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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 칼럼] 푸른 도시 뉴욕의 블루스

2022-01-26 (수)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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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비드-19 팬데믹의 1차 물결이 마치 거대한 해머처럼 뉴욕을 강타한지 불과 몇 개월 만에 2만여 명의 뉴요커가 목숨을 잃었다. 많은 논객들은 뉴욕이 코로나바이러스에 취약성을 보인 주된 이유로 유별나게 높은 인구밀도와 대중교통 의존도 등 뉴욕의 생활방식을 꼽았다.

그러나 이건 완전한 오진이다. 뉴욕이 팬데믹 초기에 혼쭐이 난 이유는 이곳이 세계로 통하는 미국의 최대 관문이기 때문이다. 코로나바이러스에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제대로 알지 못했던 팬데믹 초반에 뉴욕은 미국 내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높은 감염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 이후 지금까지 뉴욕시는 건강전선에서 선전하고 있다.

반면 경제전선에서의 성적은 그다지 신통치 않다. 이건 비단 뉴욕뿐만 아니라 진보색채를 띤 블루 아메리카 지역 전체의 일반적 상황이다. 따라서 뉴욕이 겪고 있는 문제의 원인을 집중적으로 살펴보는 것은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다.


우선 팬데믹부터 짚어보자. 코로나바이러스 변종인 델타가 기승을 부리는 동안 높은 백신접종률과 광범위한 마스크 착용 및 공중보건 예방조치의 삼합은 뉴욕을 미국에서 가장 안전한 장소 중 하나로 만드는데 도움을 주었다. 빅 애플(Big Apple: 뉴욕시)에서는 백신카드 없이 할 수 있는 실내활동이 거의 없는 탓에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카운티나 달라스처럼 자동차 의존도가 높은 거대도시에 비해 코비드 관련 사망률이 현저히 낮다. 뉴욕을 가장 먼저 덮친 오미크론의 물결 역시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다.

게다가 거의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한 주거임대료는 뉴욕이 생활하기에 적합한 매력적인 장소임을 상기시킨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필자는 한 투자매니저의 말을 인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이렇게 선언했다. “플로리다로 옮기는데 따른 문제는 그곳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뉴욕은 거주비용을 감당할 수만 있다면 생활하기에 대단히 좋은 곳이다. 그러나 그 마지막 포인트가 문제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뉴욕시의 경제회복이 더딘 이유다.

팬데믹 초반 몇 개월간 미국 전역은 일자리 손실을 경험했다. 그러나 백분율로 볼 때 뉴욕의 손실은 전국평균치를 훌쩍 웃돈다. 국가경제가 회복되었다지만 뉴욕은 아직도 일자리 손실을 만회하지 못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물론 관광업과 출장여행이 팬데믹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 부분적 이유다. 타임스 스퀘어는 오미크론이 닥치기 직전에야 비로소 이전의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보다 큰 이슈는 뉴욕의 경제적 다양성 부족이다. 주민들이 종사하는 숱한 직종을 비롯, 여러 면에서 믿기 힘들 정도의 다양성을 지닌 뉴욕시에 어울리지 않는 지적처럼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뉴욕시의 경제적 부를 견인하는 동력은 현지에서 생산한 것을 다른 곳에 판매하는 이른바 ‘수출부문’(export base)에서 나온다. 지역경제의 기초부문(basic sector)이라고도 불리는 수출부문은 일반적으로 수입을 확대하는 승수효과를 낸다. 커뮤니티의 기본산업부문에서 벌어들인 돈은 현지의 요식업체, 상점, 체육관 등으로 흘러들어가 이들을 지탱하는 젖줄이 되어준다. 한마디로 뉴욕시의 기초부문이 지역경제의 초석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뉴욕시의 크기에 비해 이곳의 무역부문은 대단히 협소하다. 하버드대 교수인 에드 글리저의 지적대로 경제적인 측면에서 뉴욕시는 단일산업 도시다. 뉴욕이 세계의 여타 지역에 판매하는 것은 금융서비스가 전부다.

고용수치만 보면 헛다리를 짚기 십상이다. 금융과 보험 산업 종사자는 뉴욕시 전체 근로자의 8%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들이 벌어들이는 소득은 도시전체 수입의 20%, 기본부문 소득의 거의 전부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물론 타업종 근로자들의 소득과는 비교조차 하기 힘들다.


이같은 단일산업 경제가 지니는 문제는 단일산업체의 기반이 약화될 경우 반드시 큰 탈이 난다는 점이다 웨스트버지니아의 탄광업과 미시건주 플린트의 자동차산업이 그 좋은 예에 속한다.

뉴욕시가 지닌 문제의 특이점은 여러 면에서 수출부문이 흔들리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월스트리트의 금융인들은 대량 이탈없이 굳건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월스트리트에서 중단된 한 가지 일은, 최소한 지금까지는, 직원들의 출퇴근이다. 금융업은 별 문제 없이 온라인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업종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재택근무를 하는 금융업 근로자들은 점심식사를 사러 나가지 않는다. 다운타운에서 쇼핑을 하거나 외식을 하지도 않는다. 다시 말해 승수감소보다 무역부문의 축소가 뉴욕시의 신속한 경제회복을 가로막는 걸림돌인 셈이다.

그렇다면 뉴욕시가 경제 다양성을 상실한 이유가 무얼까? 월가의 막강한 구매력과 이 분야 종사자들이 시 정부의 구역별 용도지정(zoning: 조닝)과 건축규제로 인해 크게 제한된 주택재고를 놓고 충돌을 일으킨 것이 부분적이지만 확실한 이유다. 이로 말미암아 뉴욕시는 부유한 금융업자와 직·간접적으로 그들의 필요에 봉사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곤 주거비를 감당하기 버거운 도시가 되어버렸다. 해법은 분명하다. 더 많은 주택건설을 허용하는 것이다.

여기서 블루 아메리카 전체의 문제점이 무엇이냐는 본론으로 돌아가자. 사실 뉴욕시는 하나의 본보기에 불과하다.(캘리포니아의 상황은 더 나쁘다.) 보수주의자들은 텍사스와 플로리다의 낮은 세금이 타주로부터의 인구전입을 유인한다고 역설한다. 실제로 뉴욕시의 세율이 높긴 하지만 그 때문에 고소득 주민들이 타지로 이동한다는 증거는 없다. 주민들이 블루 스테이트를 등지고 새로 옮겨가는 곳은 해당지역의 주정부가 주택건설을 막지 않아 거주비가 저렴한 지역이다.

지저분한 산업에 뒷마당을 내어줄 수 없다는 뉴요커들의 강한 님비(NIMBY) 의식 역시 이 거대한 글로벌 도시를 단일산업 타운으로 만드는데 손을 보탰다. 그리고 이런 요인들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블루시티인 뉴욕시를 팬데믹이 불러온 경제적 혼란에 유달리 취약한 도시로 만들었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은 현재 뉴욕 시립대 교수로 재직중이며 미국내 최고의 거시경제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예일대학을 졸업하고 MIT에서 3년 만에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뉴욕타임스 경제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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