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음사 최초 통권 400권 돌파, 1998년 출간 이후 25년 만
▶ 여성·장르문학 앞세운 전집
민음사‘세계문학전집’ 시리즈가 통권 400권을 돌파했다. [민음사 제공]
25년, 2,000만 부, 400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이 세운 기록이다. 1998년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이윤기 옮김)를 첫 책으로 출간한 후 25년간 다양한 세계문학을 알리는 데 기여해 온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 시리즈가 통권 400권을 돌파했다. 400번째로 출간된 작품은 지난달 나온 김수영 시인의 ‘시여, 침을 뱉어라’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0권 돌파는 한국 출판 역사에서도 뜻깊은 성취다. 앞서 많은 출판사들이 세계문학 시리즈를 낸 바 있지만 400권 고지를 밟은 것은 민음사가 최초다. 1995년 회사 창립 30주년을 맞아 기획된 이 시리즈는 지금까지 35개국 175명 작가의 작품을 한국에 소개했다.
셰익스피어나 단테같은 고전부터 헤세, 쿤데라, 마르케스, 카뮈, 샐린저 등 현대문학 거장까지 다양한 작품을 소개했다. 영미나 유럽뿐 아니라 제3세계 문학이나 한국과 아시아 고전도 폭넓게 포함했다.
57만 부가 판매된 J. D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을 비롯해 54만 부가 팔린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44만 부가 판매된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등 스테디셀러도 여럿이다. 지금까지 발행된 시리즈를 위로 쌓아올리면 약 400km에 달한다.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8,848m)의 45배 높이다.
지금은 민음사가 세계문학전집의 대표 시리즈로 인식되지만 197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문학전집의 대표주자는 을유문화사와 정음사였다. 1959년 두 출판사는 나란히 국내 최초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를 선보였다. 뒤이어 1960년대 신구문화사가 ‘전후세계문제작선집’과 ‘현대세계문학전집’을 발간했고 1970년대에는 삼중당문고와 동서문화사, 삼성출판사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을유문화사의 100권짜리 을유세계문학전집은 한국 전집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후 방문판매 위축과 가로쓰기 활성화, 한글 세대 등장으로 인해 사양길을 걷던 세계문학전집은 민음사 성공에 고무된 출판사들이 시장에 잇따라 뛰어들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러시아 문학 전문출판사로 출발한 열린책들이 2009년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필두로 전집 출간을 시작했고 같은 해 문학동네도 5년여의 준비과정을 거친 끝에 ‘안나 카레니나’, ‘위대한 개츠비’ 등이 포함된 세계문학전집 10권을 선보였다. 열린책들과 문학동네는 각각 2012년과 2021년 통권 200권을 돌파했다.
전집 열풍이 한풀 꺾이긴 했지만, 여전히 여러 출판사들이 새로운 세계문학전집을 기획 중이다. 후발 주자들은 목록의 차별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였다. 여성 작가 작품의 비율을 높였고, 추리호러같은 장르문학도 수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