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과 도쿄에서는 안도의 한숨이, 반면 베이징과 평양에서는 불만에 가득 찬 푸념이 들려오고 있다.”
‘극적’이라는 표현도 진부하다. 정말이지 심장이 멎을 것 같다고 할까. 그런 살얼음판 접전 끝에 ‘윤석열 승리’로 대미를 장식한 한국의 대선과 관련해 아시아 타임스가 던진 첫 일성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윤석열 당선인이 당선 수락인사를 한지 다섯 시간 만에 전화를 걸어왔다. 극히 이례적이다. 그만큼 워싱턴은 한국의 정권교체를 간절히 바라왔다는 증좌로 보인다.
‘바이든은 중국, 북한과의 대결관계에서 아시아에서 새로운 친구를 얻었다.’ 블룸버그 통신의 논평이다. ‘한국대선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미 의회 전문지 더 힐의 전망이다.
이 보도들이 그렇다. ‘윤석열 정부출범 환영’이 워싱턴의 기류로 대북정책과 중국문제를 둘러싼 그동안의 갈등을 청산하고 한국의 새 정부 출범과 함께 한미 동맹을 한 층 업그레이드, 강화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중국은 한국의 전략적 파트너로 미국과 중국이 경쟁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한 쪽 편에 서지 않는 전략을 계속 취하지 않는 것이 가장 이익에 부합한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의 주장이다. 윤석열 정부출범에 대한 불편한 심기가 행간, 행간에 녹아있다.
워싱턴과 베이징의 반응은 그렇다고 치고, 사실상 그 임기가 끝난 문재인 대통령은 어떤 심정일까. 땅이 꺼질듯 한 깊은 한숨과 함께 회한과 비탄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닐까.
집권 5년 동안 ‘내로남불’로 일관했다. 그 절정이 조국사태로 이는 국민적 적대와 분열로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직접 임명한 검찰총장이 야당 대통령 후보가 되고 결국 그 윤석열에게 정권을 내주는 진기록을 창출했다.
그러니까 87년 개헌 이후 이어져온 보수와 진보세력이 번갈아 집권해온 ‘10년 집권론’ 철칙까지 깨뜨린 것이다.
이런 점에서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 정치사상 ‘최악의 암군(暗君)’이라는 혹독한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커져 하는 말이다.
‘내로남불’로 일관한 문 정권의 성적표는 한 마디로 낙제점이다. 외교안보분야는 더 참담하다.
문 정권의 외교안보정책의 핵심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다.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종전선언을 이끌어내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정착시킨다는 구상이다. 그 구상이 정권초기에는 어느 정도 먹혔다.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과 두 차례 미-북 정상회담이 그 성과다. 그러나 그 회담은 결국 평화 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의 김정은 사랑은 일편단심 계속됐다. ‘김정은 대변인’역할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그러면서 시도, 때도 없이 해외순방에서도 구걸하다시피 주문하고 다닌 것이 북한에 대한 제재완화다. 그러면서 외쳐 되느니 종전선언이었다.
거기에 곁들인 것이 중국에 대한 지극정성의 사대외교다. 문은 중국을 높은 산봉우리로 비교하면서 한국을 작은 언덕에 비교했다. 문의 사람들은 중국을 방문할 때마다 중국에 지나치게 예를 차리고 한국을 낮추는 표현인 ‘만절필동(萬折必東)’이란 글을 저마다 써 바치며 ‘저자세 외교’를 펼쳐왔다.
오직 ‘김정은 사랑’에만 매몰돼 중증의 균형감각 상실증세를 보여 온 것이 문의 안보외교 정책이라고 할까.
그 결과는 뭘까. 명색이 대한민국 대통령이 삶은 소대가리 욕설이나 듣고, 그도 모자라 잇단 미사일 도발이다. 중국으로 부터도 돌아온 것은 국빈방문 초청을 받고도 ‘혼밥’이나 하는 수모다. 그러면서도 금과옥조인 양 계속 되뇌어온 것이 전략적 모호성 유지니,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니 하는 구호다.
공정히 말하면 이는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부시절에도 미국과 중국관계에서 써온 전략이다. 미국과 중국 두 강대국 사이에서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다는 거다. 차이메리카 (Chimerlca)‘의 시절, 다시 말해 중국이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국제경제 질서에 편승, 세계의 공장으로 기능할 때는 어느 정도 적실성이 있는 접근법이었다.
미-중 관계는 적대국으로 변질됐다. 이와 함께 날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 미국 중심의 반중 연대다. 이 정황에서 푸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이루어졌다. 대만해협의 위기도 날로 고조되면서.
유라시아대륙을 둘러싸고 지정학적 지각변동이 발생한 것이다. 독재세력인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더욱 견고해졌다. 북한 등 깡패 독재체제들도 그 진영에 속속 가담하면서. 그 반작용으로 주요 민주주의 국가들의 연대도 강화되고 있다. 독재세력과 자유민주주의체제 간의 전선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 정황에서도 문 정권은 전략적 모호성 타령과 함께 미적대며 종전선언에 대한 집착을 여전히 못 버리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승리로 마감된 3.9 대통령선거는 이런 면에서 시대착오적인 문 정권의 안보외교정책에 대한 파산선고로 볼 수도 있다. 달리 말하면 시진핑과 푸틴으로 상징되는 반문명의 독재체재 대륙세력에서 벗어나 해양세력인 자유민주주의 진영 쪽으로 나아가라는 대한민국 집단지성의 소리 없는 외침으로도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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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