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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델타 변종과는 다르다

2022-01-10 (월) 파리드 자카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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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사이에 열두 명의 지인이 코로나바이러스 진단검사에서 양성판정을 받았다. 그들 중 증상이 심했던 두 명은 코비드를 심한 독감에 비유했다. 하지만 나머지는 하루 정도 오한이 들었지만 그 뿐이었다고 말했다. 집에 격리되었던 한 친구는 증상을 묻자 대뜸 “지루함”이라고 대답했다.

물론 개인적인 일화이긴 하지만 이제까지 나온 데이터 역시 이 같은 패턴을 확인해준다. 월스트리트저널의 헤드라인도 뉴욕을 휩쓴 오미크론을 ‘경증의 파도’(Wave of Mild Cases)로 표현했다. 만약 이 같은 패턴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오미크론 이전의 마지막 변종을 상대할 때와는 완전히 다른 접근법을 취해야한다. 영국 보건국은 지난 12월31일 중요한 분석 자료를 공개했다: 공개시점으로부터 불과 3일전에 확보한 데이터에 근거해 작성한 잠정적 분석결과이긴 하지만 내용인즉슨 오미크론 감염으로 병원에 입원해야하는 위험성은 델타변이에 감염된 경우에 비해 절반 정도, 긴급치료를 필요로 할 위험성은 그보다 적은 3분의 1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더욱 현격한 차이는 백신 접종자와 비접종자 사이에 나타난다. 아스트라제네카,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 중 어느 것이든 두 차례 접종을 마친 후 부스터샷까지 추가로 맞으면 접종을 전혀 받지 않았을 때에 비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돼 입원치료를 받아야할 위험성이 88%나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해도 두 차례 접종을 받은 후 추가접종까지 한 환자의 입원 위험성은 미접종 감염자에 비해 91%가 낮다. 또한 추가접종 없이 두 차례 정규접종만 받은 후 감염된 환자가 입원치료를 필요로 할 가능성은 미접종자에 비해 65%가 낮다. 최소한 미국의 경우 입원 수치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 예를 들어보자. 이번 주 뉴욕타임스는 뉴욕의 2개 대형병원에 입원 중인 코비드 환자의 50-60%가 다른 이유로 병원을 찾았다가 확진판정을 받은 케이스라고 보도했다.

미국 보건당국도 델타에 비해 오미크론의 증상이 경미하다는 증거가 쌓여가고 있다고 밝혔다. 오미크론 변종이 처음 확인된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지난 12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낮은 남아공의 백신접종률에도 불구하고 오미크론 감염자가 입원치료를 받아야할 위험성은 다른 코로나바이러스 변종 감염자에 비해 80%나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증거는 또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화이자가 개발한 코비드 치료제를 필요량보다 훨씬 적은 2,000만회 분만 주문했다.

조금 이르긴 하지만 영국 보건부의 초기자료는 두 가지 결론을 시사한다. 첫째, 오미크론은 이전의 변종 바이러스만큼 치명적이지 않다. 둘째, 백신접종 특히 부스터 접종은 입원을 필요로 하는 중증 코비드감염증과 이로 인한 사망을 예방하는데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다시 말해 지금 우리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세계 전역을 휩쓸던 2020년 3월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상황에 놓여있다. 지금의 상황은 경제봉쇄, 학교폐쇄, 혹은 대대적인 여행제한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대신 접종자와 비접종자 사이의 구분을 더욱 확실히 하고, 의료체계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바이러스 전파 속도를 늦출 지각있는 조치를 병행해야 한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감염자의 격리기간을 10일에서 5일로 단축했다. 백신을 맞았다거나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면 격리기간을 조금 더 줄여도 되지 않을까? 지금까지 나온 자료만 보면 완전접종 후 오미크론에 감염되는 것은 독감에 걸리는 것과 비슷하다. 우리는 독감환자에게 5일간의 격리를 강요하지 않는다.

이제 백신 접종자에게는 완전히 다른 룰을 적용해야 한다. 과학적 증거와 통계로 볼 때 접종자는 의료체계에 심각한 부담을 주지 않는다. 의도적으로 백신접종을 받지 않는 자들이 사회의 다른 구성원들에게 자신들이 간단한 의료예방조치를 거부한데 따른 대가를 치르도록 멋대로 강요하는 게 도대체 말이 되는가?

백신 이외에 집단 진단검사와 마스크 착용도 대단히 중요하다. 역학전문가인 마이클 미나는 신속반응검사 대신 PCR(중합효소연쇄반응) 검사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잘못이라고 누누이 강조한다. 공중보건 관점에서 보면 몸 안에 바이러스를 갖고 있느냐 여부보다 아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하는지 여부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신속항원검사들은 이를 효과적으로 결정한다. 그러나 유럽에 비해 미국의 진단검사는 비싸고 접근성 또한 떨어진다. 반응검사와 마찬가지로 마스크 역시 질 좋고, 저렴하며 손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독일의 유수한 바이러스학자는 오미크론이 ‘팬데믹 이후’의 첫 코로나바이러스 변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미크론으로 인해 코비드는 팬데믹보다 치사율이 떨어지고, 독감처럼 우리와 함께 살아갈 풍토병으로 바뀔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너무도 많은 백신 미접종자들로 인해 이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날지는 불확실하다. 현재 미국인 전체 인구의 26%는 단 한 차례의 예방접종도 받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는 바이러스의 복제 공간이 커지고 따라서 변이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러나 최소한 지금은 백신 접종자가 다수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이를 받아들일 의지가 있다면, 포스트 팬데믹 미래는 이미 이곳에 와있다.

예일대를 나와 하버드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파리드 자카리아 박사는 국제정치외교 전문가로 워싱턴포스트의 유명 칼럼니스트이자 CNN의 정치외교 분석 진행자다. 국제정세와 외교 부문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석가이자 석학으로 불린다.

<파리드 자카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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