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병으로 고통을 당하시는 분들이 많다. 가슴이 조이고 숨이 차고, 심장 부정맥이 있는 경우에는 어지럽고 기운이 없다. 증상의 고통 뿐 아니라 심장이 멈추면 생명이 다하기에 심장병은 심각한 일이다. 심장은 주먹만한 크기로, 단단한 근육으로 되어있으며, 4개의 방으로 구성 되어 있는데 그 사이에는 문짝 같은 밸브가 있다. 이 밸브들은 한쪽 방향으로 혈액이 흐르도록 되어있다. 오른쪽 심장은 피를 허파로 보내어 산소를 받아들이게 하고 산소가 풍부한 혈액이 왼쪽심장으로 돌아오면 좌심실은 산소와 영양분이 많은 혈액을 온몸에 보내며 일부는 심장 근육 자체에 공급한다.
자동차의 엔진에 비유 될 수 있는 심장이 계속 뛸 수 있는 힘은 심장 가운데 자동으로 전기를 발생시키는 특수 섬유질이 있기 때문이다. 건강한 심장은 배터리 없이도 1분당 평균 70번씩 평생을 뛰니, 귀한 생명의 오묘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심장의 근육, 밸브, 전기장치 모든 부분이 튼튼하고 1분에 평균 70번 정도 정확히 움직여 주어야 우리가 생존할 수 있다. 복잡한 구조물과 정교한 움직임 때문에 심장병의 종류는 말할 수 없이 많은데 심장이식은 심장 근육이 심하게 손상된 경우, 심장판막질환 또는 관상동맥질환 말기 환자들에게 필요하다.
1984년 최초로 시도 되었던 인간에게 동물 심장을 이식하는 수술은 선천성 심장병으로 태어난 아이에게 원숭이의 심장을 이식했던 수술이었는데, 불과 21일 만에 면역거부 반응으로 실패로 끝났다. 동물의 장기이식은 불가능해 보였으며 한동안 중단되었다. 미국에서 장기 이식 대기자는 10만명 정도 이며 작년에 시행된 장기 이식 수술은 4만1,354 건이었는데, 그중 반 이상이 콩팥 이식이었고, 심장이식은 약 3,800 건 정도가 있었다. 장기 기증자는 부족하고 이식 대기자들은 늘어나는 상황이다 보니 동물의 장기를 인간들에게 이식하려는 연구는 계속되어 왔고 지난 달에 미국 메릴랜드 주에서 57세 된 남성이 돼지 심장을 이식 받았다. 이번 이식 수술은 예전과 다른 점이 많다.
20세기 후반부터 우리 몸 세포에 있는 염색체에 DNA로 구성된 유전자가 생명체의 유전정보를 보관하고 있으며 이 정보가 개개인 마다 유일하고 독특하기 때문에 거부 반응이 일어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특정한 DNA 가 어떤 질병을 일으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놀라운 발견이 계속되던 중 유전자를 잘라내고 교정하는 기술이 발견되었는데 유전자를 잘라내는 가위의 이름을 크리스퍼라 부른다. 이 유전자 가위로 질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고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고 유전질환, 암 등의 치료에 적용되고 있다.
돼지 심장이 이식에 사용되는 이유는 인간 심장 모양과 크기와 거의 비슷하여 이식하기가 좋기 때문이다. 수술 후 거부 반응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번 메릴랜드 환자 경우에는 돼지 속의 3가지 유전자를 없애버리고 인간의 유전자 6개를 돼지의 유전자에 더하여 인간의 면역체계에 잘 적응되도록 도왔으며, 돼지의 심장이 더 커지지 않도록 성장 유전자는 활동을 못하게 막았다. 그럼에도 면역 억제제는 계속 사용하여야 한다.
이번 이식 의학의 역사적인 순간에 환자에 대한 윤리적인 문제가 부딪혀 논란이 되고 있다. 심장 이식을 받은 환자가 34년 전 잔인한 범죄를 저지른 흉악범이었던 것. 범죄 피해자 에드워드의 누나 레슬리는 자신의 가족을 불행하게 만든 베넷이 심장 이식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에 분개하고 있다.
“에드워드는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았다. 가족들도 수십 년 간 그랬다”며 “베넷은 새로운 심장을 받아 두 번째 기회를 잡았지만, 그 기회는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 돌아가야 했다”고 말했다. 이를 놓고 한 생명윤리학과 교수는 “의학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죄인을 구별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 범죄는 법적인 문제”라고 했다.
필자도 주치의로서 가끔 이식 센터로부터 신장이식 대기 환자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이 환자에게 신장이식 해주어도 되겠습니까?” 대부분, “예, 아주 좋은 환자입니다.” 라고 대답하면 바로 수술이 진행된다. 하지만 흉악범에 대하여 질문을 받는다면 어떨까 고민해본다. 흉악범도 새로운 심장을 받으면 그의 마음도 변하지 않겠는가? 아무리 돼지 심장을 주었다고 해도 새 생명을 선물로 받은 그가 다시 동물처럼 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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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식 내과의사·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