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어느 대선보다 지저분한 이슈들로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목소리에 연기가 날만큼 상대방을 헐뜯고 비난하면서 도덕적 파산을 한 사람들처럼 정치적 셈법을 놓고 싸우고 있는 한국 대선이 3월9일이면 결판이 나고 결국 L, Y, 두 후보 가운데 한사람이 새 대통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나라의 운명과 5,000만 국민의 안위와 복지를 손에 쥔 대통령의 책임이란 막중하다기보다 그 이상의 것이기도 하다. 아인슈타인은 “세상은 악한 일을 행하는 자들에 의해 멸망하는 것이 아니고, 아무것도 안하면서 그들을 지켜보는 사람들에 의하여 멸망할 것이다”, 플라톤은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찍을 사람 없다고 하지만 최선이 없다면 차선이라도 투표를 해야 하는 이유다.
몹시 추운 겨울 날, 영국의 템즈 강변에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산책하고 있었다. 그때 길 모퉁이에서 누더기와 다름없는 허름한 외투를 걸친 한 노인이 낡은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구걸을 하고 있었는데 바이올린에서 나오는 음악소리는 그리 신통치 못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특별히 관심을 기울여주지도 않았고 벗어놓은 모자에 동전을 던져주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았다.
그때 낯선 외국인 한사람이 잠깐 걸음을 멈추고 노인의 연주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외국인은 정중히 말했다. “저도 바이올린을 조금 다룰 줄 압니다. 제가 할아버지를 대신하여 잠시 몇곡 연주를 해드려도 좋겠습니까?” 노인은 잠시 쉬기도 할겸 그렇게 하도록 허락하고 바이올린을 외국인에게 건네주었다. 외국인은 조용히 활을 당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낡은 바이올린에서 놀랍도록 아름다운 선율이 흘러나왔다.
그 소리를 듣고 지나가던 사람들이 한사람 두사람 걸음을 멈추고 음악에 매료되어 빠져들고 있었다. 처음 곡이 끝나자 사람들은 박수를 치기 시작했고, 두번째 곡이 끝나자 감동해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세 번째 곡을 연주하자 어느새 주변엔 수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모두가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노인의 모자에 넣었다. 이제는 동전이 아니라 지폐였다. 순식간에 모자는 돈이 가득차고 넘쳤다. 그 순간 한사람이 큰 소리로 외쳤다. “저분은 파가니니다!” 바이올린의 마술사라고 불리는 이탈리아의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니콜로 파가니니(1782~1840)의 생전 실화다. 그가 런던에 연주 여행차 왔다가 잠시 틈을 내어 템즈 강변을 산책하던 중 가난한 노인에게 베푼 전설처럼 아름다운 이야기다.
바이올린이라는 악기를 누가 연주하느냐에 따라 어떤 소리를 내는 가처럼, 한 나라의 운명도 이와 같지 않을까? 미래가 없는 초라한 나라가 되느냐? 온 세계가 부러워하고 존경받는 나라가 되느냐? 대통령의 리더십에 달렸다. 대한민국 5,000만 국민은 명품 바이올린에 해당한다. 한글이라는 전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우리글과 말을 가지고 있고, 아시아의 유대인이라고 하는 위대한 민족이다. 파가니니처럼 훌륭한 사람을 뽑을 것인가, 거지 노인 같은 사람을 뽑을 것인가는 오직 한국민들의 몫이다.
누가 새 대통령이 되든 선거 때 공약으로 귀가 따갑도록 부르짖은 공정! 제발 공정하고 도덕적이고 정의로운 사회, 불평등과 힘있는 자들의 갑질문화가 없는, 지성과 논리로 덕치를 하여 모든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고루 평화롭고 보다 향상된 삶의 질이 보장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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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최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