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복된 中 문화공정 논란이 ‘발화’…韓우려에 中 성의있는 태도 보여야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 한복을 입은 여성 출연을 계기로 고조되는 국내 반중정서가 향후 한중관계에 지속해서 부담 요인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4일(이하 현지시간) 개최된 올림픽 개회식에는 한복을 입은 여성이 중국 오성홍기를 전달하는 중국 내 56개 민족 대표 가운데 한 명으로 출연했다.
중국 내 소수민족으로서 조선족 문화와 복식을 소개하는 차원에서 한복 차림의 출연자를 등장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 장면이 공개된 이후 국내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중국이 한복을 자신들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쏟아졌고 여야 정치권도 한목소리로 대중국 비판에 나섰다.
이번 일은 엄밀히 말해 중국이 한복을 자신들의 고유문화로 직접적으로 주장한 것은 아니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베이징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외교적으로 항의할 계획을 묻는 말에 "(공식적인 항의 등)그럴 필요까지는 현재 생각 안 하고 있다"고 답한 것도 이런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지만 이번 사안이 여론의 발화점이 된 배경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이른바 '문화공정' 논란이 최근 반복적으로 벌어지면서 이미 한국 국민들의 반중 감정이 누적된 상태였다는 점이다. 이는 수교 30주년을 맞은 한중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수로 작용할 공산이 있다.
'문화공정'이란 고구려사를 중국 역사로 편입하려 하는 중국의 '동북공정' 시도를 문화 분야에 빗댄 표현이다.
2020년 중국 게임회사가 '한복이 명나라 의상'이라는 식의 자국 이용자들 주장에 동조한 것이나, 같은 해 중국의 채소 절임인 파오차이(泡菜)가 국제표준화기구(ISO) 표준인증을 받은 것을 중국 관영매체가 한국 김치와 연결시켜 '김치종주국의 치욕'이라 주장한 것 등은 '문화공정'이란 인식을 낳은 대표적 사건이다.
미국에 도전하는 중국의 이른바 '대국굴기' 및 중국 내 청년 국수주의자들의 부상은 이런 우려를 더 하는 배경이 됐다. 온라인에서는 문화를 둘러싼 양국 누리꾼의 설전이 수시로 벌어지고 있다.
외교 당국도 문화논쟁으로 인해 반중 감정이 고조되는 현상을 주시하고 있다.
국민정서 악화가 양국관계에 부담이 될 수 있는 만큼 외교 당국도 관리 필요성을 느끼는 것으로 풀이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6일 베이징 올림픽 개회식 한복 등장과 관련한 질의에 "문화 관련 논쟁 동향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중국 측에 고유한 문화에 대한 존중과 문화적 다양성에 기초한 이해 증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지속 전달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양국이 상호 이해와 우호정서 증진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우리의 기본 입장을 바탕으로 당당하고 건설적으로 지속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도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런 외교 당국의 '원론적인 입장' 표명이 너무 소극적 대응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내놓고 있다.
여기에다 양국의 갈등 관리를 위해서는 중국이 한국의 우려에 보다 성의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도 강하게 제기된다.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는 지난달 26일 라디오에 출연해 "인터넷을 통해 '이건 당신 것, 이건 내 것이다'의 불필요한 문화적 감정충돌이 있는데 다 고쳐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런 발언만 놓고 보더라도 중국이 한국민의 우려를 지나치게 단순하게 바라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