꽉쥔 채 가게 문을 열고 전속력으로 주차된 차까지 뛰어 차문을 잠그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고 한다. 그녀는 “요즘 아시안 증오범죄나 미행범죄 같이 뉴스에서 무서운 사건들이 너무 많이 발생해 차를 타고 다녀도 혼자 있을 때 늘 불안하고, 신경이 곤두서있다”며 “특히 동양인 여성으로서 살아가기가 무서운 세상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깊은 우려를 전했다.
최근 뉴욕 맨해튼 차이나타운에서 집안까지 뒤쫓아온 노숙자에게 40차례 이상 칼에 찔려 피살된 한인 여성 크리스티나 유나 이씨, 뉴욕 지하철에서 한 노숙자에게 떠밀려 목숨을 잃은 중국계 여성 미셸 고씨 등 아시안 여성이 증오 및 미행범죄 피해자가 되는 끔찍한 사건들이 잇달아 발생하며 미 전역에서 이들을 추모하는 아시안 대상 증오범죄 척결을 외치는 대규모 집회도 다수 열리고 있다.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여성포럼(NAPAWF), 아시아계 미국인 재단(The Asian American Foundation), 한인커뮤니티재단(KACF)이 협력해 이달 발표한 미국 내 아시아 및 태평양계(AAPI) 여성의 안전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 시작 이후 지난해 339% 증가한 아시안 증오범죄 피해자의 62%가 AAPI여성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단체들이 미 전역의 아시아 및 태평양계(AAPI) 성인 여성 2,4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참여자 74%가 지난 12개월 간 인종차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38%는 성희롱을, 12%는 성별 및 인종으로 인한 폭행을 당했다고 답했다. 또한 피해자 중 53%가 가해자는 모르는 또는 낯선 사람이라고 답했고, 47%는 이같은 피해를 레스토랑, 샤핑몰 등 공공장소에서 당했다고 전했다.
특히 설문조사에서 동아시아계로 분류된 한국, 중국, 일본, 대만계 여성의 절반 이상인 51%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안전에 더욱 위협을 느낀다고 답변해 가장 큰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설문조사는 올해 1~2월 사이에 온라인과 전화로 진행됐고, 영어, 힌디어, 한국어, 만다린어, 타갈로그어, 배트남어 등 다양한 언어로 번역이 제공됐다.
이에 대해 단체 측은 AAPI 여성들이 겪고 있는 인종차별적 여성혐오는 증오범죄 뿐만 아니라 여성을 물건 취급하거나, 성적대상화하는 현상으로 인해 오랜기간 지속돼 온 문제로,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도 인종, 성별, 체류신분, 사회계층 등 여러 요소들로 인해 여성들이 폭력과 차별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분석하며 문제를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