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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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한국이 행복지수가 낮은 이유

2022-02-08 (화) 정계훈 올드 도미니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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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명실공히 고도로 산업화한 선진국이다. 상식적으로 볼 때 한 나라의 경제가 성장하면 국민들의 생활이 부유해지고 행복할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OECD 국가들 중에서 최저이고 자살률이 최상이며 노인층 빈곤률도 가장 높다. 왜 이러한 이율배반인 상황이 한국에서 발생하는지 궁금하다.

한국은 60년 전만 하더라도 세계적인 빈곤국이었다.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에 미달했고 춘궁기에는 식량부족으로 굶주렸던 나라였다. 이러한 빈곤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1961년에 군사정권이 수차례에 걸친 5개년 경제개발계획을 단행하여 1980년도 말에 산업화를 이루었다. 1990년대 초에 문민정부가 수립된 후에도 중공업 기술화는 물론 초고속 인터넷과 무선통신 같은 기술산업에 투자했고 최근에는 AI와 5G 기술을 적용하여 신제품을 생산하는 기술강국이 되었다.

한국 경제규모가 2021년에 1조8,000억달러로 세계 10위에 올랐고 1인당 국민소득이 명목상으로는 3만5,000달러이지만 구매력 기준으로는 일본보다 높은 4만7,000달러에 달했다. 기적적인 한국의 경제성장이 국제적인 선망의 대상이 되었지만 많은 한국 사람들은 이러한 평가에 호응하지 않는다. 한국인의 행복지수가 5.8(1은 불행, 10은 행복)로 선진국 중에서 최하위이며, 자살자 수도 10만 명 중 28.4명으로 가장 높다. 또 65세 이상의 노년층 43.8%가 빈곤층에 속한다.


한국 산업구조의 특징은 대기업 중심의 경제성장이다. 경제개발 초창기에 정부가 국가의 재무자산을 총동원하여 대기업에 맡기고 수출위주 경공업과 철강과 선박 같은 중공업에 투자하여 산업화를 이루었다. 이런 성장과정에서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의 보조역할을 했다. 대기업들이 저렴한 중소기업의 생산시설과 노동력을 동원하여 생산단가를 낮추어 국제시장 경쟁에 대응했다. 지금도 60개의 대기업의 비중이 국내총생산(GDP)의 80%를 차지하지만 고용률은 12%에 미달한다.

한국 노무제도의 특징은 노동자들이 정규와 비정규 노동자로 분류된 것이다. 정규직은 장기고용과 높은 임금이 보장되나, 비정규직은 그러한 혜택이 없다. 정규직 임금은 연 평균 4만2,000달러 정도인데 재벌기업의 연봉은 10만달러에 달한다.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 정도이다. 불공평한 임금제도를 시정하려면 기업 크기에 상관없이 같은 일을 하면 동일한 임금을 지불해야하는데 기득권을 행사하는 민주노총이 반대한다.

또 다른 문제는 한국기업들이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 절약 목적으로 연륜이 있는 노동자들을 조기 은퇴시킨다. 2016년까지만 하더라도 은퇴연령이 55세였는데 지금은 62세로 연장되었으나 조기 은퇴하고 자녀들의 양육과 교육비를 지불하다보니 노년층이 빈곤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은퇴 연령을 적어도 65세 이상으로 연장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많은 젊은이들은 공무원이나 대기업 사원과 같은 사무직을 선호한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시험 준비에 몰두하고, 학교 공부만으로 부족하니 강습소나 공부방에서 시험 준비를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선호하는 직장에 실패하면 막중한 좌절감을 갖게 된다.

결론적으로 불균형한 산업구조, 노무정책, 주입식 대학교육 등으로 경제성장을 이루었지만 이러한 요소들이 소득 불균형과 행복감 상실을 초래했다. 하루바삐 이러한 이율배반적인 산업구조, 노무 정책과 교육제도를 개선하여 밝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이 되기 바란다.

<정계훈 올드 도미니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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