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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발상으로 본 우크라이나 사태

2022-01-24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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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번지고 있는 오미크론 변이. 고질화되고 있는 공급 망 문제. 40년래 최악의 인플레이션. 그 분열의 골이 날로 깊어만 가고 있는 블루 아메리카와 레드 아메리카.

‘그래도 뭔가 달라지겠지… ’ 막연하나마 기대 속에 맞이한 새 해다. 그 2022년이 벌써 3주가 지났다. 그렇지만 매일같이 신문지면을 장식하고 있는 뉴스들은 피로감만 가중시킨다.

바다 건너 지구촌 반대편에서 들려오는 소식들도 그렇다. 10만에서, 13만, 15만…. 우크라이나와 접경지역 배치 병력은 계속 증강되고 있다. 동시에 러시아군의 침공이 임박했다는 분석이 잇달고 있다, 유럽은 2차 대전 이후 최대 군사적 공세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대만의 상황도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베이징 발로 계속 호전적인 성명이 전해지고 있는 가운데 대만에 대한 군사적, 정치적 공세가 가중되고 있다.

2022년은 바이든 행정부, 더 나가 미국으로서는 내환(內患)에 외우(外憂)가 겹쳐 자유 민주주의 서방 세계의 종주국으로서 리더십을 상실하는 끔찍한 해가 될 것인가. 워싱턴 안팎에서 던져지고 있는 질문이다.

“다른 것은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최소한 해외정책에 있어서는 오히려 행운이 깃드는 해가 되지 않을까.”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전망이다.

미국의 동맹 네트워크, 그 서부전선과 동부전선 최전방을 담당하고 있는 국가들은 분명히 엄중한 시기를 맞고 있다. 그렇지만 실제 전쟁이 발발하든, 전쟁까지는 안 가든(이러기를 바라지만) 그곳에서 발생하는 사태는 미국에게 오히려 뭔가 서광이 비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거다.

세상사 길 속에 흉이 있고, 흉 속에 길이 있다고 하던가. 바로 그런 반전의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 미 의회 전문지 더 힐의 분석이다.

게걸스럽다고 해야 하나. 온통 탐욕덩어리라고 해야 하나. 푸틴의 러시아와 시진핑의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보여주고 있는 행태 말이다.

신흥세력 중국이 그동안 보여 온 행보는 졸부의 ‘갑질’을 빼닮았다. 아주 사소한 외교적 성과만 올려도 우쭐댄다. 그뿐이 아니다. ‘늑대전사’로 불리는 중국공산당 열성분자들이 나서서 떠들어대면서 국제사회의 공분만 산다.


푸틴과 그 일당도 마찬가지다. 러시아는 쇠퇴하는 세력이란 인식을 지우기 위해서인지 무리수에 무리수를 연발한다. 잇달아 인접국을 침공해 러시아의 지배권을 확립시키려고 몹시 서두르는 것이 그렇다.

이 과정에서 중국이, 러시아의 속성이 여지없이 드러난다. 동시에 미국과 비교된다.

‘해외정책상 우매한 짓을 한두 번 벌인 것이 아니다’- 세계의 패권국가 미국에 대해 쏟아져온 그동안의 국제사회의 비판이다. 미국은 그러나 적어도 영토적 욕심을 내 남의 땅을 침공한다든지 하는 게걸스런 짓은 안 했다.

나름 지역 패권세력으로 세 확장을 꾀하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은 전혀 결이 다르다. 특전을 요구하는 것도 모자라 툭하면 영토분쟁을 일으킨다. 우크라이나, 대만침공위협도 그 연장으로 그 행태가 과거 제국주의세력과 다를 바 없다.

“푸틴의 러시아는 로마노프 왕가의 유산인 우크라이나를, 시진핑의 중국은 청조(淸朝)의 유산인 대만을 집어 삼키려하고 있다. 과거 왕조시대 제국주의의 길을 답습하고 있다.” 포린 폴리시 리서치 인스티튜트의 로버트 케이건의 지적이다.

러시아와 중국은 본질적으로 제국주의세력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레닌주의식 통제방법과 융화된 제국주의로 바로 여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는 거다. 쉽게 말해 디지털화되고 초음속무기로 무장한, 더 사악한 21세기 형 제국주의 세력이 중국과 러시아로 이 두 나라가 노골적으로 야욕을 드러내면서 국제사회를 긴장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노리는 목표는 무엇인가. 푸틴의 경우 동부와 중앙유럽에서 중앙아시아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을 ‘핀란드화’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모스크바가 내 건 ‘레드라인’을 독일 등 유럽 국가들에서 중앙아시아 국가들까지 알아서 지키게 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침공은 그 일환일 뿐이다.

시진핑의 입장도 흡사하다. 동남아 일대와 한국의 핀란드화가 1차 목표다.(이미 반 이상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 방법으로 쿠릴 열도에서 시작해 일본, 대만, 필리핀, 말라카 해협에 이르는 제 1 도련선을 중국의 영역으로 확보하면 이어 그 바깥의 오가사와라 제도, 괌, 사이판, 파푸아뉴기니 근해. 서태평양 연안 지대를 잇는 제 2 도련선으로 완충지대로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

그 방법은 정보공작에, 조직범죄단체도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전법, 역정보에, 부패수출, 그리고 위기조성 등이 망라돼 있다.

왜 이들은 사방을 향해 지배권 확립을 서두르고 있나. 제국주의는 역사적으로 볼 때 종종 불안정의 깊은 우물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시진핑의 중국, 푸틴의 러시아가 바로 그 경우로 체제내부의 모순이 쌓여가면서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 오늘 날의 현실이다.

그 내부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국제사회에서 망나니짓을 거듭하고 있는 푸틴과 시진핑. ‘Enough is enough.’가 국제사회의 반응으로 안보 파트너, 더 나가 가치동맹으로서 미국의 주가만 날로 높아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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