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는 특이한 존재다. 대부분의 생명체가 갖고 있는 세포도 신진대사 기능도 없다. 오로지 다른 생명체의 세포 안에 들어와서만 자기 복제가 가능하다. 그러나 일단 세포 안에 들어오면 이를 이용해 증식하며 진화한다. 전형적인 기생충이다.
그것도 아주 성공적인 기생충이다. 1898년 마니투스 베이어링크가 담배 바이러스를 발견한 이래 지금까지 9,000종의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가 진행됐으며 지구상에 수백만종의 바이러스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바이러스가 퍼지는 방식은 가지가지다. 모기와 같이 피를 빠는 매개체에 의해 전파되기도 하고 독감이나 천연두처럼 기침으로 인한 공기 속 침방울, 혹은 노로바이러스처럼 배설물, 또는AIDS처럼 성행위시 피를 통해 전염되기도 한다.
이중 가장 흔한 것이 공기를 통한 전염이다. 지금까지 인류를 괴롭힌 최악의 바이러스성 질환인 천연두나 ‘스페인 독감’이 공기를 통한 감염이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천연두로 지난 100년간 5억명이 넘는 인류가 죽었고 ‘스페인 독감’에 세계 인구의 1/3인 5억 명이 감염돼 5,000만명(일부는 1억)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된다. 사실은 미국 캔사스에서 처음 보고됐으나1918년 당시 제1차 대전 중이어서 검열에 걸려 보도되지 못하는 바람에 언론 통제가 없던 스페인에서 뉴스가 나가 ‘스페인 독감’으로 불리게 됐다.
독감 바이러스는 A, B, C, D등 네 종류가 있는데 이중 B, C는 주로 사람, D는 소, 돼지 등 가축에, A는 거의 모든 포유류에서 발견된다. A는 원래 조류에서 온 것으로 보이며 요즘도 주기적으로 유행하는 ‘조류 독감’이 이 유형의 바이러스다. A형 바이러스의 특징은 변이가 빠르게 일어나는 것이다. 우리가 매년 다른 형태의 독감 예방 주사를 맞아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럼에도 해마다 전 인구의 5~15%가 독감에 걸리며 이 중 65만 명이 죽는다.
지금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SARS-CoV-2 바이러스는 여러모로 독감을 초래하는 A형 바이러스와 유사하다. 공기를 통해 전염되고 전파력과 변이가 빠르다. 이 중에서도 최근에 나온 오미크론은 기존의 델타보다 전파 속도는 3배까지 빠르지만 치사율은 낮다는 점에서 더욱 독감에 근접하고 있다. 오미크론의 치사율이 낮은 것은 델타가 폐를 직접 공격하는데 비해 오미크론은 폐 이전 기도를 손상시키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오미크론이 코로나의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보건 당국의 대응 자세도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 변이가 기존 바이러스와 가장 다른 점은 백신 2차 접종을 마쳐도 돌파 감염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2008년 노벨 의학상 수상자인 뤽 몽타니에는 최근 월스트릿 저널에 기고한 글에서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경제 봉쇄와 백신 의무화보다 사망 위험이 큰 기저 질환자나 고령자 보호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오미크론 바이러스에 일어난 50가지 변이 중 30개가 기존 백신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일부 과학자들은 보고 있으며 접종율이 높은 집단이 오미크론 감염율이 높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조사에 따르면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을 맞은 지 30일이 지나면 오미크론 예방 효과가 거의 없고 90일이 지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것이다. 덴마크와 캐나다 온타리오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백신 접종자의 오미크론 감염율이 비접종자보다 높았다. 부스터 샷을 맞아야 어느 정도 예방 효과가 있지만 이 또한 시간이 지나면 약화된다는 것이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오미크론에 감염돼도 대부분은 경우 증상은 가벼우며 백신을 맞은 경우 중증이나 사망에 이를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오미크론 전파를 막는데 전력을 기울일 것이 아니라 중증으로 번질 우려가 있는 기저 질환자와 고령자 보호에 중점을 두고 자연 면역력에 기대를 걸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영국 백신 면역 위원회 총책임자인 앤드루 폴라드는 “우리는 전 인류를 4개월 혹은 6개월마다 백신 접종을 할 수는 없다. 이는 지속적일 수도 없고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1년 전 ‘네이처’지가 전염병 전문가 100명에게 코로나 사태가 종식될 수 있을 지를 묻자 90%가 주기적으로 유행하는 풍토병(endemic)이 될 거라고 답했다. 다시 말해 독감처럼 될 거라는 이야기다. 작년 11월 처음 보고된 오미크론에 대한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로 이 변이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불분명하지만 하나 분명한 것은 보건 당국의 대응도 밝혀진 과학적 사실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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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