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이 지켜보고 있다.”
우크라이나와의 국경지역에 10만의 러시아군 병력이 집결됐다. 그런데다가 대대적인 군사훈련이 연일 실시되고 있다. 그 상황에서 먼저 미국과 러시아가 담판에 나섰다. 뒤이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그 다음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57개 회원국과 러시아가 만났다.
이 와중에 미국의 안보외교 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지가 던진 일성이다.
우크라이나사태에 미국과 나토동맹은 어떤 대응에 나설 것인가. 시진핑으로서는 비상한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는 베이징의 입장에서 보면 대만과 같다. 그 우크라이나에서의 사태진전은 있을 수도 있는 대만침공 시 미국과 아시아태평양지역의 미 동맹국들의 움직임을 읽어내는 바로미터가 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중단, 1997년 이후에 나토에 가입한 동 유럽 국가들에 나토 병력과 무기배치 중단. 푸틴이 내세운 요구조건이다. 한 마디로 나토의 동진(東進)은 안 된다는 것이다.
그 요구에 미국은 ‘애당초 불가능’이라고 철벽을 쳤다. 이와 함께 일련의 회담은 결국 실패로 끝났다. 향후 스케줄도 잡혀지지 않았다. 긴장은 고조되고 있다.
이와 함께 한 가지 질문이 새삼 던져지고 있다.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기는 언제가 될까’하는 것이다.
‘2월께가 아닐까’- 이코노미스트지의 분석이다. 러시아는 회담을 위해 마냥 기다릴 수 있는 입장이 아니고 봄이 되면 해빙과 함께 동 우크라이나 일대는 진흙탕이 된다는 분석과 함께.
싱크 탱크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도 비슷한 분석을 하고 있다. 푸틴이 내건 조건은 워싱턴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그러니까 서방측의 거부를 예상하고 내건 조건으로 이를 구실로 오는 2월 군사작전이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았다.
‘시진핑은 푸틴의 이 위험한 불장난으로부터 어떤 교훈을 끌어낼 것인가’- ASPI는 이 같은 질문 제시와 함께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끝나는 2월 하순 이후의 시점에 특히 주목했다.
베이징의 매력 공세는 올림픽 폐막과 함께 끝난다. 그 다음 수순은 대만에 대한 대대적 공세, 더 나가 전략적 아시아 지배라는 목표를 향한 전력질주가 될 수 있다는 거다. 유라시아 대륙의 서부전선과 동부전선에서 동시에 도발이 이루어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이다.
화불단행(禍不單行)이라고 했나. ASPI는 여기에 더 해 2022년은 북한 문제가 동북아 정세를 어지럽게 하는 또 다른 중요 변수로 작용하는 그런 해가 될 것으로 본 것이다.
국제사회의 잇단 제재로 북한경제는 사실상 거덜이 났다. 거기다가 김정은의 신변과 관련해 어수선한 뉴스만 들려오고 있다. 그의 건강에 문제가 생겼을 때 북한체제는 크게 흔들린다. 북한은 위기를 외부로 수출해 해결한다.
올해 들어 벌써 세 번째 쏘아올린 북한의 탄도미사일. 이미 그 불장난은 시작된 것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그 타이밍이 절묘하다. 그래서 일부에서 나오는 관측은 ‘베이징 사주설’이다. 대만에 대한 공세를 앞둔 일종의 양동작전성의 간보기라고 할까.
북한의 동향은 그렇다고 치고, 푸틴은 왜 그토록 우크라이나에 집착하고 있을까.
‘나토의 동진은 러시아의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관련해 우크라이나는 결코 양보 할 수 없는 땅이다. 거기다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본래 하나다….’ 푸틴이 내세우는 주장이다.
한 마디로 넌센스다. 서방이 러시아를 침공할 위험이 있다는 것부터가. 구소련의 위성국가들이었던 동구권 국가들이 앞 다투어 나토에 가입한 것은 러시아의 침공이 두려워서다.
그렇지만 우크라이나가 ‘안보와 관련해 아주 중요하다’는 주장은 반드시 틀린 말은 아니다.
러시아, 아니 그보다도 푸틴 독재체재에 가장 위협적인 것은 무엇일까. 나토가 아니다. 러시아 자체와 주변국, 구소련영토에서 일고 있는 민주화 바람이다. 자유 민주주의 우크라이나가 푸틴 입장으로서는 가장 위협적인 존재인 것이다.
푸틴으로서는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등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국가들이 크렘린 체제를 빼닮은 ‘부패한 권위주의 체제’이어야만 효과적 통제를 할 수 있다. 이들 국가에서 민주화 바람이 불어 러시아로 번질 때 이는 바로 푸틴 개인의 안보에도 심각한 위협이 된다.
시진핑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홍콩을 강제 합병한 것도 같은 이유다. 홍콩의 민주화 운동이 본토에 끼칠 영향이 두려웠던 것이다. 굳건한 민주주의 국가로 날로 국제적 위상이 높아가는 대만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한 마디로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푸틴과 시진핑은 2013년 이후 30차례 이상 만났다. 이와 동시에 ‘푸틴의 망나니짓’은 시진핑에게 일종의 교본이 됐다. 2014년 푸틴이 크림반도를 합병하자 시진핑은 남중국해 섬들을 불법 점거하고 군사화 한데서 볼 수 있듯이.
미국이 우크라이나문제와 관련해 결국 대폭적인 양보를 한다. 그럴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중국은 즉각 대만해협을 봉쇄한다. 그리고 남중국해 일대를 항공금지구역으로 선포하는 거다.
더 나가 이런 일도 가능하지 않을까. 중국이 항공모함에 핵 잠수함까지 동원해 서해에서 대대적 무력과시를 한다. 그리고는 공공연히 한미동맹탈퇴 압력을 가한다. 안보, 외교주권을 무력화시키는 ‘한국의 핀란드화’를 요구하고 나서는 거다. 사드 배치를 이유로 대놓고 한국의 안보주권에 간섭했던 베이징이다. 그러니….
일촉즉발의 우크라이나사태. 이는 결코 먼 나라의 일이 아니다. 온통 독재 전체주의 대륙세력에 둘러싸인 유일한 자유민주주의 체제라는 대한민국의 입지조건으로 볼 때 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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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