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 먹으러 갔다가 부모님 연세와 비슷한 어르신을 뵙게 되었다. 부모님 생각이 나, 얼른 식사비를 내드렸다. 그리고는 몇 자리 비켜 앉았지만, 어르신 드시는 모습에 자꾸 눈이 간다. 매운 짬뽕도 잘 드시고, 탕수육도 잘 드신다. 그 모습이 자꾸 부모님 모습과 겹치며 속이 상하고 눈물이 난다.
부모님은 간만에 뭐를 시켜 먹겠다고 하셔도 매운 건 이제 못 드시고 우동 한 그릇 시켜 두 분이 함께 드시고도 남는다. 이제 그것조차 잘게 다져서 드신다고 한다.
주변에 부모님 연세와 비슷한 어르신을 뵙게 되면, 자꾸 비교하게 된다. 엄마와 동갑이신 어르신은 성당에 운전하고 오시는 분도 계시다. 아버지와 동갑인 구십이 넘으신 어르신은 지금은 다른 곳으로 가셨지만, 온종일 움직이시고 바위를 들고 옮겨놓기도 하셨다.
몇 년 전 일이다. 허리가 약해서 외출 못 하신 지가 한참 된 아버지께 전화를 드린 날, 나는 그 어르신 이야기를 꺼내며 그분은 바위도 옮기신다고 말씀드렸다. 아버지는 살아온 습관이 다르고 체질이 다르니 그렇겠지, 하셨는데 아차 싶었다. 아차 정도가 아니고 철렁 마음이 내려앉으며 내 입을 꼬집고 싶었다.
세상에, 어쩌면 이렇게 자식은 이 모양일까. 나 키울 때 부모님은 단 한 번도 누구와 비교하신 적이 없으셨다. 아버지 친구분 중에 내 또래 자식도 많았고, 사촌 중에도 동갑내기에 비슷한 또래가 많았어도, 단 한 번도 비교하신 적이 없으셨다. 그런데, 그런 부모님에게 건강한 어르신과 비교를 하다니!
자식 똥은 예쁘다는 소리까지 하면서 밥상에서 치우기도 하지만, 부모 대소변 치우는 데는 얼굴 찡그리는 게 자식이라더니, 부모 늙고 약해져서 운신 못 하시는 것을 건강한 어르신과 비교하며 그것을 대놓고 이야기하다니 정말 나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그 이후로는 약해지신 그 모습 그대로 내가 할 수 있는 마음을 다하자면서도 비슷한 연배의 어르신을 보면 자꾸 내 부모의 모습과 겹쳐지며 마음이 아쉽고 눈물이 난다. 잘 생각해보니, 이런 마음은 감사함이 부족해서 나오는 것 같다. 지병으로 고통 중에 계시는 것은 아니니 감사하고, 답답한 병원이나 요양원이 아닌 익숙하고 편안한 집에서 엄마와 같이 계시니 그것 또한 감사한 일이다.
일행들과 웃고 떠들며 짜장면을 먹으면서도, 마음 한편에서는 청요리에 관해 설명도 하시고 약주도 하시며 즐거워하시던 아버지가 떠오르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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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일란 / 교회 사무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