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제서품 30주년 맞은 성공회 워싱턴교회 최상석 신부
“모난돌이 정 맞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분은 이러한 모난돌과 같은 사람들이 정을 맞아가며 세상을 변화시킨다고 했습니다. 아마 가장 모난돌은 예수가 아닐까요? 예수의 길을 따라가는 우리들도 진리의 모난돌, 신앙의 모난돌입니다.” 버지니아 페어팩스 올드타운에 위치한 성공회 워싱턴교회에서 최상석(아타나시오) 주임신부를 만났다. 1991년 대한성공회 서울교구에서 사제서품을 받고 올해로 30년째 사제의 길을 걷고 있다. ‘모난돌’을 자처하는 최 신부는 “정을 맞아가며 편하게 살길 원치 않았던 예수의 길을 따라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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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회는 중용(中庸)입니다”
배타적인 신앙이 종교 간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가운데 최상석 신부는 “양 극단을 배제하는 중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교집합을 찾는 포용이 성공회에서 강조하는 중용의 신학”이라며 최근 벌어지고 있는 좌우 또는 이념갈등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
누구는 좌파고 누구는 우파라는 이분법적 갈등이 일반화된 작금의 현실에서 최 신부는 “성공회의 5대 선교비전 가운데 하나는 불의한 사회의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모든 종류의 폭력을 반대하고 맞서며, 세상의 평화·화해·일치의 삶을 추구하는 것”이라며 “사랑의 섬김으로 이웃의 필요에 응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성공회 워싱턴교회가 좌파 교회라는 소문에 대해서도 최 신부는 “사회정의를 외면하지 않는 것이 그렇게 보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보면 예수도 아주 지독한 좌파였을 것”이라면서 “진리·정의·평화는 이념이나 성향의 문제가 아니며 진리는 누구도 독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신앙은 참사람(眞人)의 삶을 사는 것”
성직자로 살아온 30년을 돌아보며 최 신부는 “스스로의 한계를 실감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목회자 혼자서는 불가능하고 결국 교우들, 세상 사람들과 함께 가야할 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그렇게 예수의 길을 따라가는 것, 신앙의 길은 바로 참사람의 길”이라고 했다.
“제게 신앙은 인간이 되어가는 것, 참사람의 삶을 사는 것”이라는 최 신부는 “참사람은 사랑의 하느님을 마음에 모시고 사는 사람, 다른 모든 사람을 이웃으로 또는 상호 긍정의 관계적 존재인 ‘그대’로 여기며 존중과 사랑으로 섬기는 사람, 모든 만물에 감사하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조화로운 사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고령화 시대 교회의 역할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최 신부는 “한인사회와 함께 하는 교회는 한인사회의 고령화에 응답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젊은 시절에 이민 와서 청춘을 바치며 헌신한 한인 시니어들에 대한 교회의 선교적 배려가 필요하다”면서 “정부의 정책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이들의 의료 서비스는 물론 문화·심리적 안정과 따뜻한 신앙적 돌봄이 있는 노후, 한 마디로 품위 있는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교회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성공회 워싱턴교회는 아미쉬 공동체의 신앙에 바탕을 둔 노후 대책에서 많은 좋은 점을 발견했다며 앞으로 한인 시니어들의 노후문제 해결을 위한 작은 공동체 설립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했다. 문의 (240)731-5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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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석 신부는 1961년생으로 배재고, 연세대 지구과학과를 졸업했으며 다시 연세대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성공회대 사목신학연구원을 졸업했다. 연세대에서 신학 석사, 성공회대에서 목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인천 간석교회, 서울주교좌성당, 약수동교회 등을 거쳐 2011년 한인교회 개척을 위해 미국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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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원 기자>