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백남준의 미디어 백신으로 세상 치유”

2022-01-01 (토)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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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 예술계 주목받는 한인들] 이경화 / 백남준 문화재단 국제 디렉터

▶ 혼돈의 시대, 문화예술-백신으로 세상과 자연, 사람을 연결해야

“백남준의 미디어 백신으로 세상 치유”

백남준 문화재단 이경화 국제 디렉터.

“텔레비전의 기본 구성 원리인 음극 진공관의 발명에 대해 백남준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약함이 강함을 이기는 결과!’라고 탄성을 질렀어요.”

뉴미디어 아티스트 이경화씨는 지난해 백남준 문화재단의 국제 디렉터로 임명됐다. 백남준의 정신을 재해석하여 세계와 한국의 문화예술을 연계하는 임무를 맡았다. 작가이면서 미술 이론가, 기획자로 활동해온 그는 학창 시절부터 한국의 미의식, 의식주 전통과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깊은 관심으로 한국 사상사 연구소에서 공부했고 미디어 철학에 관해 사유해왔다.

이경화 디렉터는 “백남준은 세상의 위기를 축제로 바꿔버리는 유쾌한 아티스트로 예술가의 역할은 미래에 대한 사유에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우리는 빅데이터, 인공지능, 로봇공학, 사물인터넷 기반의 4차산업 정보혁명, 바이오 기술 시대에 살고 있어 그의 전시가 현재 전 세계를 질주하고 있다. 세상의 시선이 백남준에게로 다시 모여지고 있어 그의 정신을 재해석하여 새롭게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열과 혼돈의 시기에 이미 세기를 앞서 테크놀러지, 환경, 인권 등의 문제를 다뤘던 소통과 화합의 예술가로서 21세기에 재조명되어야 할 가장 중요한 작가로 백남준을 소개한다.


이경화 디렉터는 이화여대 미술대학을 나와 하버드 건축대학원에서 건축설계를 전공했다. 졸업 후 대기업 미래환경 도시개발 프로젝트 문화예술디자인 전문 컨설팅을 했고, 서울시와 한국문화원 문화예술 자문을 했다. 국립현대미술관, REDCAT 전시, 아트 바젤 컨버세이션 및 살롱, 쿤스트 할레 지젝/ 바디유 철학과 예술 프로젝트 오프닝 퍼포먼스를 했고 ‘2019 리처드 셔우드 어워드’ 후보에 오른 바 있다.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7개 학과 참여 융합 디자인 특강, UCLA 철학과 초청 강연등, 현재는 하버드 대학교 철학과 박사과정팀과 ‘포스트 휴머니티, 과학기술철학과 예술’에 대해 연구 중이며 LA와 런던 서울을 연계하는 국제컨퍼런스와 전시를 기획 중이다.

2012년 문화체육부 산하 공식문화재단으로 설립된 백남준문화재단은 전 문체부 장관인 이어령 이사장에 이어 김홍희(전 서울 시립미술관 관장, 광주비엔날레 총감독,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 이사장이 재단을 맡고 있다. 최근 서진석(전 백남준 아트센터 관장), 이대형(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예술감독, 현대자동차 아트 랩 디렉터), 이경화 등의 젊은 이사진들을 영입하여 새롭게 재단의 활동을 재편했다. 아카이브 연구, 국제 컨퍼런스, 전시기획 및 인재 양성, 후예 창작지원, 국내외 작가 국제적 상호진출 허브로서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뉴욕 휘트니, 구겐하임, 독일과 프랑스 등지의 백남준 유관기관 연계를 통해 창의적인 백남준의 정신을 재해석, 문화예술로 소통하기 위함이다.

그녀가 최근 소개한 백남준의 영상에 슈야 아베의 작품 ‘일식’(Sun Eclipse)이 등장한다. 일식은 달이 해를 가리는 현상이다. 그녀는 “1960년대 당시 동양에서 온 왜소한 청년 하나가 `내가 바로 황색 재앙이다!’라며 백인 중심주의 예술계를 향해 당돌하고 충격적인 도전을 했어요. 백남준에게 있어서 달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텔레비전이었던 거죠. 달의 지속적인 변화와 생성, 그 잠재력과 생명력이 비디오 아트의 근본 원천이 되었다”고 말했다.

“백남준의 퍼포먼스 아트는 미래를 현재로 가져오는 일종의 굿판이에요. 우리는 과거 가무를 신명나게 즐기던 민족이었지요. BTS의 K팝 문화 현상은 이것의 현대판으로 볼 수 있습니다. ‘굿모닝 미스터 오웰’ 위성 아트쇼는 당시 조지오웰의 1984년 디스토피아 예견에 대해 해학과 풍자로 유쾌하게 대응을 해버린거지요. 그때 이미 첨단기술매체와 인간이 어떻게 공존해야 할지, 상호연결된 마음의 네트워크를 문화예술로 연결하고 전 세계에 희망을 준 거죠.”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는 고립, 분단되었고 오랜 서구 백인 중심주의의 문화 식민화 현상으로 소수자들의 문화와 역사는 축소돼왔다. 자본주의 폐해로 찾아온 경제 위기, 그리고 기후변화와 생태 위기로 인해 우리는 모두 고통받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현대 철학가 다나 해러웨이는 인간과 비인간, 유기적인 것과 기술적인 것, 탄소와 실리콘, 자유와 구조, 역사와 신화, 부자와 빈자, 국가와 주체, 다양성과 고갈, 근대와 근대 이후, 자연과 문화를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함께 묶어줄 수는 없을까 하고, 이 모든 것의 동거와 공진화에 관해서 물었다.

이경화 디렉터는 “백남준이 그 명쾌한 해답을 제시해줄 것이라고. 문화예술의 백신으로, 그의 깊은 사유와 유쾌한 예술 정신으로 세상을 다시 신명 나게 연결하고 치유할 것을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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